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의 핵심내용 요약: Executive Summary

논문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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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화유산의 디지털 큐레이션 모델 연구: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을 중심으로

1) 이 논문은 디지털 인문학이 첨단 ICT 기술을 연구에 활용하여 과거에는 불가능 했던 새로운 연구와 활용의 지평을 여는 구체적 사례를 보여 주고자 하였다. 연구 자료는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을 대상으로 삼아 새로운 패러다임의 역사적 기록문화유산 디지털 큐레이션 모델을 제시하였다.

2) 여기서 큐레이션이란 기록물에 담긴 지식요소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그 자료를 통해서 확인되는 서사와 스토리 요소의 발견과 역사재현물의 생산 작업이다. 역사적 사건을 흥미롭게 재현하는 문제는 교육, 창작, 오락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현대인이 당면한 과제이다. 역사적 기록물과 자료에 기반한, 즉 근거있는 내용을 서술하되 그 세부 주제는 다양하고 내용은 풍부하며 서술의 스타일은 현대인에게 다가오는 쉽고도 흥미로운 서술을 지향한다.

3) 논의의 이론적 기본 틀로는 역사학자 헤이든 화이트(Hayden White)의 역사서사 이론을 원용한다. 그는 역사적 사실”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데 그것을 직업적 역사학자들이 독점적 권위를 갖고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는 역사에는 어떤 사건”이 있었을 뿐이며 누군가가 그것을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서술한 것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불리고 있을 뿐이며 서술자의 주관과 서술 작업이 개입된다는 의미에서 문학 창작과 역사 서술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다만 역사적 사건의 서술에서는 없는 기록을 만들어 내거나 왜곡하면 안 된다는 엄격한 기준이 있을 뿐이라고 본다.

4) 역사재현이 텍스트로든 박물관의 전시물로든 제작될 때에 만일 그 내용이 단조롭고 흥미롭지 못하다면 가장 큰 원인 중에는 역사적 사건 그 자체에 관련된 내용에만 초점을 맞추는 좁은 시각의 문제가 있다.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오직 국내 사건으로만 바라보면 국제 정세와 연계된 숨겨진 인과관계, 역학관계를 파악할 수 없다. 아시아 지역사, 나아가 세계사와 연계하여 큰 틀에서 볼 수 있을 때에 비로소 한국 역사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게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5)연구 대상인 국채보상운동과 관련된 정보를 통합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방법으로 이 연구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연구 개발 중인 지식모델 ”백과사전적 지식망“ Encyves 모델을 적용하였다. 이것은 역사적 인물, 문헌, 사건 등과 유의미하게 관련된 요소를 모두 연결시켜 그 관계까지 데이터베이스에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구체적 방법은 국채보상운동 기록물로부터 사건과 인물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 간의 관계가 구조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시맨틱 (Semantic)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지식을 집적해 놓은 데이터베이스와 달리 맥락 관계를 찾아 낼 수 있었다.

6) 그 결과 기존의 국채보상운동에서는 다루지 않았거나, 또는 소략하게 기술하여 의미를 간과했던 서사요소들을 찾아 낼 수 있었다. 또한 기존의 개별적 지식의 집합에서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스토리의 주제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역사 재현 큐레이션이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국채보상운동에 대한 기존의 콘텐츠 이외에 아래의 예와 같은 다양한 스토리 주제와 인물, 사건, 문헌 간의 관계 등 흥미로운 세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말, 대한제국기 국민의 의식을 깨운 계몽운동, 서포를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에서 도입한 신지식과 지식인간의 교류, 여성단체를 조직하고 모금운동을 펼친 전국의 여성들, 국채보상운동을 확산시킨 신문과 잡지들, 특히 영국인 사장의 외교특권으로 자유롭게 반일 논조를 펼친 대한매일신문에 대한 이토히로부미 통감의 집중적 통제시도와 외교마찰.

7) 이 연구는 다음 세 가지의 의의를 갖는다.

첫째, 기존 국채보상운동 연구의 시각을 넓혀 시간적·지리적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시대적 상황과 환경적 지식요소를 대폭 확대하였다. 이렇게 관련 맥락 정보가 포함된 통합적 시맨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함으로써 새로운 서사와 스토리 주제를 발견할 수 있었으며 국채보상운동은 외채부담에 독립을 위협받는 현대의 개도국에도 해당되는 현재 진행형의 주제이다.

둘째, 우리나라 근대사에 관한 서술은 정치사·이념사·투쟁사에 편중된 경향이 짙은 반면 이 연구는 역사 재현을 위한 아카이브 구축에서 데이터의 균형성과 포괄성을 지향하였다. 가치중립적이고 망라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방법은 특정한 이념적 편향성을 막아준다. 데이터에 근거할 때 역사 인물의 공적과 과실이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현대의 서술자의 가치관에 따른 편향된 평가 관행을 탈피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셋째, 본 연구가 지향하는 시맨틱 아카이브는 사건의 직접적 자료뿐만 아니라 국내외 시대적 환경에 관한 자료 및 그 상호 관계성을 살필 수 있는 근거 자료들을 모두 취급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였다. 이로써 시대적 상황과 외교 관계는 물론 여러 차원의 문화사, 생활사와 같은 미시사적 관심 사항들을 풍부한 맥락정보로 데이터베이스화 할 수 있었다.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이제 한국인들의 문화유산의 차원을 넘어 유네스코가 인정한 중요한 세계적 기록문화유산이 되었다. 그 중요성에 걸맞게 연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채보상운동 데이터의 세계적 유통과 활용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 연구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국채보상운동 아카이브는 국제적 기술 표준을 충실히 준용하였으므로 콘텐츠의 외국어 번역도 최소의 개입으로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노드들을 적합하게 영문화 해야 하는데 이것이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세계적 공유와 연구를 위한 후속 과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