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 (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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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의 해독문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2016년에 개최한 특별전 '한글, 소통과 배려의 문자(2016.6.29~12.31)'의 도록 288-289쪽을 참고 활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원문 중 옛 한글의 경우 웹브라우저 및 시스템의 문자세트(character set) 표현상 한계로 인해 표시가 불완전할 수 있으며, 각 내용상의 사소한 교정은 별도의 언급 없이 적용하였습니다. |
원문과 해석문
원문 | 해석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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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딘ᄉᆞ(新銀進士) 보아라 | 새로 입격한 진사(進士) 보아라. |
그특(奇特)ᄒᆞ다 네 일이여 | 기특하다. 너의 사마시 입격이여! |
사십연(四十年) 풍우장듕(風雨場中)을 왕ᄂᆡ젹고 ᄒᆞ야 오ᄆᆡ불망ᄒᆞ다가 놉고 발근 하날이 졍셩의 감동ᄒᆞ여 오늘날이 있시니 | 사십 년 과장을 오가며 고생하여 자나 깨나 입격을 바라더니, 높고 밝은 하늘이 정성에 감동하여 오늘날 경사가 났구나. |
ᄭᅮᆷ이냐 참이냐 됴흘시고 ᄂᆡ 일 | 꿈이냐 생시냐. 좋을시고! 내 일이여! |
이 여삼ᄉᆞ자(汝三四子)를 두엇다가 긔ᄃᆡᄒᆞ던 공명을 ᄎᆞ졔로 일우니 이젹 듁디 아니ᄒᆞ고 셰상의 잇든 흥황 오는 날이 쾌ᄒᆞ다 | 네 아들을 두었다가 기대하던 공명을 차례로 이루니, 이제껏 죽지 않고 세상의 흥겨운 일을 맞이하여 즐겁구나. |
그러나 됴선의 음덕이 돋울 ᄲᅮᆫ아이라 너의 하날 갓트신 션친의 음덕이 명명지중(冥冥之中)의 묵묵히 도아 사라잇는 어미로 이 영광을 당케 ᄒᆞ니 길겁고 늑기여 눈물이 금치 못ᄒᆞ로다 | 그러나 조상의 음덕이 도왔을 뿐만 아니라 너의 하늘 같으신 선친의 음덕이 저승에서 묵묵히 도와 살아 있는 어미가 이 영광을 맞이하게 하니 즐겁고 감격하여 눈물을 금치 못하겠노라. |
입신양명이 효지졔일이나 ᄎᆞ후 넌 더옥 부모의 은덕을 잇디 마라 | 출세하여 이름을 떨치는 것이 효의 으뜸이나 이후에 더욱 부모의 은덕을 잊지 말아라. |
사람의 욕심이 극히 무궁ᄒᆞ야 네 동ᄉᆡᆼ을 ᄉᆡᆼ각ᄒᆞ면 엇디 ᄒᆞ야 사ᄂᆡ 목뎐의 너 갓치 셔공ᄒᆞ는 모양을 볼이인지넌 |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 네 동생을 생각하면 어찌 하여야 내 눈앞에 너처럼 성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구나. |
네 일은 요ᄎᆡ(燿彩)ᄒᆞ엿시니 네 동ᄉᆡᆼ을 위ᄒᆞ여 잠시도 잇지마라 | 네 일은 잘되었으니 네 동생을 위하여 잠시도 잊지 마라. |
션ᄉᆡᆼᄭᅴ 달이기넌 아물이 영광이나 엇지감당ᄒᆞ며 | 선생께 다니는 것은 아무리 영광스러우나 어찌 감당하느냐? |
방노온 후 날포 되니 네 길거운 신상 | 방문(榜文)이 나온 지 하루 지났으니 너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
다식무병(多食無病)ᄒᆞ며 듀가범ᄇᆡᆨ(主家凡百) 엇더엇더ᄒᆞ고 슈하의 사람 업셔 엇디 견듸난요 | 잘 먹고 무탈하며 주인집의 일은 어떠한지, 또 수하에 사람이 없으니 어찌 견디느냐? |
창방이 머디 아니ᄒᆞ니 슈즁의 ᄌᆡ물업시 엇디 씨난고 | 방방례(放榜禮)가 머지 않은데 수중에 재물 없이 어떻게 쓰느냐? |
무익ᄒᆞ 염여일시노 이디 못 ᄒᆞᆫ다 | 쓸데없는 걱정을 조금도 놓지 못한다. |
어미넌 오늘를 보랴고 이젹 잇다 가 깃걸고 됴흔 마ᄋᆞᆷ 칙양치 못ᄒᆞ며 | 어미는 오늘날 경사를 보려고 이제껏 살았으니, 즐겁고 좋은 마음 헤아릴 수 없구나. |
너의 실ᄂᆡ(室內)넌 밤마다 지셩을 츅원 츅원 ᄒᆞ다가 소망이 일우니 신긔 신긔 | 네 부인은 밤마다 지극한 정성으로 빌고 빌다가 바라는 바가 이루어졌으니 신기하구나. |
너의 슉모 노후 그만 ᄒᆞ시고 네 형은 ᄃᆡᄉᆞ로 골몰ᄒᆞ여 이ᄉᆞ이 셔울 가려 ᄒᆞ더니 인지넌 파의ᄒᆞ며 | 너의 숙모는 모병이 그만저만하시고, 네 형은 과거 시험에 골몰하여 요사이 서울 가려 하더니 이제는 뜻을 버렸다. |
도문일자(到門日子)넌 사월 초구일이라 날이 극히 둇타 ᄒᆞ니 이날로 씨며 아ᄒᆡ ᄒᆞ나 오라 ᄒᆞ나 어ᄃᆡ 긔구 잇셔 결말난 후 ᄯᅩ 가리 | 집에 당도하는 날짜는 4월 초9일이 매우 좋다고 하니 이 날로 하며, 아이 하나 오라 했으나 어디 기구가 있어 결말이 난 뒤에 또 가겠느냐? |
얼린 손아 츙실ᄒᆞ고 병산은 어제 방 보ᄂᆡ여 안부듯고 산셩누넌 오라 ᄒᆞᆫ 말 그특ᄒᆞ니 | 어린 손자는 튼튼하고, 병산 집은 어제 방문을 보러 보내어 안부를 들었으며 산성 누이는 오라 하니 기특하다. |
동ᄉᆡᆼ이 덕으로 하로 우슘이 잇실가 그별ᄒᆞ자 ᄒᆞ며 빗ᄂᆡ여 씬다 ᄒᆞ고 양식 부됵ᄒᆞ니 걱졍이다 | 동생의 덕으로 하루 웃을 수 있을까 기별하자며 빚내어 쓴다고 하고 양식이 부족하니 걱정이다. |
광ᄃᆡ넌 아니 다린다 ᄒᆞ니 그특ᄒᆞ다 | 광대는 데디고 오지 않는다고 하니 기특하다. |
을경ᄋᆡ 이시 말고 명엄(銘念) 명엄(銘念)ᄒᆞ여라 | 을경애비는 잊지 말고 명심하고 명심하여라. |
눈이 어두어 ᄃᆡ셔(代書)로 씨나 ᄂᆡ 말이다 | 눈이 어두워 대신 쓰게 했으나 내가 하는 말이다. |
다시 인편잇실가 이만 젹는다 | 다시 인편이 있을런지, 이만 적는다. |
단ᄉᆞ어미 셔(書) | 진사어미 씀. |
주석
- 원문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시권(試券) - 국가경영의 지혜를 묻다』, 2015, 236쪽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