청동기 시대 흙 인형[靑銅器時代土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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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흙 인형(土偶)은 흙으로 형상을 빚어 구운 것을 가리키고, 여기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각종 기물(器物)이 포함된다. 우리나라 청동기 시대 유적에서 발견된 흙 인형은 많지 않은데, 웅기 서포항 등 생활 유적에서 찾아진 두어 가지의 예가 있다.

인간을 닮은 형상물은 흙 뿐만 아니라 뼈, 돌로 제작되는데, 구석기 시대 후기부터 유럽 뿐만 아니라 시베리아에서도 나타난다. 흙으로 만들어진 유물은 체코슬로바키아 돌니 베스토니체(Dolní Věstonice)의 여성상 등이 있다. 뼈나 돌로 만든 제품이 흑해지역의 코스텐키I 유적(Памятник Kостенки I), 시베리아의 말타 유적(Памятник Мальта)에서 주로 출토되었다.

신석기 시대가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흙으로 빚은 조소품들이 자주 나온다. 특히 울산 신암리 유적에서는 흙으로 빚은 여성상이 있고, 오산리, 농포동 등 주로 동해안 지역에서 사람 얼굴과 동물 형상의 흙 인형 등이 출토된 바 있다. 뼈나 조개껍데기로 제작된 유물도 발견된다. 이런 현상은 청동기 시대에 들어서면서 줄어든다. 웅기 서포항 유적에서 나온 ‘흙 인형’이 있다. 무산 호곡동 집자리에서도 돼지 모양 조각품, 흙 인형이 나오지만 청동기 시대 이후의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서는 서포항 유적 출토 조각품을 남성으로 풀이하며 이는 남자들이 주도권을 가진 부계 씨족 사회임을 시사한다고 한다.

그러나 서포항 유적에서 확인된 흙 인형은 무성(無性)으로 표현되고 머리와 몸통이 각을 이루며 머리가 뒤로 젖혀져 있는 형태이다. 이러한 형태를 ‘극동 전신상 토우(極東全身像土偶)’라고도 하는데, 아무르(Амур)강 하류에는 신석기 시대에 유행하고, 연해주(Примо́рский край)에서는 청동기 시대인 리돕카 문화(Лидовская культура)에서 많이 발견된다. 아무르강 하류의 신석기 시대 흙 인형이 신체 상단까지만 조성하고 몸통을 가로지르는 구멍이 나 있다. 이에 비해, 두만강 유역 및 연해주 일대에서 확인되는 흙 인형은 눈코입이 생략되고 신체 하부까지 전면적으로 표현되는 차이가 있다. 리돕카 문화는 연해주 동해안의 유적을 중심으로 분포한다. 마연된 항아리 모양 토기(壺形土器), 독 모양 토기(甕形土器), 간 돌검돌칼(石刀), 돌살촉(石鏃)과 흙 인형이 대표적인 문화적 특징이다. 이웃한 서포항 유적의 청동기 시대 아래와 윗문화층인 서포항 6기와 7기에서 나온다. 두만강 유역 및 연해주~아무르강의 흙 인형은 민족지 자료와 비교해 본다면 주로 집자리에서 확인되므로 마을 내 가정을 보호하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