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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0일 (일) 01:17 기준 최신판



콩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식물.

개설

팥[赤豆]은 7~8월에 노란색의 꽃이 피며, 9~10월에 종실이 익어 수확할 수 있다. 다른 두류에 비해 비교적 단단한 배유를 가지고 있어 이용 시 반드시 삶아야 한다. 탄수화물이 많아 밥이나 죽, 떡을 만들 때 떡소나 고물로 이용된다. 소두(小豆), 적소두(赤小豆)라고도 한다.

원산지 및 유통

원산지는 중국을 비롯한 극동아시아 지역으로 추정되며, 한국에는 중국을 통해 들어왔을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서 재배한다. 한국에는 함경북도 회령군 오동의 청동기시대 유적지와 백제의 군창자리에서 출토된 바 있다. 팥은 재래종인 조숙종으로 홍천적두(洪川赤豆)와 진천적두(鎭川赤豆)가, 만숙종으로 영동적두(永同赤豆)와 문의적두(文義赤豆)가 생산되고 있다.

연원 및 용도

6세기경의 『제민요술(齊民要術)』에서 소두는 녹두·적두·백두·완두와 같이 알맹이가 작은 콩을 일컬었는데, 당나라 이후 점차 소두가 팥만을 지칭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18세기 말의 『재물보(才物譜)』에서는 팥을 소두, 적두, 홍두(紅豆), 답(荅), 반두(飯豆)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19세기 후반의 『명물기략(名物紀略)』에서는 반두가 ‘팟’으로 바뀌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적소두가 경상도에서 재배되는 약재로 기록되어 있다.

팥은 줄기가 덩굴성인 덩굴팥과 곧게 바로 서는 팥으로 구별되고, 종실의 껍질 색깔에 따라 붉은팥·검정팥·푸른팥·얼룩팥 등으로 나뉜다. 껍질째 이용하거나, 껍질을 벗긴 거피팥으로 이용한다.

팥으로는 밥이나 죽을 해서 먹는다. 팥밥을 하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삶은 팥을 찹쌀이나 멥쌀에 함께 섞어서 밥을 짓거나, 팥을 삶은 물만을 찹쌀이나 멥쌀에 부어 밥을 짓는다. 후자는 팥물밥, 또는 팥물 덕에 밥의 색이 붉다고 하여 홍반(紅飯)이라고도 한다. 옛날 왕의 수라에는 홍반이 올랐다.

팥죽은 팥을 무르게 고아 거른 후 대추를 많이 넣고 새알심에 생강즙을 넣고 반죽하여 쑤었다. 팥죽은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액운을 좇으려는 공공씨(共工氏)의 설화가 전해지나, 영조는 동짓날의 팥죽은 비록 양기의 회생을 위하는 뜻이라 할지라도 이것을 문에다 뿌린다는 것은 너무 정도(正道)에 어긋나므로 문에 팥죽 뿌리는 잘못된 풍속을 바로잡으려 하였다(『영조실록』 46년 10월 8일).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동짓날을 ‘작은 설’이라는 의미의 ‘아세(亞歲)’라 했고,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한 살 더 먹는다.”고 하였다.

팥은 그 밖에도 떡을 할 때 소나 고물로 이용되었다. 팥소는 거피팥을 볶아 꿀·계피가루·호두가루를 섞어 만든 소, 거피팥에 꿀을 달게 섞고 계피가루·후추·건강 가루를 넣어 만든 소 등이 있다. 주로 상화, 두텁떡, 개피떡, 송기절편, 송편, 승검초단자, 토란떡, 증편 등을 만들 때 이용한다.

팥고물에는 팥을 삶아 소금을 넣고 대강 빻은 팥고물, 팥을 삶아 소금을 넣고 빻은 후 곱게 내린 팥고물, 거피팥가루와 꿀을 넣어 볶은 고물, 말린 팥앙금을 다시 걸러서 만든 팥고물이 있다. 노랄병, 두텁떡, 팥편, 팥찰편, 팥시루떡, 인절미, 소함병, 송도정함떡, 혼돈병 등을 만들 때 이용한다.

