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蔓茶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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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密敎)에서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그림.

개설

만다라(曼茶羅)는 산스크리트어 mandala의 한자 음역으로 원래 인도 문헌에는 국토(國土)의 구획이나 서책의 장(章)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밀교에서 manda(만다)는 중심(中心), 본질(本質)을 뜻하며 la(라)는 소유(所有)를 뜻하는 접미사로 만다라는 중심이나 본질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만다라는 좁은 의미로 밀교의 신앙 체계를 그린 불화를 의미하며 넓은 의미로는 밀교의 이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성역 공간에 본존을 중심으로 다수의 집합체를 조화롭게 배열하는 것을 의미한다.

배경

만다라는 밀교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초창기 불교는 재래 신앙의 요소를 허용하지 않았으나 시간이 가면서 불교에 수용되어 새로운 사상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밀교는 인도 재래의 힌두교적 요소를 불교가 수용한 것으로 대승불교(大乘佛敎)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여래와 보살은 물론 재래 힌두교의 신들까지도 수용하여 체계화한 것이다.

밀교는 8세기에 이론적 원리를 밝힌 『대일경(大日經)』과 실천법의 체계를 세운 『금강정경(金剛頂經)』이 나오면서 사상적 체계가 완성된다. 이들 소의(所依) 경전에 의하면 법신불(法身佛)은 대일여래(大日如來)이며 이를 중심으로 태장계(胎藏界)와 금강계(金剛界)의 수행법을 익혀 실천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즉신성불(卽身成佛)을 강조하였다.

종류

만다라는 크게 양계만다라(兩界曼茶羅)와 별존만다라(別尊曼茶羅)로 분류된다. 양계만다라는 밀교의 2대 경전인 『대일경』과 『금강정경』을 근거로 하여 그린 불화로 태장계만다라(胎藏界曼茶羅)와 금강계만다라(金剛界曼茶羅)로 나뉜다. 별존만다라는 대일여래를 본존으로 모시는 양계만다라와 달리 그 밖의 존상을 본존으로 모시고 여러 가지 재난을 면하고자 하는 수행법(修行法)을 행할 때 거는 불화이다.

(1) 양계만다라

밀교 사원에는 중앙의 본존불을 남쪽을 향해 배치한 후 양 옆에 양계만다라를 거는데 동쪽에는 태장계만다라, 서쪽에는 금강계만다라를 건다.

먼저 여래(如來)의 보리심[菩提心] 및 대비심(大悲心)을 표현한 태장계만다라는 태아를 양육하는 모태에 비유한 것으로 『대일경』에 근거를 두고 있다. 태장계만다라는 대부분 12원(院)으로 구성된다. 중대팔엽원(中臺八葉院)을 중심으로 금강수원(金剛手院)·편지원(遍知院)·관음원(觀音院)·지명원(持明院)의 4원을 그리고 그다음으로 석가원(釋迦院)·문수원(文殊院)·허공장원(虛空藏院)·소실지원(蘇悉地院)·지장원(地藏院)·제개장원(除蓋障院)이 있으며 끝부분에는 외금강부원(外金剛部院)을 그려 밖으로 각 원이 설치되는 방식이다. 중대팔엽원에는 대일여래를 중심으로 4여래와 이를 보좌하는 보현보살(普賢菩薩)·문수보살(文殊菩薩)·관음보살(觀音菩薩)·미륵보살(彌勒菩薩) 4보살을 배치하고 밖으로 갈수록 상을 조금씩 작게 하여 많은 보살상을 나란히 배치하였다. 태장계만다라에 그려진 수없이 많은 여래와 보살들은 여러 가지 기능을 나누어 맡고 있으나 하나의 원에 소속되어 맡은 역할을 한다. 이는 여래와 보살이 모습과 형상을 바꾸어 여러 번 등장하는 금강계만다라와 구분되는 특징 중 하나이다.

금강계만다라는 『금강정경』을 기초로 하여 그린 불화로 태장계만다라와는 구도가 다르다. 금강계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가로·세로에 3개의 선을 그어 전체를 9등분한 9개의 방형(方形)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이를 구회만다라(九會曼茶羅)라고도 한다. 『금강정경』에 의거해 중앙에 자리한 대일여래를 중심으로 동쪽에 아촉불(阿閦佛), 서쪽에 아미타불(阿彌陀佛), 남쪽에 보생여래(寶生如來), 북쪽에 불공성취여래(不空成就如來)를 배치하였다.

금강계만다라의 중심에는 태장계만다라의 중대팔엽원에 해당하는 성신회(成身會)가 있고, 성신회의 오른쪽 하단부터 왼쪽 방향으로 항삼세삼매야회(降三世三昧耶會)·삼매야회(三味耶會)·미세회(微細會)·공양회(供養會)·사인회(四印會)·일인회(一印會)·이취회(理趣會)·항삼세회(降三世會)를 차례로 배치하였다.

(2) 별존만다라

별존만다라는 밀교 교리를 대표하는 양계만다라와 달리 밀교의 수많은 현세이익(現世利益)에 의거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기도, 수법(修法)에 따라 각각의 개별 적인 본존 구성을 가지고 있어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또한 불화가 발전해온 과정에서 양계만다라가 성립되기 이전에 극락의 정경을 묘사한 정토도(淨土圖)나 같은 크기의 상을 무수히 배열하여 그 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천불도(天佛圖) 등도 넒은 의미에서 별존만다라라 할 수 있다.

발달

중국과 일본에서는 태장계·금강계의 양계만다라가 동시에 발전하여 제작되었으나 티베트에서는 금강계만다라만 제작되었다.

밀교의 중심 만다라인 양계만다라는 우리나라에서 크게 발달하지는 못하였다. 신라시대 명랑(明朗)에 의해 밀교가 처음으로 들어온 뒤 혜통(惠通), 혜일(惠日) 등에 의하여 여러 차례 전해졌으나 양계만다라를 제작한 기록이나 유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밀교가 순밀(純密)이 체계화되기 전에 발생한 잡밀(雜密) 중에서 화엄 사상에 재래 신앙을 수용한 화엄밀교(華嚴密敎)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다라의 성격을 가진 불화로는 정토만다라의 경우 아미타회상도(阿彌陀會上圖) 또는 관경변상도(觀經變相圖), 화엄만다라의 경우에는 화엄경변상도(華嚴經變相圖), 법화만다라는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 등으로 본존을 중심으로 한 설법도(說法圖)의 형식이다.

참고문헌

  • 홍윤식, 『한국불화의 연구』, 원광대학교 출판부, 1980.
  • 홍윤식, 『만다라』, 대원사,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