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2024-C100
말이 머문 돌, 시가 걸린 사직공원 산책
이야기
광주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광주 사직공원은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지닌다. 그 속을 걷다 보면, 한 모퉁이에 모여 선 시비들이 발길을 붙든다. 이곳에는 조선과 근현대, 전쟁과 평화의 시대를 거친 시인과 장수들의 목소리가 돌에 새겨져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김덕령의 시비로 의병장이자 시인이었던 김덕령이 지은 『춘산곡(春山曲)』이 단아하게 새겨져 있다. 스승 박상과 제자 송순의 학문과 시맥이 이곳에서도 함께 머문다. 박상의 시비에는 「깊은 산에 묻혀」가 새겨져 있고, 송순의 시비에는 그가 쓴 시 「황국화가」가 새겨져, 제자와 스승의 흔적이 나란히 남았다.
근현대의 숨결도 이어진다. 이수복의 시비에는 시 「봄비」가, 박봉우의 시비에는 「조선의 창호지」가 새겨져, 일상의 감각과 전통의 이미지를 전한다. 그리고 한쪽에는 윤선도의 시비가, 또 다른 곳에는 이순신의 한산도가 시비가 서 있다. 「윤선도 시비」의 은거 정신과 「이순신 시비」의 호령이, 같은 공원 안에서 묵묵히 공존한다.
이 산책길은 돌에 새겨진 글자들이 시대를 넘어 서로 대화를 나누고, 걷는 이로 하여금 그 대화를 엿듣게 한다. 사직공원은 그렇게 말과 시가 머무는 자리를 오늘까지 품고 있다.
스토리 그래프
이야기 지도
- 기념하는 마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