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2024-C072
허구의 사평역, 광주의 문화콘텐츠가 되다
이야기
광주의 옛 남광주역(기차)은 더 이상 기차가 서지 않지만, 문학 속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의 발걸음을 맞이한다. 시인 곽재구는 이 역에서 영감을 받아 시 「사평역에서」를 썼다. 허구의 사평역을 배경으로, 떠나간 사람과 남겨진 이들의 이별과 그리움을 담아낸 이 시는 1983년 시집 『사평역에서』에 수록되어 창비에서 출간되었고, 발표 당시에는 《중앙일보》 지면에 실렸다.
이 허구의 역은 소설가 임철우의 손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얻었다. 그는 소설 『사평역(소설)』에서 곽재구의 시를 모티브 삼아, 역사와 기억을 교차시키는 단편을 창작했다. 임철우는 광주의 상처와 저항을 다뤘던 소설『봄날(소설)』의 작가이자, 5.18민주화운동의 시대적 울림을 문학으로 풀어낸 인물이다.
「사평역에서」의 허구 공간은 실제 남광주역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현실을 초월한 정서적 무대가 된다. 시와 소설 속 사평역은 기다림과 이별, 그리고 돌아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은유로,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오늘날 '사평역'은 실재하지 않는 지명이지만, 광주의 문화콘텐츠 속에서 살아 있는 장소다. 시와 소설이 만들어낸 허구의 역이 오히려 실제 역사와 감정을 담아내며, 문학이 어떻게 도시의 기억과 정체성을 확장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스토리 그래프
이야기 지도
- 5.18 민주화운동과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