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력(百中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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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행년을 기준으로 지나간 과거의 절기와 달의 대소를 적은 역서.

개설

중국에서는 당나라 고종대 처음 만들어졌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전하는 백중력 가운데 가장 빠른 간행 년도가 1641년인 것으로 보아 최소한 인조 연간에는 만들어졌던 역서임을 알 수 있다.

내용 및 특징

백중력은 천세력(千歲歷)과 함께 장기적인 절기 시각을 다룬 역서로서 조선후기에 시헌력(時憲曆)이 사용된 이후에는 대통력법(大統曆法)과 시헌력법(時憲曆法)에 따라 추산된 역일(曆日)을 함께 기록하여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역서로, 천세력이 제작되기 이전에 만들어졌다. 백중력이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현재 전하는 백중력 가운데 가장 빠른 간행 연도가 1641년인 것으로 보아 최소한 인조 연간에는 만들어졌던 역서임을 알 수 있다. 백중력은 장기적인 역서라는 점에서는 천세력과 동일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확연히 다르다. 즉, 다가올 100여 년 간의 절기와 달의 대소(大小)를 미리 추산한 역서가 천세력이라면, 백중력은 간행년(刊行年)을 기준으로 지나간 과거의 절기와 달의 대소를 적은 역서(曆書)이다. 천세력이 1777년(정조 1)을 기점으로 하여 당저(當宁), 즉 그 당시 왕의 향후 100여 년을 추산한 미래력(未來曆)이 결합된 역서라면, 백중력은 지나간 100년간을 수록해놓은 과거력(過去曆)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천세력의 맨 앞부분에는 삼원도(三元圖)를 배치했는데 조선시대는 1444년(세종 26)을 상원(上元)으로 삼았다. 그다음은 기년도(紀年圖)를 배치했는데, 기년도는 발행년을 기준으로 100년까지를 초하루와 보름이 당겨지거나 물려지는 것과 절기가 이르거나 늦어지는 것을 미리 추산하여 천 년 뒤의 날짜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백중력은 10년마다 발행되었고, 10년 부분만 계속 그림을 그려 편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백중력은 대통력(大統曆)이 사용되던 시기에는 대통력으로, 시헌력이 사용되던 시기에는 시헌력으로 계산하여 발행되었는데, 두 역법의 절기 계산법이 달라 약간의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 정조는 어떤 사람이 동지(冬至)는 1년의 근본인데 천세력에 기재된 다가올 갑술년(甲戌年) 동지가 한 해 전인 계유년(癸酉年) 10월에 들어 있으니 이는 옛날의 역법에는 없었던 것이라고 하기에, 정조가 깨우쳐주기를 옛날의 책력은 평절기(平節氣)를 썼기 때문에 15일마다 1절(節)이 되고, 또 15일이면 1기(氣)가 되는데, 1달 안에 1절과 1기가 한결같이 항상 공평하게 나뉜다. 그런데 지금의 책력은 정절기(定節氣)를 쓴다. 그러므로 태양의 운행이 겨울에 가득 차게 되면 절기와 절기 사이의 간격이 더러 16일이나 17일이 되기도 하며, 태양의 운행이 여름에 줄어들게 되면 절기와 절기 사이의 간격이 더러 15일이나 14일이 되기도 하여 1달 안에 더러 1중기(中氣)에 2절기가 있기도 하다. 요컨대 평절기는 인위적인 데서 나왔고, 정절기는 태양의 도수(度數)에서 징험한 것이니, 2가지의 우열은 분별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하였다. 정조가 시헌력의 절기계산법인 정기법(定氣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변천

백중력은 원래 중국 당나라 고종 연간부터 사용하기 시작하였다고 전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언제 전래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대통력법이 사용되던 시기에는 만들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헌력이 사용되던 시기에 백중력은 대통력으로 계산된 절기와 시헌력으로 계산된 절기가 동시에 수록되어 있었다. 백중력은 과거력이었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역서는 아니었다. 따라서 10년마다 관상감에서 발행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결국 고종 연간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 10년마다 정기적으로 간행하던 것을 비정기적으로 간행하기로 결정되었다.

참고문헌

  • 『홍재전서(弘齋全書)』
  • 『서운관지(書雲觀志)』
  • 나일성, 『한국천문학사』, 서울대학교출판부, 2000.
  • 이은성, 『曆法의 原理分析』, 정음사, 1985.
  • 정성희, 『조선후기 우주관과 역법의 이해』, 지식산업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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