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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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1969년 김지하[1]가 발표한 시이다.

내용

간다

울지 마라 간다

흰 고개 검은 고개 목마른 고개 넘어

팍팍한 서울길

몸팔러 간다



언제야 돌아오리란

언제야 웃음으로 화안히

꽃 피어 돌아오리란

댕기 풀 안쓰러운 약속도 없이

간다

울지 마라 간다

모질고 모진 세상에 살아도

분꽃이 잊힐까 밀냄새가 잊힐까

사뭇사뭇 못 잊을 것을

꿈꾸다 눈물 젖어 돌아올 것을

밤이면 별빛 따라 돌아올 것을



간다

울지 마라 간다

하늘도 시름겨운 목마른 고개 넘어

팍팍한 서울길

몸팔러 간다


해석

주제 : 서울로 가는 농촌 젊은이의 비애
시적 상황 : 농촌 젊은이인 화자가 정든 고향을 버리고 노동력을 팔기 위해 서울로 기약 없이 떠남
시적 화자의 태도 : 주위 사람들과 자신을 향해 ‘울지 마라.’라고 당부하며, 안타까움과 연민의 정서를 드러냄

1960년대 이후 우리 농촌은 왜곡된 경제화 정책과 농촌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으로 말미암아 서서히 쇠퇴 일로를 걷기 시작하였다. 그로 인한 농민들의 대규모 이농현상과 농촌의 공동화현상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게 되었다.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도시로 몰려간 농민들은 단순히 노동력만을 파는 것을 지나 여인들은 몸을 팔게 되었음은 물론, 결국에는 농촌의 삶 또는 그들의 정신마저 도시에 팔게 되는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이농 현상은 단순히 농촌만의 문제가 아닌, 전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된 동시에 한국인 모두가 고향을 잃어버리게 됨으로써 심각한 고향 상실 의식을 갖게 되었다. 이 시는 바로 이러한 이농 현상과 그로 인한 농촌 문화의 붕괴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서글픔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특징[2]

성격 : 독백적
표현상 특징 :

  • 대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내용은 독백의 성격을 띠고 있다.
  • 유사한 구절의 반복을 통해 의미(현실 생활)를 강조하며,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어휘 및 구성 파악 :

  • 간다/울지 마라 간다 : 남겨진 이에게 하는 말. 반복으로 인한 운율감 형성.
  • 흰 고개 검은 고개 목마른 고개 넘어 : 힘들고 고달픈 삶의 고비를 넘어->서울길의 힘든 여정(심리적 고통).
  • 팍팍한 서울길 :
  1. 일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
  2. 이 노동력을 팔아야만 생계가 가능한 비정하고 피폐한 도시 생활.
  3. 삼 농촌 공동체가 붕괴되어 어쩔 수 없이 농촌을 떠나가야만 하는 타향이면서 고달픈 삶의 현장.
  • 몸팔러 간다
  1. 일 남성이라면 육체 노동자, 여성이라면 공장 혹은 술집 여급의 모습을 연상.
  2. 이 육체노동을 하러 간다는 것을 자조적으로 표현함.
  • 댕기 풀 안쓰러운 약속도 없이 : 귀향의 기약이 없는 절망감.
  • 모질고 모진 세상에 살아도/분꽃이 잊힐까 밀냄새가~밤이면 별빛 따라 돌아올 것을
  1. 일‘분꽃이 잊힐까 밀냄새가 잊힐까’는 고향을 떠나지만 고향을 잊지 못함(시각, 후각 이미지) 의미.
  2. 이‘분꽃’과 ‘밀냄새’는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사물, 또는 화자가 그리워하는 대상.
  3. 삼‘사뭇사뭇’은 ‘사무칠 정도로 매우’ 뜻.
  4. 사‘밤이면 별빛 따라 돌아올 것을’은 ‘꿈에도 고향을 잊기 힘듦’ 의미->그리움 강조.
  5. 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가 드러남. 도시 노동자로 생활하게 되더라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언제나 가지고 있을 것임.

☞ 1연과 3연은 변형된 수미 상관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다만 1연의 3행 '흰 고개 검은 고개 목마른 고개 넘어'가 3연의 3행에서는 '하늘도 시름겨운 목마른 고개 넘어'로 바뀌어 변주되고 있을 뿐이다. 특히 각각의 1행, '간다'라는 단도직입적이면서 의지적인 표현이 강하다. 그렇다고 그 표현이 무슨 경쾌하고 강렬한, 혹은 힘찬 의미와 연결되고 있지는 않다. 울분과 슬픔을 모질게 참으며 힘들게 뿌리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