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류(宮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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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중기의 문장가 권필이 광해군의 실정(失政)과 외척의 전횡을 궁류(宮柳), 즉 대궐 버들에 빗대어 풍자한 시.

개설

1611년(광해군 3) 봄, 임숙영(任叔英)은 별시 문과에서 왕비 유씨와 외척 유희분(柳希奮) 일파의 전횡을 공박하는 대책(對策)을 지어 올려 급제하였다. 그러나 이를 보고 노한 광해군에 의해 급제자 명단에서 삭제[削科]되었다. 권필(權韠)은 이 소식을 듣고 분개하여, "대궐 버들 푸르고 어지러이 꽃 날리니, 성 가득 벼슬아치 봄볕에 아양 떠네. 조정에선 입 모아 태평세월 하례하나, 뉘 시켜 포의 입에서 바른말 하게 했나[宮柳靑靑鶯亂飛 滿城官盖媚春暉 朝家共賀昇平樂 誰遣危言出布衣]"라는 시를 지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시에 나오는 궁류는 외척 유씨를, 꾀꼬리는 난무하는 뇌물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 시의 제목은 「임무숙의 삭과 소식을 듣고[聞任茂叔削科]」이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궁류시’라고 불렀다. 권필은 이듬해에 일어난 김직재(金直哉)의 무옥(誣獄)에 연루되어 혹독한 형벌을 당한 뒤 귀양을 가는 도중에 세상을 떠났다.

역사적 배경

1609년에 광해군이 즉위한 뒤, 영창대군을 옹립하려 한 소북 일파와 광해군을 옹립한 대북 일파는 치열한 암투를 벌였다. 그 와중에 외척 유희분과 권신 이이첨의 전횡까지 더해져 나라가 어지러웠다. 이에 서인에 속한 권필 등은 지속적으로 이들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작품을 지었는데, 그로 인해 권력층의 미움을 샀다. 그 뒤 1612년(광해군 4)에 대북은 소북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김직재의 옥이라 불리는 무옥을 일으켰고, 그와 무관한 권필마저 관련 문서에서 궁류시가 나왔다는 빌미를 내세워 죽음으로 몰고 갔다. 이 일은 훗날 서인에 의한 인조반정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발단

1611년 봄, 전시(殿試)에서 임숙영은 왕비 유씨가 정사에 관여하고 외척 유희분 등이 교만방자하게 구는 것을 공박하는 대책문을 지어 올렸다. 그런데 이 글을 본 광해군이 격노하여 그의 삭과를 명하자, 권필은 「임무숙의 삭과 소식을 듣고[聞任茂叔削科]」라는 작품을 지어 이 일을 풍자했다. 무숙은 임숙영의 자(字)이다. 권필은 시에서 ‘궁류’라는 표현으로 외척 유씨를 풍자하고, 꾀꼬리가 어지러이 난다고 하여 뇌물이 공공연하게 횡행하는 현실을 꼬집었는데, 이 시가 궁중에까지 들어가 왕의 노여움을 샀다.

경과

이듬해인 1612년 2월에 대북 일파가 소북 세력을 완전히 제거하려고 일으킨 김직재의 무옥 당시, 관련자의 문서 속에서 권필의 궁류시를 베껴 쓴 것이 발견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광해군이 격노하여, "필은 도대체 어떤 자인가? 감히 시를 지어 제멋대로 풍자하였으니, 임금을 무시하는 도가 없는 죄가 크다."고 하며 친국한 후 혹독한 형벌을 내렸다. 권필이 변명하기를, 궁류는 외척 유씨를 가리킨 것이 아니라 중국 왕원지(王元之)의 「전시시(殿試詩)」에 나오는 표현을 따온 것이며, 조정에 바른말 하는 이가 없음을 규풍(規風)했을 뿐이라고 하였다. 이에 더욱 격분한 광해군이 형벌로 신문케 하자, 이덕형과 이항복, 최유원 등의 대신들이 그가 옥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을 들어 극력 만류하였다.

권필은 겨우 죽음을 면하고 함경도 경원(慶源) 땅에 귀양 가게 되었는데, 들것에 실려 동대문 밖을 나섰다가 벗들이 주는 막걸리를 받아 마신 후 장독이 솟구쳐 갑작스레 죽고 말았다. 그가 죽었다는 말을 들은 광해군은 "하룻밤 사이에 어찌 갑자기 죽었단 말인가?"하며 후회하는 기색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친국 장면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으며(『광해군일기(중초본)』 4년 4월 2일), 정조 때 이긍익이 펴낸 『연려실기술』「권필」 조에도 관련 내용이 상세하다.

참고문헌

  • 『연려실기술(練藜室記述)』
  • 『석주집(石洲集)』
  • 정민, 『목릉문단과 석주 권필』, 태학사, 1999.
  • 정민, 『석주집』, 태학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