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우어농(兵寓於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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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를 농민으로 충원하는 제도.

개설

병우어농(兵寓於農)은 병사를 농민으로 충원한다는 뜻으로 병사와 농민이 일치한다는 병농일치(兵農一致)와 같은 말이었다. 이것은 평상시에는 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일정한 순번에 따라 수도나 변경의 방어를 담당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농민이 병사가 되어 전쟁터에 나서는 군역제도를 뜻하였다(『중종실록』 21년 4월 7일). 병우어농에 입각한 군역제도는 국가에서 군인을 양성할 때 드는 부담이 적어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상적인 군역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내용 및 특징

『역대병제(歷代兵制)』를 쓴 남송(南宋)의 역사가 진부량(陳傅良)은, 중국주(周)·한(漢)·당(唐)나라 등이 강성할 때는 모두 병우어농의 원칙하에 군제(軍制)를 운용하였는데, 이들 나라가 기강이 점차 해이해져 병농 분리적인 군제를 채용하면서 쇠약해졌다고 주장하였다. 1661년(현종 2) 교리(校理)이민적(李敏迪)도 “고금의 병제를 보건대 번상(番上)보다 좋은 것은 없고, 장정(長征)보다 좋지 않은 것은 없다.” 하였다(『현종실록』 2년 1월 15일). 농민들이 돌아가면서 서울에 올라와 군역을 담당[番上]하는 병우어농 형태가 역사상 가장 좋은 군역제도이고, 직업군인을 양성하는 장정제(長征制)가 가장 나쁜 제도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병우어농은 백성의 대다수가 자영 농민이고, 또 백성이 왕래나 이주를 거의 하지 않아 호적상 변동이 적을 때만 가능한 제도였다. 지주전호제(地主田戶制)가 확산되어 농민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하거나 혹은 고향에서 떠나 유망하게 되면 병우어농과 같은 군역제는 시행할 수 없게 되었다. 또 상품화폐의 경제가 발전하여 백성이 상품의 생산과 유통에 전념할 때에도 병우어농의 실시는 불가능하였다. 상품화폐의 경제가 발전하는 시기에는 전업군인 제도인 모병제(募兵制)가 적합하였다.

변천

병우어농은 유학자들에 의해 이상적인 군역제로 칭송받았으나, 우리나라 역사에서 병우어농의 원칙을 전적으로 채용한 적은 없었다. 신라나 고려·조선 모두 병우어농이라는 병농일치적 군역제와 더불어 전업 군인의 제도를 병존시켰던 것이다. 즉 신라·고려·조선의 군제는 2가지 계통의 군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일정한 보수를 받으면서 군무를 수행하는 전업군인이 있는가 하면, 아무런 보수도 받지 못하고 군역을 치러야 하는 병우어농 형태의 군인이 있었다.

신라에서는 『삼국사기』「설씨녀전」에 등장하는 가실이와 같이 번상하는 농민병과 더불어 진골이나 6·5·4두품 등 귀족들로 구성된 전업군인이 있었다. 고려에서도 보승(保勝)·정용(精勇) 등의 농민병과 더불어 5품 이하의 무관들, 즉 부병(府兵)들이 전업군인이 되어 군대의 주축을 이루었다. 조선전기 역시 정병(正兵)·수군(水軍) 등 농민병이 있는가 하면, 내금위(內禁衛)·별시위(別侍衛)·갑사(甲士) 등 전업군인이 중앙군의 핵심을 이루었다. 조선후기에도 번상 농민병과 더불어 훈련도감 등 각 군영에서는 급료를 받는 군인을 양성하였던 것이다.

병우어농은 국가의 군비 부담이 없는 이상적인 군제로 칭송받았으나, 국가에서는 농민들의 군사력을 신뢰할 수 없어서 별도로 전업군인을 양성하였다. 임진왜란 중 선조는 “병사와 농민을 일치시키는 것은 안 되는 일이다. 만약 병사를 농민으로 채운다면 이들은 모두 농부이지 어찌 전쟁에 나설 수 있겠는가?” 하면서 병우어농에 대해서 전적으로 반대하기도 하였다(『선조실록』 27년 4월 17일).

조선전기에 농민들은 병우어농의 원칙에 따라 정병이나 수군이 되어 번상 근무를 하였으나, 조선후기에 들어와 농민들은 점차 군역세로서 군포만을 납부할 뿐 실제 군인으로 활동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 문반 관료들은 병우어농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군비 감축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참고문헌

  • 陳傅良, 『역대병제(歷代兵制)』
  • 김종수, 「고려·조선 초기의 부병(府兵)」, 『역사교육』 69, 1999.
  • 김종수, 「17세기 군역제의 추이와 개혁론」, 『한국사론』 22,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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