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경기도
한국의 지리: IV. 수도권 > 2. 경기도
2. 경기도
2013년에 경기도는 면적이 10.2만㎢ 국토의 10.1%이고, 인구는 1,22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3.9%, 인구밀도는 1,202명/㎢이다. 인구는 서울보다 많아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고, 인구밀도는 도급에서는 가장 높고, 울산광역시 및 세종시보다도 높다. 특히 도급에서 인구밀도 1,000명/㎢이 넘는 유일한 곳이며, 전국 평균의 510명/㎢보다도 2배 이상 높다.
경기도는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외곽이 둥근 모습을 띤다. 동서 간 거리가 약 150㎞, 남북 간 거리가 약 140㎞이다. 인천광역시는 본디 대대로 본 도 소속이었으나 1981년에 직할시로 승격, 경기도에서 분리되었다. 현재 경기도는 28개의 시와 3개의 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9개 도 가운데 시의 비중이 가장 높다. 강화군과 옹진군은 1995년에 인천이 광역시로 확대될 때 이속되었으며, 현재 북한의 개성시, 개풍군, 장단군 등이 구 경기도 소속이었다.
‘경기’(京畿)라는 말은 수도를 뜻하는 ‘경’과 그 주변 지역을 일컫는 ‘기’가 합쳐진 말이다. 고려 때 수도 개성 주변 지역에 기현과 적현이라 구분되는 일종의 직할지가 있었는데, 고려 말까지 그 영역이 계속 확대되면서 ‘경기’지역이 마치 하나의 도처럼 크게 성장하였다. 이후 조선이 건국하고 수도가 한성으로 남하하자 그 전의 경기지역도 남하하면서 옛 양광도 땅의 일부를 흡수, 1413년에 경기도가 탄생하게 되었다. 서울을 둘러싸고 둥그런 형태를 띠게 된 연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도의 지세는 대체로 동쪽이 높고 서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형국이다. 포천과 가평에 1,000m 이상의 산봉이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산지를 이루고, 양평과 여주-안성 사이에도 500m급 산지가 뻗어 있다. 서부 해안 지역은 이른바 김포평야, 일산평야, 평택평야, 안성평야 등으로 불리는 저지대이다. 이들 지형은 대체로 범람원 또는 충적지로 이루어졌으며, 대부분 논으로 이용되고 있다. 한편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서울 근교를 중심으로 이러한 평야지대가 신도시 개발지도 선호되었다. 현재 서울시 상계동, 고양시 일산구, 성남시 분당구, 안양시 평촌 등은 모두 한강 본류와 지류의 충적지 위에 건설된 도회이다.
경기도는 크게 임진강 유역권, 한강 유역권, 진위⋅안성천 유역권, 그리고 서해안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임진강 유역권에는 파주, 연천, 동두천, 포천 등이, 한강 유역권에는 가평, 양평, 여주, 이천, 성남, 남양주, 의정부, 안양, 부천, 김포, 고양 등이, 진위⋅안성천 유역권에는 안성, 수원, 평택 등이, 서해안권에는 안산, 화성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경기도 서쪽의 바다는 경기만으로 불린다. 경기만은 해안선 출입이 심하고 섬도 많다. 경기만의 섬 가운데 가장 큰 강화도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섬은 옹진군에 속해있다.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강화도-교동도, 대부도-영흥도, 영종도 등은 일찍이 다리가 놓여 섬 아닌 섬이 되었다. 경기만은 조차(潮差)가 세계적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천의 대조차는 아산만(8.5m)보다 약간 작은 8.1m이다. 경기만은 해안선이 길고, 한강, 임진강, 안성천 등이 토사를 운반하여 곳곳에 간석지가 넓게 형성되었다. 강화도 장화리 해안의 간석지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1980년대에 한국은 인구변천의 전 과정을 거치고 인구 안정기에 접어든다. 1985-1990년 동안 연평균 인구증가율은 1.4%로 낮아지는데, 지역적으로는 서울ㆍ부산ㆍ대구ㆍ인천ㆍ광주ㆍ대전 6대 도시, 그리고 도에서는 경기도가 전국의 평균치 이상으로 인구가 증가한다. 이 시기에 인구증가율은 인천이 5.6%로 가장 높고, 이어서 경기도가 5.1%로 높았다. 인천도 1981년까지는 경기도에 속했으므로 광의의 경기도로 집중되는 현상은 1970년대에 이어 1980년대에도 계속되었다. 이외 경남이 0.9%, 제주가 1.0%로 평균 이하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나머지 강원ㆍ충청ㆍ전라ㆍ경북 등 7개 도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 인구가 감소하였다.
