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계(書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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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조선과 일본 사이에 오고간 외교문서.

개설

조선과 일본 사이에 왕래한 외교문서인 서계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조선 왕의 명의로 일본의 막부(幕府)에 보낸 국서(國書)가 대표적이다. 또한 대마도번주(對馬島藩主)나 막부의 관리들에게는 예조 참판 또는 참의·좌랑 등 상대방의 직위에 따라 그에 상응한 직명으로 작성되었다.

내용 및 특징

서계의 규모나 격식은 엄격히 정해져 있어 국서의 경우 겉의 오른편에 ‘봉서(奉書)’라고 쓰고, 왼편에는 ‘일본국대군전하(日本國大君殿下)’라고 썼다. 그리고 서계와 함께 항상 상대의 직위에 따른 선물 목록이 첨부되었다. 국서의 경우 주첩(周帖)의 길이는 2척 4촌(2자 4치(약 73㎝)), 너비는 5촌 5푼(5치 5푼(약 23㎝))이고, 매첩에 4행씩 썼다. 겉의 오른편에 ‘봉서’라고 쓰고, 왼편에는 ‘일본 국왕’이라고 썼는데, 후에 ‘일본국대군전하’라고 바꾸었다가 1636년(인조 14) 대군으로 하였다. 1711년(숙종 37)에 일시 국왕으로 썼다가 그 뒤 다시 대군으로 썼다. 봉(奉) 자는 일(日) 자와 나란히 쓰고, 서(書)는 하(下) 자와 나란히 썼다. 이들 서계를 통해 조·일 양국 간에 주고받은 외교문서의 형태와 시대에 따라 달리 나타난 양국 간 외교현안 등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변천

1868년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을 단행한 일본은 대마도번주를 조선에 파견해 일본의 왕정복고 사실을 통보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서계를 제출하였다. 메이지유신은 그동안 막부가 가지고 있던 권력을 다시 일본 국왕에게 돌려준다는 왕정복고를 명분으로 일으킨 정변이었다. 이 유신을 통하여 일본의 정체는 새롭게 변하였는데, 이때 조선에 제출한 서계에는 ‘아방황조연금(我邦皇朝聯錦)’이니 ‘봉칙(奉勅)’과 같이 중국에서만 사용되었던 문구가 삽입되어 있었다. 또 종래 대마도번주 소[宗]씨가 사용하던 도서(圖書)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 도서는 조선에서 대마도번주에게 준 도장으로, 서계에는 이 도장을 사용하도록 하던 것이었다. 이 도장을 찍어야만 조선에서 공식적으로 통상을 허락받았다.

이 시기 조선은 고종의 섭정자로서 흥선대원군이 실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는 오랑캐를 배척한다는 양이(攘夷)를 기본으로 하는 통상수호거부정책을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이 임의로 변경한 서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조선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무력으로 조선을 정벌해야 한다는 정한론(征韓論)이 비등해졌다. 그런데 1873년(고종 10) 일본에 강경정책을 취하였던 흥선대원군이 고종의 친정(親政)으로 밀려나면서 고종은 흥선대원군의 대외정책을 바꾸어 새로운 대외정책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서계 문제에 대하여 조선의 관료들은 서계를 거부해야 한다는 측과 일단 서계를 접수하고 원만한 조일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측으로 나뉘어 대립하다가 결국 서계 거부 쪽으로 결정되었다. 그러자 일본에서는 조선에 대하여 무력을 동원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그 결과 1875년(고종 12) 9월 20일 일본은 조선연안을 측량하러 왔다는 명분으로 조선의 요지인 강화도 앞바다에 침투하였다. 조선 수군은 불법적인 일본 함대의 침투에 대응하였다. 일본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함포사격을 가하고 영종진에 상륙해 국지전을 벌여 조선의 수군에게 인적·물적 피해를 남기고 퇴각하는 운요호(雲揚號)사건을 일으켰다. 이를 빌미로 일본은 1876년(고종 13) 2월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전형적인 불평등조약인 조일수호조규를 체결하였고, 이로써 서계 문제도 종식되었다. 조일수호조규는 보통 강화도조약으로 불리는데, 일본은 이 조약에서 조선에 원산과 인천 등의 개항을 요구하였다. 이로써 종래의 서계를 통하여 통상을 허락받는 형태가 아닌 개항지에서는 자유롭게 일본인이 통상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더 이상 양국 간에 서계는 없어진 것이다.

참고문헌

  • 손승철, 『근세한일관계사』, 강원대학교출판부, 1987.
  • 이현종, 『조선전기 대일교섭사 연구』, 한국연구원, 1964.
  • 연갑수, 『대원군집권기 부국강병정책 연구』, 서울대학교출판부,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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