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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0일 (일) 01:18 기준 최신판



조선에서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한 개과에 속하는 가축의 고기.

개설

개고기는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던 수단으로, 우리나라에서 식용과 약용으로 이용되었다. 조선에서는 연회(宴會)에 올랐던 음식 재료이기도 하다.

원산지 및 유통

개는 야생동물 중 가장 먼저 가축화된 동물이다. 야생의 개들이 세계 몇몇 지역에서 가축화되면서 선택 교배되어 오늘날에는 약 200여 품종으로 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6세기경부터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시작되었으며, 『삼국지(三國志)』「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 부여조에 개에 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식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프랑스에서도 개고기를 식용한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일반 연회와 제사의 제물로 사용했던 기록이 있다. 『동사강목(東史綱目)』에 의하면 원나라의 풍속에 연회날 개고기와 말머리[馬頭]를 남겨 두었다가 그 이튿날 다시 연회를 베푸는 것을 방몰연(防沒宴)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물로 사용된 기록은 없으나, 조선 정조 때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 개고기찜[狗蒸]이 올랐던 것으로 보아 궁중의 잔치에도 올렸던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경운(鄭慶雲)은 『고대일록(孤臺日錄)』에서 위서(渭瑞)의 집에 가서 조수일(趙守一)과 박여수(朴汝受)와 함께 개고기 요리[家獐]를 먹었다고 기록하였다. 또 임실(任實)에서 진상하는 포육(脯肉)에 개고기와 염소고기를 섞어 올린 사실이 발각되어 수령이 문초를 당하였다(『연산군일기』 3년 10월 20일). 『연행일기(燕行日記)』에서 노가재(老稼齋)김창업(金昌業)이 연행길에 소주와 개고기를 저녁으로 먹었다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에 개고기는 일반 서민에서 사대부, 궁중에까지 널리 애용된 것으로 보인다.

탐식가 김안로(金安老)는 평소 개고기를 좋아하여 이팽수(李彭壽)가 봉상시(奉常寺) 참봉(參奉)으로 있을 때 크고 살찐 개를 골라 사다가 먹여 늘 그의 구미를 맞추었으므로 김안로가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어느 날 갑자기 이팽수가 청반(淸班)에 오르자 사람들은 그를 가장주서(家獐注書)라고 불렀다(『중종실록』 29년 9월 3일). 2년 뒤 이를 들은 진복창(陳復昌)이 같은 방법으로 개고기 구이로 김안로의 뜻을 맞추어 온갖 요사스러운 짓을 다 하였으나, 요행을 바라는 실력이 팽수만 못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중종실록』 31년 3월 21일).

연원 및 용도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근거하여 개고기는 화(火)에 해당하고, 복(伏)은 금(金)에 해당하여 복날의 금기(金氣)를 화기(火氣)로 눌러 더위를 이겨 내고자 하였다. 그러므로 복날에는 뜨거운 성질의 개고기를 먹고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더위에 지쳐 허약해진 몸을 보호하고자 하였다.

『한양세시기(漢陽歲時記)』에는 복날 제사와 납일(臘日) 제사에 개고기를 통째로 굽는 것은 전한(前漢)시대부터 이미 있었다고 하였다. 『사기(史記)』에 의하면, 기원전 676년(진 덕공 2)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냈는데, 사대문에서 희생으로 바치는 개고기를 찢어 벌레로부터 농작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고재(蠱災)를 빌었다.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를 일반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고려 말 원나라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사(高麗史)』「열전(列傳)」에 의하면 김문비(金文庇)란 사람이 항상 개고기를 구워서 대나무 조각으로 털을 긁어내고 즐겼다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식용이 일반화되어 고기 이외에 내장과 같은 부산물까지도 조리에 이용하였다.

개고기는 황구(黃狗)를 식용으로 하였다. 다른 육류에 비해 육질이 연하고 소화흡수가 잘되는 장점이 있어 체력이 약한 사람이나 회복기의 환자들이 보양식으로 이용하였다. 특히 단백질과 무기질의 양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에는 정약용(丁若鏞)이 흑산도에 유배된 형 정약전(丁若銓)의 건강을 걱정하며, 보양을 위해 덫을 이용하여 산개[山犬]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기록하였고, 박제가(朴齊家)의 개고기 요리법을 소개하였다. 박제가의 호를 붙인 초정(楚亭) 박제가의 개고기 삶는 법은 개를 먼저 티끌이 묻지 않도록 나무에 달아매어 껍질을 벗긴다. 창자나 밥통은 씻어도 나머지는 절대로 씻지 않고 곧장 가마솥에 넣어서 바로 맑은 물에 삶아 놓는다. 식초·장·기름·파로 양념을 하여 다시 볶아도 좋고, 다시 삶아도 훌륭한 맛이 난다고 하였다.