경기지역의 인구 증가 추세는 1990년대에 들어 더욱 부각된다. 연평균 0.6%로 매우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인구센서스 이래 1990-95년 사이에 서울은 처음으로 -0.7%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부산도 1995-2000년 동안 처음 -0.75% 감소하는 현상을 보인다. 1990-95년 사이에도 도시 인구는 연평균 1.64%로 증가한 반면 각 도의 군 지역에서는 연평균 -2.9%라는 높은 감소율로 인구가 빠져나간다. 이 와중에 경기도만큼은 계속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 1990-95년에 4.4%, 1995-2000년에 3.2% 증가한 경기도는 1990년대 인구증가율이 전국 최고 수준에 이른다. 1995년 이후 5년 동안 늘어난 경기도의 인구 129만 명은 전국 총인구증가수의 94%에 달한다. 1990년대 한국의 인구증가는 경기도에서만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정도이다.
1970년부터 오늘날까지 한국의 인구는 성장세가 둔화되는 반면 도시인구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경기도만큼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높은 인구증가율을 기록한다. 이러한 증가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정책이 시행되면서 진행된 이촌향도에 있다. 최근 50여 년 동안 이유가 무엇이든 한국 사람들이 새로운 거주지로 가장 많이 선택한 곳이 경기도라는 뜻이다.
물론 여기에는 서울의 인구분산정책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중요한 사실은 경기도의 인구증가로 인해 경기도의 토지이용 양상이 다른 지역에 비해 광범하고 급격하게 변화하였다는 점이다. 경기도로 몰려든 사람들이 살 집이 새로 지어졌고, 생계를 꾸려주는 새로운 산업시설이 유치되었으며, 전에 없던 새로운 길이 생겨났고,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고층건물이 들어섰다. 경기도 전역이 도시화의 길을 걸어왔다는 뜻이다. 그 결과 2013년 현재 경기도에는 1,223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경기도의 31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연천⋅가평⋅양평 등 3개 군을 제외한 28곳이 모두 시이다.
경기도는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역동적이며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는 지역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서울의 인구가 정체되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서울의 인구가 경기도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얘기한 서울 주변의 신도시 건설과 맞물려 있으며, 대단위 아파트단지로 상징되는 신도시 는 처음에 서울과 접한 위성도시 안에 세워졌지만, 점차 용인, 수원, 화성, 평택 등 더 먼 외곽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경기도는 서울로부터의 인구유입뿐 아니라 1970년대 산업화시대 이후 꾸준하게 경기도 외의 지방에서 인구가 흡입되고 있다. 이는 서울로 진입하기 위한 전단계 거주지로 서울보다는 지대가 낮은 경기도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포, 화성, 평택 등 서부 해안 지역 전국에서도 경지율이 높은 지역이었지만, 경기도는 최근 25년 동안 경지율이 25%에서 18%로 떨어졌다. 동부 산지 지역을 제외하면 경지 중에는 논이 밭보다 많았지만, 점차 밭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한때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쌀을 통칭하여 부르던 ‘경기미’는 인기가 꽤 좋았다. 특히 여주와 이천은 예로부터 쌀이 좋기로 유명하여, 3번국도 및 37번국도 변에는 ‘쌀밥집’, ‘돌솥밥집’ 등의 상호를 달고 밥을 메인 메뉴로 삼아 영업하는 식당이 적지 않다. 이밖에 대도시 주변 지역에는 채소와 화훼, 축산업이 성하다.
경기도는 서울 외곽에 형성되었던 공업시설을 받아드리면서 서울 주변에 대단위 공업 단지들이 형성되었다. 이른바 경인공업지대는 처음에 서울-인천 축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가 서울-수원 축으로 확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