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모(字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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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음운학에서 동일한 성모를 가진 글자들 중에서 한 글자를 골라 그 대표로 삼은 글자.

개설

자모(字母)는 낱자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해당 언어의 알파벳을 가리킨다. 중국어에서 자모는 성모(聲母), 즉 초성 자음만을 뜻한다. 『훈민정음』에서 자모는 중국운서(韻書)의 자모와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여 초성 자음을 가리킨다.

내용 및 특징

자모는 특정한 언어를 표기하기 위해 사용하는 낱낱의 글자, 즉 알파벳을 의미하는데, 한 글자가 한 음소(音素)를 표시하는 ‘일자일음(一字一音)’의 원칙에 따라 해당 언어를 전사(轉寫)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각각의 자모는 기억의 편의를 위하여 특정한 차례로 나열되어 자모표(字母表)를 이룬다. 간혹 일본의 가나[假名]를 자모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가나는 단음문자(單音文字)가 아니라 글자 하나가 한 음절을 나타내는 음절문자이므로 자모라고 할 수 없다. 한국어, 영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등과 같이 일자일음의 원칙이 준수되어야만 그 체계를 자모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음운학에서는 한어의 한 음절을 성모(聲母)와 운모(韻母)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음절 분석 방식을 취한다. 성모는 음절의 초성을, 운모는 중성과 종성을 아울러 일컫는다. 예를 들어 ‘東(동)’의 음을 [德紅(덕홍)]으로 표기하는데, 성모인 [德]에서는 음절 초성에 해당하는 [ㄷ]만을 취하고, 운모인 [紅]에서는 []만을 취하여 [동]이라는 음절을 완성한다. 그런데 중국 음운학에서 말하는 자모는 오직 성모만을 뜻하는 것이므로, 자음과 모음을 포괄하는 일반적인 자모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훈민정음 창제를 전후한 시기까지 중국의 자모 개념을 수용하고 있었다. 성모의 분류 기준에 해당하는 사성(四聲)과 칠음(七音) 등을 자모와 연관 지은 점, 『훈민정음』「초성해(初聲解)」에서 "정음(正音)의 초성은 곧 운서의 자모이다."라고 한 점 등으로 미루어, 초성 즉 자음을 중국 음운학의 자모와 동일한 것으로 인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곧 자모를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된 알파벳의 개념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운학의 성모와 동일한 개념으로 본 것이다(『세종실록』 26년 2월 20일).

변천

조선시대 초기까지 우리 학자들은 한자음의 성모만을 자모라 하고, 이를 우리말 초성의 자음과 같은 개념으로 인식하였다. 그런데 최세진(崔世珍)은 1527년(중종 22)에 『훈몽자회(訓蒙字會)』를 발간하면서, 그 범례(凡例)에서 언문자모(諺文字母)라고 언급하고 자음 16자와 모음 11자를 각각 그 쓰임의 특징과 함께 나열하였다. 초성과 종성의 위치에 모두 쓰일 수 있는 여덟 글자 즉 초성종성통용팔자(初聲終聲通用八字)인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ㆁ’과, 초성에서만 쓰이는 초성독용팔자(初聲獨用八字)인 ‘ㅋ, ㅌ, ㅍ, ㅈ, ㅊ, ㅿ, ㅇ, ㅎ’, 그리고 중성으로만 쓰이는 중성독용십일자(中聲獨用十一字)인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를 제시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초성 자음으로 국한되어 있던 자모의 개념이 모음을 포함한 모든 낱글자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참고문헌

  • 『훈민정음(訓民正音)』
  • 『동국정운(東國正韻)』
  • 『훈몽자회(訓蒙字會)』
  • 최영애, 『중국어란 무엇인가』, 통나무, 1998.
  • 임동석, 「表音 機能 漢字에 대한 硏究」, 『中國學報』35,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