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2024-C397
고경명의 무등산 여행기: 산중으로 들어가며 암자와 절경을 만나다
이야기
고경명(高敬命, 1533~1592)은 당시 광주목사이던 임훈(林薰, 1500~1584) 일행과 함께 1574년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 동안 무등산 일대를 유람했다. 『유서석록』은 그가 남긴 기행문으로, 조선 중기의 산행 방식과 사찰 문화, 풍경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그중 4월 21일의 기록은 산중으로 들어가며 암자와 절경을 만난 하루를 전한다.
이날 고경명은 임훈 일행과 합류하여 증각사에서 출발했다. 일행은 중령과 냉천정을 지나며 험준한 산길을 올랐다. 냉천정에서는 바위틈에서 솟는 샘물을 마시며 잠시 쉬었고, 이어 입석대와 입석암으로 향했다. 입석암은 겹겹의 암봉이 이어진 험지로, 북쪽의 불사의사에서는 좌선만 가능한 협소한 방장과 석대, 고목의 그늘이 기록되었다.
해가 저물자 일행은 염불암에 도착해 유숙하였다. 염불암은 승려 강월이 창건하고 일웅과 보은이 중창한 암자로 전하며, 동쪽에는 지공대사가 수도했다는 지공너덜이 있어, 바위와 불교 전승이 맞닿은 신비한 풍경으로 묘사되었다. 이날의 여정은 험로와 암자를 잇는 산행으로, 고경명은 바위와 샘, 불교의 흔적 속에서 산의 생명력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스토리 그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