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명칭 영문표기 기준 규칙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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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25. 세계일보

「문화재명칭 영문표기 기준 규칙」의 시행을 반기며


「문화재명칭 영문표기 기준 규칙」이 지난 8월 1일부터 문화재청 예규로 시행되게 되었다. 이 규칙은 우리나라 국가 지정 문화재 및 등록 문화재의 이름을 영어로 명명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 기준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문화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의 증대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세계인들에게 바르게 알리고 이해시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에 알릴 가치가 있는 우리 문화유산 하나하나가 외국인도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문화재 이름의 함축된 의미를 역사적·사회적 배경이 같지 않은 다른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주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 외국어 명칭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문화재가 사람에 따라, 매체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면 이로 인한 혼란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문화재청에서 제정한 예규는 유사한 성격의 문화재에 대해 일관성 있는 영어 명칭을 부여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재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번역의 기준도 그 대상의 성격에 따라 달리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 이번 문화재청의 예규는 문화재의 유형 및 조어(造語) 상의 특징에 따른 번역 기준 17 가지를 제시함으로써 개별 문화재의 성격에 부합하는 번역이 이루어지도록 돕고 있다. 예를 들어, 건조물․유적 및 명승문화재의 경우 에는 유적 이름 전체를 로마자로 표기하고 사용 용도를 표시하는 후부 요소(‘궁’, ‘산’ 등)의 의미역을 덧붙이는 방식을 취하지만 (경복궁 → Gyeongbokgung Palace), 도자기나 불상과 같은 문화재는 국문 의미소(명명요소)를 뜻에 따라 번역하는 방식을 따르도록 했다. (청자 상감당초문 완 → Celadon Bowl with Inlaid Scroll Design, 금동보살입상 → Gilt-bronze Standing Bodhisattva), 한편 무형문화재나 도서, 회화 작품 등 본래의 고유한 이름에서 따온 문화재 명칭은 명칭 전체를 음역하고 의미역을 괄호 속에 덧붙이는 방식을 취하 고 있다. (강강술래 → Ganggangsullae (Circle Dance), 삼국유사 → Samguk yusa (Memorabilia of the Three Kingdoms) ) 음역, 또는 의미역 어느 한 방향으로 획일화하기보다는 문화재 각각의 성격을 고려하여 음역과 의미역을 혼용할 수 있도록 하되, 모호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형별 적용 기준을 상세화한 것이 이 기준안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이번 예규의 시행은 “문화재 활용과 안내·해설 분야 등에서 학술적·관광적·국제적으로 편익을 제공하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 는 데 공감한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는 한국문화의 다양한 모습을 총체적으로 담아내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을 편찬·간행하고 있는데, 이 속에는 우리나라의 모든 국가 지정 문화재와 시·도 지정 문화재가 본항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 콘텐츠의 국제적인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기사 항목명과 간추린 기사 본문을 영문으로 번역하여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재명칭 영문표기 기준 규칙」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일을 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움이 많았고, 시간과 비용의 낭비도 작지 않았다. 「문화재명칭 영문표기 기준 규칙」 은 한국학중앙연구원뿐 아니라, 한국문화 관련 분야에서 외국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모든 조직에서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문화재명칭 영문표기 기준 규칙」이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수록, 현재의 기준 규칙에 담긴 내용 중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것에 대한 요구도 많아질 것이다. 문화재청의 주무 부서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피드백에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이 기준 규칙의 합리성과 효용성을 지속적으로 증진시켜 주시기 바란다. 의미있는 성과를 이루어내신 문화재청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김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