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五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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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의 매운맛이 나는 식재료.

개설

다섯 가지의 매운맛이 나는 식재료를 가리킨다. 오신(五辛)을 먹지 말라는 규칙에서 나온 말로 ‘오신채(五辛菜)’라고 부르기도 한다. 북방 대승불교에서는 수도자에게 오신을 먹지 않도록 하는 규율이 있었다. 중국 불교에서는 마늘[蒜]·파[葱]·부추[韮]·염교[薤]·흥거(興渠, 무릇)를 오신이라고 본다. 한국의 불교에서는 마늘·파·부추·흥거는 같지만, 염교를 달래로 인식하였다. 중국의 ‘염교’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달래와는 다른 것이다. 이처럼 지역마다 사정에 맞추어 ‘오신’의 대상이 달랐다. 고려시대 이래 오신의 금기 행위는 불교의 수도자뿐만 아니라 신자들에게도 널리 퍼졌다. 조선시대에는 왕실 제사에 참여하는 사관(祀官)·집사관(執事官), 그리고 배사(陪祀)한 여러 관원도 오신을 먹지 않도록 했다. 심지어 양반은 부모나 남편의 상(喪)을 당했을 때 오신을 금기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불교의 의례뿐만 아니라, 양반의 유교식 제사에서도 제물을 만들 때 오신 중의 파와 마늘을 넣지 않는 관습이 확장되었다.

내용 및 특징

오신 금기의 관습은 매우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중국 남조(南朝)의 양(梁)나라 무제(武帝)로부터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511년(양 천감 10)에 양무제는 한 무리의 승려를 모아 놓고, 그들과 함께 영원히 고기와 술을 먹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다. 이것이 바로 ‘계천하사문(誡天下沙門)’이다. 또한 승려 1,448명을 자신의 궁전인 화림전(華林殿)에 모아 놓고, 황실 법사인 법운(法雲)에게 『열반경(涅槃經)』 중의 고기를 먹으면 부처의 큰 자비가 사라진다는 뜻의 ‘식육단대비종자(食肉斷大悲種子)’라는 문장을 강론하도록 하게 했다. 이것이 바로 육식을 금지하는 소식(素食)의 시작이다. 소식과 함께 오신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신은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많이 나는 특징이 있어 식욕을 돋우고 정력을 높여서 수양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생긴 규율이다. 한반도에는 불교와 함께 오신 금기의 규칙이 들어와서 고려시대에 강조되었다. 그 결과 조선시대 이래 유교식 제사와 상례에서도 파와 마늘을 중심으로 오신 금기의 규칙이 지켜졌다.

변천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李奎報)는 높은 벼슬에 오르면서 처음으로 오신을 끊었다는 시를 지었다. 이로 미루어 고려시대 왕족과 귀족들은 오신을 먹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이후 이러한 경향은 불교와 관련 없는 의례에도 적용되었다. 조선시대 왕실의 제사에 참여하는 제관들은 제사 전에 오신이나 파·부추·마늘·염교 등을 먹지 않도록 했다. 세조 때 환구단 제사에 참여하는 사관·집사관, 그리고 배사한 여러 관원도 파·부추·마늘·염교 등의 오신을 먹지 않도록 했다(『세조실록』 3년 1월 15일).

이런 관습은 일반 백성들에게도 확산되었다. 중종 때 충신·효자·열부의 명단을 보충하여 책을 만들면서, 부안현(扶安縣)송세정(宋世貞)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3년 동안 시묘하면서 오신을 먹지 않아 온 고을에서 그의 효성을 칭송했다는 보고가 있었다(『중종실록』 7년 5월 9일). 비록 오신의 다섯 가지 모두는 아니지만, 파와 마늘이 대표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남편의 상을 당했을 때 먹지 않기도 했다. 성종 때 김계전(金繼田)의 처 민씨(閔氏)가 남편이 죽은 지 11년이 되었음에도 소식을 하면서 술·과실과 함께 파와 마늘을 입에 넣지 않았다(『성종실록』 1년 2월 7일).

이와 같이 오신의 다섯 가지 모두를 지키지는 않았지만, 사대부가에서는 남편이나 부모의 상을 당했을 때 파와 마늘을 먹지 않는 행위를 통해 열녀와 효자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불교의 오신 금기 관습은 유교식 제사에 올리는 제물에 파와 마늘을 넣지 않는 관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참고문헌

  •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 왕런샹 지음·주영하 옮김, 『중국음식문화사』, 민음사, 2010.
  • 김민희, 「佛家의 食生活과 修行의 연관성」, 『大覺思想』제13권, 2010.
  • 주영하, 「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한국 사찰음식의 문화관광적 활용방안』,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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