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洪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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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릿과의 바닷물고기.

개설

공어(䱋魚) 혹은 공어(魟魚)라고도 한다. 전국의 여러 지방에서 생산되었다. 겨울에서 이른 봄에 먹어야 맛이 좋다. 홍어(洪魚)를 이용한 음식으로는 회, 구이, 국, 포 등이 있다. 전라남도 나주 지역에서는 특이하게도 삭힌 홍어를 즐겨 먹었다. 이러한 음식 관습이 1990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되면서, 삭힌 홍어가 전라도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원산지 및 유통

『세종실록』 「지리지」에 의하면, 홍어는 경기도·충청도·경상도·평안도가 주생산지였는데, 그중에서도 경기도 안산군·태안군·서산군, 충청도 보령현, 경상도 울산군에서 지역 특산물로 홍어를 진상하였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이 지역 외에 전라도, 황해도, 함경도에서도 홍어가 생산된다고 하였다. 이응희(李應禧)는 『옥담사집(玉潭私集)』에서 홍어는 서해에서 생산된다고 하였다.

홍어는 흑산도를 비롯하여 서해안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어 왔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인해 1980년대 중반부터 홍어가 잡히지 않아 홍어 품귀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로 인해 홍어는 특별한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매우 귀한 생선이 되었다. 1992년에 칠레산 홍어가 대량으로 수입되고, 또 삭힌 홍어가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되면서 홍어 소비가 급증하게 되었다. 현재는 칠레 외에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러시아, 포클랜드 등에서도 홍어가 수입되고 있다.

연원 및 용도

홍어의 생김새는 매우 독특하다. 몸이 마름모꼴에 가깝고, 가로로 넓적하게 퍼져 있으며, 아래쪽에 입이 있다. 큰 것은 몸길이가 1.5m에 달하기도 한다. 이시진(李時珍)이 쓴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홍어를 태양어(邰陽魚)라 하였고, 물고기 모양이 반(盤) 혹은 연잎을 닮았다 하여 하어(荷魚)라 한다고도 하였다. 허준(許浚)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공어(䱋魚)라는 이름으로도 등장한다.

정약전(丁若銓)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분어(鱝魚)가 원명(原名)이고, 홍어는 속명(俗名)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분어는 모든 가오리 무리를 지칭하는 것이므로, 엄밀히 말해 정확히 홍어를 대신하는 말이라 보기는 어렵다. 홍어는 암놈이 크고 수놈이 작으며, 가시를 박고 교미하는 모습이 괴이하다 하여 해음어(海淫魚)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홍어는 중국에 조공으로 바치거나 중국에서 온 사신을 접대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태종실록』 17년 8월 13일)(『세종실록』 11년 7월 19일). 홍어 가죽은 금실로 화려하게 짜 넣은 직물인 직금(織金)을 만드는 데에 사용되기도 했다(『세조실록』 4년 2월 28일).

홍어는 겨울과 이른 봄이 제철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홍어는 동지가 지나야 잡히고 입춘 전후에야 살이 찌고 제 맛이 난다고 하면서, 2~4월이 되면 몸이 쇠약해져서 맛이 떨어진다고 하였다. 홍만선(洪萬選)의 『산림경제(山林經濟)』와 최한기(崔漢綺)의 『농정회요(農政會要)』에서도 봄에 진달래가 필 무렵에는 홍어를 먹을 수 없다고 하였다.

홍어는 어육뿐 아니라 뼈를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이응희는 『옥담사집』에서 홍어는 뼈가 부드러워 씹기가 좋고 살이 넉넉하여 국을 끓이기에 좋다고 하였다. 홍만선은 『산림경제』에서 홍어의 미끈거리는 점액을 씻어 내고 편으로 잘라 감장즙에 찌거나 익혀 먹는데, 이때 홍어의 미수정알을 즙에 섞어 먹으면 맛이 좋다고 하였다. 정약전은 홍어는 회·구이·국·포 등을 만들기에 모두 적합하다고 하면서, 나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썩힌 홍어를 먹는다고 하였다. 특히, 배에 복결병(復結炳)이 있는 사람이나 주기(酒氣)가 있는 사람이 썩힌 홍어로 국을 끓여 먹으면, 더러운 것이 제거되고 술기운을 없애는 데에 매우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홍어의 산지로 알려진 흑산도와 서해안 지역에서는 삭힌 홍어가 아닌, 싱싱한 홍어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싱싱한 것은 대개 회로 먹고, 말린 것은 찜·찌개·포 형태로 먹었다. 하지만 홍어가 생산지인 흑산도에서 나주 영산포로 오는 과정에서 자연 숙성되는 바람에 나주 지역에서는 삭힌 홍어 음식이 발달하게 되었다. 홍어를 삭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홍어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손질한다. 홍어는 물로 씻으면 맛이 떨어지므로 물 대신 면포를 이용해 손질한다. 그런 다음, 항아리에 볏짚을 깔고 홍어를 통째로 넣고 밀봉한다. 날이 따뜻할 때는 2~3일, 추울 때는 1주일 정도 숙성시킨 후, 꺼내서 면포로 표면을 깨끗이 닦아 낸다. 삭힌 홍어로는 찜이나 탕을 만들어 먹고, 홍어 내장으로는 애탕을 끓여 먹는다.

1990년대 이후에 나주 지역 사람들이 즐겨 먹었던 삭힌 홍어가 전국적으로 유행을 하게 되었다. 홍어를 삭혀서 막걸리와 함께 먹는 홍탁이나 묵은 김치에 삭힌 홍어, 삶은 돼지고기를 싸 먹는 홍어삼합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이다. 이러한 현상은 1960년대에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이주했던 전라도 사람들이 도시에서 마주 하게 된 고향음식에 고향이라는 이미지를 덧붙이면서 생겨난 것이다. 이처럼 삭힌 홍어가 대중화되고 홍어 소비가 전국화되면서 삭힌 홍어는 점차 전라도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참고문헌

  • 『농정회요(農政會要)』
  • 『산림경제(山林經濟)』
  •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 『옥담사집(玉潭私集)』
  •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 『자산어보(玆山魚譜)』
  • 윤형숙, 「홍어요리의 상품화와 전라도 지역 정체성 – 일상/의례 음식에서 별미 요리음식으로」, 『한국민족문화』32,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2008.
  • 주영하, 「한국음식이란 무엇인가」, 『음식인문학』, 휴머니스트,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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