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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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난장이’를 쓸 당시엔 30년 뒤에도 읽힐 거라곤 상상 못했지.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래 읽힐지, 나로선 알 수 없어. 다만 확실한 건 세상이 지금 상태로 가면 깜깜하다는 거,
그래서 미래 아이들이 여전히 이 책을 읽으며 눈물 지을지도 모른다는 거, 내 걱정은 그거야.

-작가 조세희의 말-


소개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주인공 난쟁이네 가족을 통해 1970년대 대한민국 도시 빈민층의 삶의 좌절과 애환을 다룬 조세희의 연작 소설[1]이다.

수록된 단편: 「뫼비우스의 띠」, 「칼날」, 「우주여행」.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육교 위에서」, 「궤도회전」, 「기계도시」, 「은강 노동가족의 생계비」,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클라인씨의 병」,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에필로그」

특징

  • 연작 형식 - 연작 형식은 소설의 양식을 확장시키면서 이야기의 긴장과 이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난장이 시리즈에서 이러한 형식이 성공적으로 적용된 이유는 1970년대 소설이 단편 형식으로는 현실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웠고, 반면에 장편 형식으로는 현실을 충분히 개괄하기에는 아직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1978년에 완결된 이 작품은 1970년대의 사회적 갈등에서 소외된 노동자 계급에 대한 문학적인 보고서로 볼 수 있으며, 독립된 단편소설들을 결합하여 삽화적인 장편소설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작품에는 총 열 두 편의 단편소설이 통합되어 있으며, 전반적인 이야기는 난장이 일가의 삶으로 요약되는데, 이는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의 기반을 찾지 못하며 겪는 비참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인상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수록된 단편

뫼비우스의 띠


"면에는 안과 겉이 있다. 종이는 양면을, 지구는 내부와 외부를 갖고 있다. 직사각형 종이를 한번 꼬아 양끝을 붙이면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는 한쪽 면만 갖는 곡면이 된다.

이것은 이미 제군들이 아는 뫼비우스의 띠이다. 여기서 안과 밖을 구별할 수 없는 곡면을 생각해 보자."


  • 주제: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는 인간의 가치 혹은 도시 빈민의 삶과 좌절, 사물을 보는 고정관념에 대한 경고
  • 내용: 앉은뱅이와 꼽추의 이야기를 통해 철거민의 삶을 조명하면서도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끊임없는 뫼비우스의 법칙을 설명함
  • 줄거리: 앉은뱅이와 꼽추, 몸도 성하지 않고 생활도 어려운 그들의 주거지가 붕괴된다.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해 그들은 살 집을 빼앗겨 버렸다. 아파트 입주권은 나왔지만, 입주금이 부족해 시에서 주는 이주 보조금보다는 살짝 더 많은 돈을 받아 입주권을 팔아야 했고, 그 돈으로 자신들의 집에서 세운 사람들에게 전세금을 계산해 주었지만 결국은 돈이 부족하여 자신들의 삶의 기반이 사라졌다. 동네 다른 이들은 집을 잃으면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과 대치했지만, 꼽추 가족은 침착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살 집마저 잃은 상황에서 그들은 복수를 다짐한다. 기름통을 준비하고 의지를 굳게 먹는다. 그러나 앉은뱅이는 적극적인 반면, 꼽추는 겁에 질려 있다. 앉은뱅이는 살이 피둥피둥한 부동산업자와 만나 집 가격에 대해 협상한다. 부동산업자의 거짓말에 화를 내린 앉은뱅이는 그를 차에 태우고 기름을 쏟아 불을 지른다. 이 끔찍한 살인을 저질러버린 앉은뱅이와 함께 꼽추도 복수 계획에 가담했지만, 그는 앉은뱅이의 무서운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다. 앉은뱅이는 강냉이 기계를 사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계획하고, 꼽추는 약장수를 따르기로 결심한다. 그는 앉은뱅이의 복수에 두려움을 느껴 떠나기로 결정한다. 둘이 헤어진 후 혼자 남은 앉은뱅이는 눈물을 흘린다.
  • 특징
    • 액자식 구성: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에 사실성을 부여하여 신뢰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외부 이야기를 통해 내부 이야기의 의미를 암시하기도 한다.
    • 우화적 기법으로 사회의 부조리성을 풍자적으로 고발했다.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2편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데,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은 일종의 액자 소설의 형태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1970년대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품 속의 수학 교사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현실을 인식하도록 가르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작가는 수학 교사의 비유적인 이야기를 통해 '뫼비우스의 띠' 문제를 중요하게 강조하며, 이것이 나타내는 바는 세상의 만물이 종종 뫼비우스의 띠처럼 앞과 뒤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사실이나 진실로 여기는 것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에 대한 엄격한 비판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주제를 제시한다.
    • '뫼비우스의 띠'는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없는 곡면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작가는 이 개념을 통해 당시 사회의 산업화로 인한 다양한 문제를 소개하며, 선과 악, 정의와 불의를 분간하기 어려운 사회를 묘사한다. 이는 언제나 안과 밖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는 고정된 관념을 깨고자 하는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작가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진실이 사실은 다를 수 있다는 깨달음, 즉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러한 사고 방식의 전환과 비판적 사고는 소설의 내용과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나는 불행하게도 그들은 아버지의 모습만 옳게 보았지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는 것을 맹세할 수 있다. 우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하였으며,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 주제: 도시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삶의 고통과 좌절
  • 내용: 소외 계층을 대표하는 난쟁이 가족의 삶을 통해 산업화 시기 도시 빈민의 아픔을 이야기
  • 줄거리: 다섯 식구는 어느 날 철거 계고장을 받게 된다. 그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철거 후 얻은 입주권을 판다. 두 번째로, 철거 후 입주권을 얻어 추가금을 내고 아파트에서 산다. 가난한 상황에서는 추가금을 내고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대다수의 철거민들은 입주권을 팔아서 다른 지역의 집을 구했다. 그러나 난쟁이네는 명희네에게 빚이 있어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입주권 값이 상승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명희는 막내 여동생인 영희의 친구이자 장남인 영수와 사이가 있었다. 그녀는 다방 종업원이자 고속버스 안내원이었으며,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임신하고 자살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난쟁이네가 가진 입주권의 가치가 상승했다. 어머니는 젊은 부동산 업자에게 25만원에 입주권을 팔아 돈을 상환했다. 나머지 돈으로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그 이후로 아버지와 영희가 행방불명이 되었다. 영수와 영호는 아버지와 영희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두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세 식구는 다른 도시로 떠나기로 했다. 아버지는 벽돌 공장에서 자살하였다. 영희는 자신의 입주권을 판 젊은 부동산 업자를 따라가 사라졌다. 이 젊은이는 부자였고, 영희를 원했다. 서로에게 필요한 관계였고, 영희는 젊은이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날, 영희는 젊은이의 금고에서 자신의 입주권과 돈을 훔쳐 도망갔다. 영희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가족들은 이미 성남으로 떠났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희는 가만히 누워 생각에 잠겨 있다.
  • 특징
    • 배경: 현대(시간적) / 낙원구 행복동(공간적)
    • 난장이 가족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의 삶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점(물질 만능주의)을 고발하고 비판했다.
    • 대립적 세계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선악의 대립 구도는 사회적 모순을 극명히 드러내면서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도 할 수 있다.


