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탁(不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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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메밀가루 혹은 녹두가루 등을 반죽하여 펼친 후 칼로 길게 썰어서 만든 음식.

개설

밀가루, 메밀가루 혹은 녹두가루 등을 반죽하여 홍두깨로 민 다음에 칼로 썰어서 만든 음식이다. 밀가루로 만드는 것이 가장 쉽지만, 밀가루가 부족할 때는 메밀가루에 밀가루를 조금 섞어서 만들었다. 조선초·중기의 문헌에서 불탁(不托)은 한글로 ‘나화’, 한자로 ‘날화(剌花)’라고 쓰였다. 또 한자로 박탁(餺飥)과 박탁(䬪飥)으로도 썼다. 또 다른 표현으로 ‘탁면’도 있다. 오늘날의 한국어로는 칼국수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조선시대 문헌에서는 도절면(刀切麪) 혹은 절면(切麵)이라고 적었다. 국물이 있는 국수라는 뜻으로 습면(濕麪)이라고도 썼다.

만드는 법

불탁은 밀가루나 메밀가루, 녹두가루를 반죽하여 칼로 썬 음식을 두루 가리키는 음식 이름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명칭이 있다. 장계향(張桂香)이 한글로 쓴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 나오는 국수류는 대부분 칼로 썰거나 국수틀에 넣고 눌러서 만들었다. 칼로 써는 국수에는 ‘녹두나화’, ‘착면’, ‘별착면’, ‘난면’ 등이 있다. 그중에서 난면은 “계란을 모아 그 알이 희어지면 밀가루를 반죽하여 썰거나” 하여 만든다고 했다. 녹두나화를 만드는 법은 “가는 가루를 물에 녹게 풀어 넓은 그릇에 떠 놓고 끓는 물에 중탕하여 한데 엉기거든 그 끓는 물을 떠낸다. 묽게 익으면 찬물에 떼어 담가 희거든 작은 약과 낱알같이 썰어서 쓴다.”고 했다. 이후의 여러 요리책에서도 이름은 각기 다르지만 칼로 썬 국수 조리법이 나온다. 하지만 ‘불탁’ 혹은 ‘절면’이라는 이름의 음식 만드는 법을 적은 요리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연원 및 용도

불탁이란 이름은 중국의 문헌에 먼저 나온다. 북위 때 책인 『제민요술(齊民要術)』에서는 박탁(餺飥)이라고 적었다. 엄지손가락 크기로 잘라서 물 항아리에 담근 다음, 손으로 바닥을 눌러서 얇게 만들어 꺼내서 강한 불에서 익힌 것이라고 했는데, 칼로 썰어서 만든다는 말은 없다. 송나라 때의 구양수(歐陽脩)는 『귀전록(歸田錄)』에서 원래 당나라 사람들이 탕병(湯餠)을 불탁(不托)이라고 불렀는데, 지금 사람들은 이것을 박탁(餺飥)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조선시대 이규경(李圭景)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박탁(餺飥)은 곧 불탁이고, 곧 도절면(刀切麪)이다.”라고 했다. 이유원(李裕元)은 『임하필기(林下筆記)』에서 “불탁은 박탁(䬪飥)이다.”라고 하였다.

정조대에는 “메밀은 나중에 심고 맨 먼저 수확할 수 있으며, 결실 때까지 서리를 피할 수 있고, 불탁도 만들 수 있으니 많이 심으라.”고 권장했다(『정조실록』 22년 6월 5일). 이외에 불탁과 관련된 『조선왕조실록』에서의 기사는 모두 ‘무면불탁(無麪不托)’ 혹은 ‘무면박탁(無麵餺飥)’과 관련한 것이다. 곧 “밀이 없는데 칼국수를 만든다.”는 이 말은 허세를 부리는 형상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영조실록』 32년 3월 5일).

참고문헌

  • 『귀전록(歸田錄)』
  •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 『임하필기(林下筆記)』
  • 『제민요술(齊民要術)』
  • 張智鉉, 『韓國傳來麵類飮食史硏究』, 修學社,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