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행(經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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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부터 조선초까지 승려들이 매년 봄·가을에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경전을 독송하면서 큰길을 돌아다니던 국가 의식.

개설

원래 경행(經行)은 승려들이 수행하는 사이에 피로를 풀고 졸음을 쫓기 위해 일정한 곳 주위를 왕복하며 걷던 것을 말한다. 고려시대에는 큰길에서 경전을 독송하는 행위로 변모하였는데, 경전을 외움으로써 질병이나 재앙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이후 점차 상례(常禮)로 정착되어 국가적인 의식이 되었다. 국가에서는 경행을 백성들을 결속시키는 계기로 삼았고, 백성들은 불교 신앙으로 각종 재앙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내용 및 특징

경행은 산스크리트어 ‘비하라(Vihāra)’를 번역한 말로, 행도(行道) 또는 포행(布行)이라고도 한다. 수행 중에 피로를 풀고 졸음을 쫓기 위해 일정한 곳을 왕복하여 걷는 것을 말한다. 수행 사이에 행하는 휴식이자 운동법인 경행은 석가모니 때부터 있었다. 경행하는 방법은, 똑바로 걷되 걸음을 빨리하거나 느리게 해서는 안 되며, 다리가 저려서 똑바로 걸을 수 없을 때는 땅에 줄을 그어 두고 그 줄을 따라 걸었다. 경행의 이익에 대해서는 다섯 가지를 들고 있는데, 원행(遠行)을 견딜 수 있고, 사유할 수 있으며, 병이 적어지고, 음식이 소화되며, 선정에 오래 머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고려시대에는 승려들이 성(城) 안의 큰길에 모여 경전을 독송하는 것을 경행이라 하였다. 나아가 경행은 질병이나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거리를 행진하면서 경전을 외우고 복을 비는 불교 행사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이를 가구경행(街衢經行) 또는 여리경행(閭里經行)이라고도 하는데, 큰 법회가 있을 때 법사를 앞세우고 경문을 외우면서 불상 주위를 여러 번 계속해서 돌았다. 민간에서 질병과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불경을 외우면서 복을 빌었으므로 기복적인 성격을 띠기도 하였다. 백성들은 경행을 어려움을 이겨 내는 계기로 삼았으며, 국가에서는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의식으로 활용하였다.

변천

고려시대의 첫 경행은 1046년(고려 정종 12) 3월에 있었다. 왕이 시중최제안(崔齊顔)에게 명하여, 구정(毬庭)에 가서 분향하고 가구경행을 배송(拜送)하도록 하였다. 사람들이 거리를 세 길로 나누어, 각각 들것에 『인왕반야경(仁王般若經)』을 담아서 메고 앞서 나가면 승려들이 뒤따라가면서 불경을 외웠다. 감압관(監押官)도 관복을 입고 뒤따르면서 백성들의 행복을 기원하였다. 『인왕반야경』을 메고 간 이유는, 이 경전을 지니고 지극한 마음으로 독송하면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경행은 정종대 이후 상례가 되었다. 경행이 지속적으로 성행하였음은 1106년(고려 예종 1) 6월의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왕이 장녕전(長寧殿)에 나아가 승려 담진(曇眞)에게 명하여 선(禪)을 강설하고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게 하였는데, 이때 가구경행이 성행하여 백성들이 각자 자기 마을에서부터 『인왕반야경』을 독송하며 궁궐 서쪽까지 이르니 비가 내렸다고 한다. 당시 마을 주민들이 경전을 외우며 거리 행렬에 나섰다는 것은 이미 경행이 일반화되어 있었음을 보여 준다.

경행의 전통은 조선초기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1393년(태조 2)에 승록사에서 경행을 허락할 것을 청하면서, 고려시대에는 해마다 3월에 선종과 교종의 승려들을 모아 성 안의 큰길에서 경을 외우게 하고 이를 경행이라고 했다고 하였다(『태조실록』 2년 3월 12일). 태조가 이를 윤허함에 따라 경행은 정례화되었다.

정종대에도 경행의 전통이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1399년(정종 1)에 "명령을 받든 감찰(監察)이 공복(公服)을 갖추고 승도(僧徒)를 영솔하여 마을과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번(幡)을 달고 나각(螺角)을 불며, 경문을 외우고 작법(作法)을 행하였다."고 하였다(『정종실록』 1년 3월 13일). 그러나 이후 경행을 없애자는 신하들의 거듭된 주청에 따라 1406년(태종 6)에 폐지되었다.

참고문헌

  • 『고려사(高麗史)』
  • 『사분률(四分律)』
  • 『십송률(十誦律)』
  • 이윤수, 「연등축제의 역사와 문화콘텐츠적 특성」,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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