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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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중 가을에 들어서는 날.

개설

24절기 중 13번째에 드는 날이다. 대략 양력 8월 8일경이며, 대서(大暑)와 처서(處暑) 사이에 든다. 이날은 개화의식을 통해 불씨를 나누어 주었다. 24절기 12시(始) 중의 하나이며 입춘(立春)·입하(立夏)·입동(立冬)과 함께 사립(四立)에 해당된다. 농사력에서는 논과 밭을 매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연원 및 변천

가을의 초입인 입추에는 개화(改火)의식이 행해졌다. 이 의식은 구화(舊火)를 신화(新火)로 바꾸는 행화(行火)를 말한다. 여름의 토왕일(土旺日) 외에도 사계절의 입절(入節)인 입춘·입하·입추·입동을 포함해 1년에 총 5차례 국화(國火)를 바꾸는 의식을 치렀다. 『주례(周禮)』에 의하면, 주나라에서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나라의 불씨[國火]를 바꿔 전염병을 구제하였던 것에서 개화의식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개화의식은 이와 같은 『주례』의 내용을 상고하여 1406년(태종 6)부터 시행되었다(『태종실록』 6년 3월 24일). 또한 국가에서는 태일초례(太一醮禮)를 행하였다. 도교에서 태일(太一)은 천지만물 성립의 근원인 우주의 본체를 인격화한 천제(天帝)를 말한다. 이 의례는 소격전(昭格殿)과 지방의 태일전(太一殿)에서 지냈다. 또한 조선시대 왕은 초복(初伏)부터 처서까지 정사를 돌보지 않고 휴가를 나갔다가 입추에 환궁하여 정무를 다시 시작했다.

절차 및 내용

입추에 개화를 행하는 이유는 불씨를 오래 두면 양기가 정도에 지나치게 형성되어 역병이 생긴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 의식은 한양에서는 병조(兵曹)에서, 그 외의 지역은 수령들이 주관하였다. 각각의 개화의식 때마다 다른 나무를 사용하였는데, 입추에는 떡갈나무와 참나무[柞楢]를 서로 문질러 불을 취하였다. 개화 후의 불씨는 각 전궁(殿宮)에 진상한 뒤 모든 관아에 나누어 주었다. 다른 지역도 이와 같이 지역의 수령들이 불씨를 여러 고을로 하여금 집집마다 나누어 주게 하였다. 그리고 이전의 불씨는 없애게 하였다.

입추에 지내는 태일초례는 매달 삭망(朔望), 즉 음력 초하룻날과 보름날에 지냈는데, 상원(上元), 중원(中元), 하원(下元)의 삼원(三元)에는 국가에서 지방의 태일전에 사람을 보내 제를 지냈지만 입추를 포함한 사립의 의례에는 지역 수령이 지내게 하였다(『태종실록』 9년 12월 3일).

입추를 기준으로 여러 제사들이 행해졌는데, 입추 후 진일(辰日)에는 농사를 주관하는 별인 천전영성(天田靈星)에게 농공을 보답하기 위해 제사를 지냈다. 또한 입추 후에 보사제(報祀祭)를 지냈는데, 1416년(태종 16)에는 사람을 보내어 산[嶽]·바다[海]·도랑[瀆]을 비롯한 모든 산천[諸山川]에서 지내게 하였다(『태종실록』 16년 7월 3일).

생활·민속적 관련 사항

입추에 날이 어두우면 만곡이 잘 자라고, 비가 적으면 길하지만 비가 많으면 흉작이 든다는 속설이 있었다. 입추의 농사력은 논매기와 밭매기가 시작되고 왕성하게 올라온 풀을 뜯고 비료를 주는 시기이다. 또한 월동 준비의 하나인 김장의 재료가 되는 배추 등의 농작물을 심는 시기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 『고려사(高麗史)』
  • 『경도잡지(京都雜誌)』
  •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세시풍속 자료집성: 삼국·고려시대편』, 2003.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세시풍속 자료집성: 신문·잡지편(1876~1945)』, 2003.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세시풍속 자료집성: 조선전기 문집편』, 2004.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세시풍속 자료집성: 조선후기 문집편』, 2005.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세시풍속 자료집성: 현대신문편(1946~1970)』, 2006.
  • 이능화 저·이종은 역, 『조선 도교사』, 보성문화사, 1986.
  • 임동권, 『한국 세시풍속 연구』, 집문당, 1984.
  • 차주환, 『한국의 도교사상』, 동화출판공사, 1984
  • 권용란, 「조선시대의 ‘개화(改火)’ 의례 연구」, 『민속학연구』제15호, 2004.
  • 김명자, 「한국 세시풍속 연구」, 경희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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