  • 인물 관계도

난장이 인물 관계도.jpg


난쟁이(아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나, 삶이 현실적으로 어렵자 이에 절망하여 자살함
엄마: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함
영수: 공부를 잘하는 성숙한 아이였으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공장에서 일했음
영호: 형과 함께 공장에서 일했으나 이후 쫓겨남
영희: 가족을 위해 박우철로부터 입주권과 돈을 훔침
박우철: 난쟁이 가족의 입주권을 헐값에 샀음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그날 밤 꿈을 꾸었다. 수백 수천 마리의 큰 가시고기들이 뼈와 가시 소리를 내며 와 내 그물을 물었다. 수없이 걸려 올라왔다. 나에게 뛰어 올라와 가시가 몸에 닿을 때마다 나의 살갗은 찢어졌다. 아픔 속에서 살려 달라고 외치다 깼다. 저녁놀이 창가에 와 닿았다. 여자아이가 늙은 개에게 밥을 가져다주며 목을 끌어안았다. 난쟁이 부인도 아들이 끌려나갈 때 그런 몸짓을 했었다. 사람들의 사랑이 나를 슬프게 했다.”


  • 주제: 기업주의 비윤리적인 횡포와 노동자의 고통스런 삶
  • 내용: 자본가의 무관심을 중심으로 노동자와 자본가 간의 대립을 드러냄
  • 줄거리: 이 작품은 은강그룹 회장의 아들인 경훈의 시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경훈이 자신의 숙부를 칼로 난쟁이 가족의 큰아들 영수의 재판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난쟁이의 큰아들은 범죄를 자백하고, 명확한 증거물도 확보되었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변호인이 은강 그룹 회장을 노동자 억압의 중심으로 두어서 죽여야 했다는 투사적 논리를 편다. 이에 대해 경훈은 자본가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며 무시한다. 한지섭이라는 증인은 난쟁이의 큰아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생하고 있었고, 현재도 인간으로서 대우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그러나 경훈은 자본가의 입장을 지키며 이를 무시하고, 결국 재판 결과는 난쟁이 큰아들에게 사형이 선고된다. 작품은 이 사건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과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자본가의 무관심을 비판한다. 이로 인해 경훈은 자신의 부모님과 받은 사랑, 그리고 현실에서 벗어나 행복한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은 결말에서 꿈에서의 경험을 통해 아버지와의 관계와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게 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버지의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현실과의 갈등을 겪게 된다.
  • 특징
    • 이 작품의 제목은 '그물'은 자본가를 대표하는 은강 그룹을, '가시고기'는 노동자를 상징적으로 가리키는 소재이다. 그리하여 노동자들이 자본가의 압박과 폭력으로 인해 앙상하게 뼈만 남은 상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 은강 그룹 회장의 손자인 경훈의 시점으로 자본가의 비윤리성과 부도덕성,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의 화해 불가능성 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 그물과 가시고기의 관계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둘은 먹고 먹히는 관계이며 생존을 위해서는 서로 대립하고 투쟁할 수밖에 없다.

각주 (참고 페이지)

  1. 1979년에 제13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