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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광주에 세운 극장, 광주좌
이야기
1908년 봄, 광주천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한협회 광주지회가 주최한 광주국악경창대회가 처음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순종 황제 즉위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로, 나라 잃은 시대를 앞두고 민중의 마음을 다잡고자 한 애국계몽운동의 일환이었다. 대한협회는 본래 대한자강회의 정신을 이어받은 단체로, 각지에 지회를 두고 국민의식 고양과 자주 독립의 뜻을 널리 알리고자 했다.
광주에서도 이 뜻에 호응해 지회가 조직되었고, 그들이 기획한 국악경창대회는 지역민의 큰 관심을 끌었다. 광주천의 흐르는 물소리를 배경으로 한창 펼쳐진 대회에서는 판소리, 가곡, 민요가 이어졌고, 그 울림은 도심 전체로 번졌다. 대회가 성황리에 끝나자 군중들은 태평가를 합창하며 광산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옛 객사 건물로, 임금을 상징하는 궐패를 모시던 장소였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만세를 부르며 조선의 혼을 되새겼다.
비록 시대는 격동이었으나, 광주천변에서 울려 퍼진 국악의 선율은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웠다. 그날의 함성은 훗날 광주에서 이어지는 수많은 국악경연대회의 모태가 되었고, 음악으로 나라의 정신을 잇는 첫 장이었다.
스토리 그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