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五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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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음식의 맛 혹은 다섯 번째로 올리는 음식이나 양념.

개설

오미는 문자 그대로 음식의 다섯 가지 맛을 가리킨다. 오미에는 단맛인 감미(甘味), 짠맛인 함미(鹹味), 매운맛인 신미(辛味), 신맛인 산미(酸味), 쓴맛인 고미(苦味)가 있다. 다른 뜻으로 왕실의 잔칫상에서 다섯 번째로 올리는 음식을 오미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양념을 뜻할 때도 쓰였다. 사물의 형상이 조화를 이룬 상태를 오미라고도 하는데, 가령 일이 조화롭게 잘 이루어진 것을 오미가 균형을 갖추었다고 비유했다.

내용 및 특징

왕실에서는 잔치를 할 때 악조(樂調)를 올리면서 잔(盞)과 음식을 배합하는 순서를 정했다. 가령 “첫째 잔과 조(俎)를 올리면 녹명(鹿鳴)을 노래하되 금강성조(金剛城調)를 사용한다. 초미(初味)와 둘째 잔에는 오관산(五冠山)을 노래하고, 이미(二味)와 셋째 잔에는 관저(關雎)를 노래하되 자하동조(紫霞洞調)를 사용하며, 삼미(三味)와 넷째 잔과 유식(侑食)에 이르러서는 삼현(三絃)을 연주하고, 사미(四味)와 다섯째 잔에는 방등산(方等山)을 연주하며, 오미(五味)와 여섯째 잔에는 칠월편(七月篇)을 노래하되 낙양춘조(洛陽春調)를 사용한다.”고 했다(『태종실록』 2년 6월 5일).

구체적인 음식 차림의 예는 『기축진연의궤(己亥進宴儀軌)』에 나온다. 이 의궤는 1719년(숙종 45) 9월 숙종이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가게 된 것을 경축하는 의미로 올린 진연(進宴)을 기록한 것이다. 대전과 세자궁의 찬안상(饌案床) 중 미수상(味數床)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초미에는 소약과(小藥果)·세면(細麵)·양숙편(䑋熟片)·추복탕(搥卜湯)·병시(餠匙)·석류(石榴)·천엽어음구(千葉於音灸), 이미에는 백미자(白味子)·고제탕(苽制湯)·골만두(骨饅頭)·부어증(鮒魚蒸)·생복어음구(生卜於音灸)·생치전체소(生雉全體燒)·생리(生梨), 삼미에는 전행인과(煎杏仁果)·완자탕(完子湯)·계란어음구(鷄卵於音灸)·어만두(魚饅頭)·전복숙(全卜熟)·생복회(生卜膾)·족편(足片)·홍시자(紅柿子), 사미에는 홍미자(紅味子)·당저장포(唐猪醬泡)·잡탕(雜湯)·생선전유아(生鮮煎油兒)·장어음구(羘於音灸)·생복초(生卜炒)·동과만두(冬果饅頭)·포도(葡萄), 오미에는 전은정과(煎銀丁果)·금중탕(禁中湯)·낙지어음구[落蹄於音灸]·생선숙편(生鮮熟片)·저간(猪肝)·피자정과(皮子正果)·유자(柚子) 등이 순서대로 올려졌다.

음식의 조화로운 맛을 갖추는 것을 오미라고 언급한 내용은 『예서(禮書)』에서 “형정(鉶鼎)은 국[羹]을 담는 것이요, 형갱(鉶羹)은 오미를 갖추어 끓인 국이다.”는 내용에 나온다[『세종실록』 오례 길례서례 제기도설 형].

또 양념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다. 영조 때 제향 때의 음식물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김재로(金在魯)의 진언 중에 “제향(祭享)할 때에 등갱(㽅羹)은 곧 대갱(大羹)인데, 오미를 섞지 않은 것이고, 형갱(鉶羹)은 화갱(和羹)이라고도 하는데 오미를 타고 모골(芼骨, 채소)을 첨가한 것입니다.”라고 했다(『영조실록』 21년 7월 2일). 영조는 진연을 허락하면서 모든 음식에 오미와 지화(紙花)를 쓰라고 명했다(『영조실록』 42년 7월 7일).

참고문헌

  • 『기해진연의궤(己亥進宴儀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