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어(乾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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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방식으로 건조시킨 물고기.

개설

건어(乾魚)는 생선이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건조시킨 어물(魚物)을 말한다. 냉장이나 냉동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조선시대에는 생선을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다양한 건조법을 고안하였는데, 문어나 오징어는 그대로 말리고, 명태는 찬바람에 얼려서 말리며, 조기와 대구는 염장해서 말리고, 조개류와 전복은 쪄서 말렸다. 건어물 중에서 상태가 특히 좋은 것은 왕실이나 중국에 진헌하였다. 그리고 잉여품으로 필요한 물품을 교환하기도 하였다. 건어는 제사에 꼭 필요한 중요한 제물로 인식되었으며, 때로는 선물이나 뇌물로도 사용되었다.

내용 및 특징

어물은 생물과 건어물로 크게 구분한다. 어물은 강이나 바다에서 포획되어 육지로 올라온 순간부터 부패와 변질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짧은 기간 내에 가까운 지역을 이동하는 경우에는 생물로도 유통이 가능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할 때에는 보관상 어려움을 겪었다. 추운 겨울철을 제외하면, 별도의 가공 처리가 필요하였다. 때문에 조선에서는 소금에 절이는 염장법(鹽藏法), 화학적으로 발효시키는 발효법(醱酵法), 그리고 수분을 완전히 말려서 부패 세균의 번식을 막는 건조법(乾燥法) 등 생선을 가공 처리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고안해 왔다. 그중에서 건조법은 비록 건조시키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는 했지만, 소금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염업이 발달하지 못한 조선에서 사용하기에 매우 유용한 방법이었다. 이는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어물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대개 어물을 건조시키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생선의 배를 가르고 내장과 알을 제거한다. 그런 다음, 생선을 깨끗이 씻어서 건조장에 걸거나 눕혀서 말린다. 이처럼 생선을 손질하여 그대로 말리는 방법을 소건법(素乾法)이라고 하는데, 주로 문어나 오징어를 말릴 때 사용하였다.

명태의 경우는 동건법(凍乾法)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가공하였는데, 이는 말 그대로 얼려서 건조하는 것, 즉 차가운 바람을 쐬어 말리는 방법이다. 또한 소금 간을 적당히 하여 말리는 염건법(鹽乾法)은 조기나 대구를 말릴 때, 쪄서 말리는 방식인 자건법(煮乾法)은 조개류나 전복을 말릴 때 주로 사용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건어물은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하였다. 첫째, 왕에게 진상하여 왕실의 일상 음식과 의례 음식에 사용하거나, 특별한 날 신하에게 하사하였다. 하사품으로 사용하는 어물은 12월과 1월을 제외하면 대개 말린 상태의 것을 사용하여서 건제품을 일상적으로 소비하였음을 알 수 있다. 효종의 대군사부였던 윤선도(尹善道)는 세시별·계절별·행사별로 은사품(恩賜品)을 하사받았는데, 한 번에 받은 생선의 양은 문어의 경우 큰 것은 반 마리를 받았고, 작은 것은 3마리를 받았다. 대하는 20개, 전어는 20마리, 석수어는 5~30속, 생위어는 5~7두름, 은구어는 15마리, 청어는 1두름 또는 3두름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한강 하류 일대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어종인 위어(葦魚)는 윤선도가 받은 어류 중에 가장 양이 많았다.

둘째, 건어물은 중국 황제에게 바치는 중요한 진헌 물목 중 하나였다. 중국인들은 조선에서 생산되는 건어물 중 특히 문어·연어·대구·전복·해삼·홍합 등을 좋아해서 이들 물목에 대해 끊임없이 조공을 요구했고, 심지어는 사신 편에 아예 구체적인 물목과 수량까지 명시해서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성종실록』 9년 12월 21일).

셋째, 건어물은 중요한 무역품 중 하나였다. 중국과의 대외무역에서는 건어물과 비단을 주로 교환하였고, 국내에서는 쌀 혹은 면과 같은 물품과 물물교환하였다.

넷째, 건어물은 제사를 지낼 때 반드시 필요한 제물로 인식되었다(『세종실록』 15년 12월 29일). 유교가 완전히 정착한 조선후기에 이르면, 건어물 소비가 급증하여 유통과 가공법이 더욱 발달하였다. 마지막으로 건어물은 선물이나 뇌물로도 종종 이용되었다. 특히 중국에서 온 사신이나 성절사(聖節使)·동지사(冬至使)의 자격으로 중국에 가는 정사(正使)·부사(副使)·서장관(書狀官)에게는 특별히 건어를 선물로 주었다(『문종실록』 1년 1월 26일).

참고문헌

  • 『사례편람(四禮便覽)』
  • 『종묘의궤(宗廟儀軌)』
  • 부경대학교 해양문화연구소, 『조선시대 해양환경과 명태』, 국학자료원, 2009.
  • 최진옥, 「왕실에서 보내준 먹거리」, 『조선 백성의 밥상』, 한식재단,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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