개고기는 국[狗醬], 찜[狗蒸], 숙육(熟肉), 느르미 등의 주·부재료로 다양하게 이용되었다. 개고기로 조리를 할 때는 고기를 씻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모르는 사람은 깨끗이 씻어야 개 냄새가 없다 하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이르기를 ‘살찐 것은 피 또한 향기로우니 어찌 피를 버리리오’라고 하였다. 그 피가 사람에게 유익할 뿐 아니라 고기 맛을 돕는데 물에 씻어 달이면 개 냄새가 난다. 생자소엽을 개장에 넣으면 개 냄새를 없애고 고기 독을 없애니 개를 잡을 때 찔러 죽이지 않고 매달아 죽인다. 껍질 벗길 때 그릇을 놓아 피와 고기를 한데 받고 버리지 말라고 하였다. 황구 눈청까지 누른 것은 무기토색으로 비위를 보하니 여자 혈분에 좋고, 배와 꼬리, 네 다리까지 검은 개는 임계수색으로 신경에 좋으니 남자에게 유익하다고 하였다.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삼복절식에 기록된 구장(狗醬) 만드는 법은 개고기와 파의 흰 부분을 넣고 푹 삶는데, 이때 닭고기와 죽순을 넣으면 더욱 맛이 좋다. 또 국을 끓여 고춧가루로 양념하여 흰 밥을 말아 먹고 땀을 흘리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기운을 보양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서는 개장꼬지 누르미는 개를 전날 미리 잡아 설익도록 살짝 삶은 뒤 뼈를 발라 죄다 씻고 물기 없이 한다. 누르미를 썰어 후춧가루, 참기름, 진간장을 함께 섞어 두었다가 이튿날 꼬챙이에 꿰어 타지 않게 굽는다. 밀가루에 간장, 기름, 후추, 천초, 생강을 넣어 묽게 양념즙을 만들어 구운 누르미에 곁들여 먹는다.

『산림경제보(山林經濟補)』에는 개고기를 삶는 법인 자견육방(煮犬肉方)이 나온다. 개 1마리를 잡아 껍질, 털, 뼈를 제거하고 깨끗이 손질한다. 솥에 개 뼈 큰 것을 교차시키고 그 위에다 찐다. 이때 창자만 씻고 다른 내장과 고기는 씻지 않고 편으로 썰어 유장, 후추, 천초 등의 양념을 넣고 밀가루로 윗부분을 밀봉하여 약한 불로 끓인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또 다른 방법이 나온다. 익힌 개고기를 손으로 잘게 뜯고 기름, 간장, 파, 거피하여 볶은 참깨가루, 고춧가루, 후춧가루를 충분히 섞어 함께 대나무 체에 담는다. 솥 안에 물을 조금 붓고 체를 그 위에 올려놓고 뚜껑을 덮어 잠깐 동안 찐 다음 식으면 먹는다. 이때 미나리나 파 같은 채소를 곁들이기도 한다. 『규합총서』에는 동아 속을 파서 그 속에 개고기를 넣어 찌는 법이 소개되어 있다. 그밖에 『주식시의(酒食是儀)』에서는 비빔국수나 달걀쌈 등의 부재료로 이용되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개고기는 오장(五臟)을 편안하게 하며, 혈액의 흐름을 조절한다.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온(溫)하게 하고, 양도(陽道)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시킨다고 한다. 『임원경제지』에도 『식료본초(食療本草)』를 인용하여 개고기의 효능을 알려주는데, 오로칠상(五勞七傷)을 보하고 양기(陽氣)를 돋우며, 혈맥을 보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하초(下焦)를 보호하고 정수(精髓)를 채워준다고 한다. 개를 먹을 때는 오미(五味)를 잘하여 삶아서 빈속에 먹는데, 피를 제거하면 효력이 적어지고 유익하지 않다고 하였다.

생활민속 관련사항

『임원경제지』에는 『본초강목』을 인용하여 개고기는 상륙(商陸)이나 살구씨와 상극이다. 또 마늘과 같이 먹어도 해롭다. 마름과 같이 먹으면 지랄병이 생긴다. 개는 구워 먹으면 당뇨병에 걸리고, 임신부가 먹으면 아이가 말을 못하게 된다. 열병이 있은 후에 먹으면 위험하다. 도가(道家)의 복식하는 사람은 먹기를 꺼린다. 또 9월에 개를 먹으면 정신이 흐려진다고 하였다. 『윤씨음식법(尹氏飮食法)』에는 개가 발가락이 여섯이거나 머리가 검은 흰 개나 머리가 흰 검은 개는 냄새가 지독하니 먹지 않는다. 흰 개고기를 먹고 생파를 먹으면 구규(九竅)에서 피가 난다고 이른다.

참고문헌

  • 『고려사(高麗史)』
  • 『고대일록(孤臺日錄)』
  • 『규합총서(閨閤叢書)』
  •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 『동사강목(東史綱目)』
  • 『동의보감(東醫寶鑑)』
  • 『산림경제보(山林經濟補)』
  • 『삼국지(三國志)』
  • 『연행일기(燕行日記)』
  •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 『윤씨음식법(尹氏飮食法)』
  • 『주식시의(酒食是儀)』
  •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 『한양세시기(漢陽歲時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