『음식책(飮食冊)』에 기록된 팥소의 활용법을 보면 다음과 같다. “꿀팥을 볶아 말려 두고, 찹쌀가루를 빻아 말려 두고, 대추나 귤병은 채쳐 두고, 실백자는 쪼개어 두었다가, 급히 꿀찰편이나 두텁떡을 만들려면 체나 시루 밑에 후백지(厚白紙)를 깔고 꿀팥을 많이 뿌려라. 그저 꿀찰편을 만들려면 대추만 박아 찌고 두텁떡을 만들려면 위에 설명한 대로 해라.” 만약 꿀팥이 덜 달면 꿀물에 축이고, 달면 보통 물에 축여 뜨뜻하게 해야 덩어리가 풀리고, 갓 볶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꿀팥을 볶아 두면, 아주 더운 날이 되기 전에는 상하지 않고, 봄가을에 웃기로 쓰는 송편 속으로 넣기도 한다. 긴 겨울에 단자를 그렇게 하여도 좋고, 인절미 고물을 씻어 버리고 다시 삶아 물기 있는 행주로 묻혀 내고 양푼에 담아 풀젓개로 꽈리가 일도록 저은 후에 삶은 밤, 계피가루와 꿀반죽하여 소로 넣고 꿀을 많이 바르거나, 꿀팥을 묻혀 쓰면 좋다고 하는 등으로 다양한 꿀팥고물 활용법을 세세하게 기록하였다.

그 밖에 황량미가루에 팥과 대추를 삶아 거른 것을 넣어 만든 떡인 기단가오처럼 떡을 만들 때 부재료로도 이용하였다. 『규곤요람(閨壼要覽)』에는 약밥을 찔 때 팥 삶은 물을 찹쌀에 흠뻑 뿌려서 찐다. 상한 술맛을 돌리는 재료로도 이용하였는데, 송순주나 청감주를 빚을 때 술이 쉬면 붉은팥 두어 되를 볶아 주머니에 넣어 더운 김에 술 가운데에 넣으면 쉰 맛이 없어진다고 하였다.

팥을 이용한 장도 있었다.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기록된 소두장(小豆醬)으로 소두를 거피하여 밀가루와 섞어 주물러 덩어리를 지어 메주를 만들었다가 빻아 다시 갈아 고운 밀가루 20근에 소금 6근 4냥의 비율로 섞어 만들었다.

팥은 약용으로도 이용하였다. 정조의 종기 증세에 종기의 근(根)을 녹여야만 하므로 천오(川烏)·황백(黃栢)·적소두를 똑같은 분량으로 가루 내어 술에 개어 붙였다(『정조실록』 24년 6월 21일).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에 의하면, 1646년(인조 24)에 왕세자의 왼쪽 눈꺼풀에 종기가 나자 적두가루와 진진(陳眞)가루에 달걀노른자를 섞고 소금을 약간 넣어 반죽해서 편(片)을 만들어 환부에 붙이는 처방을 하였다. 또한 적두죽(赤豆粥)은 중기(中氣)를 보하고 습(濕)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껍질에 있는 사포닌 성분과 식물성 식이섬유 때문에 질병에 의한 부종과 변비 해소에도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자호란 때는 군졸들에게 급료를 적두로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생활민속 관련사항

『산림경제(山林經濟)』에 의하면, 6월 6일은 여러 신(神)이 집회(集會)를 하는 날로 이날에 만든 누룩을 신국(神麴)이라 한다. 백면(白麪), 창이(蒼耳), 야료(野蓼), 청호(靑蒿), 행인(杏仁), 적두 6가지를 넣어 만든 육신(六神)의 누룩으로 신국은 이날이 아니면 디딜 수가 없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10월 오일(午日)에는 팥떡을 마구간에 바치고 말의 건강을 비는 풍속이 있었다.

팥의 붉은색은 악귀를 좇는 벽사의 의미로 통했다. 그래서 10월 상달 고사떡은 반드시 붉은 팥고물을 얹은 시루떡이었고, 건강한 아이가 무럭무럭 잘 크라는 의미에서 백일과 돌에는 수수팥떡을 했다. 이 풍속은 지금도 이어져 이사를 하거나 개업을 했을 때 붉은 팥떡으로 무사안위를 기원한다.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규곤요람(閨壼要覽)』(연세대본)『규합총서(閨閤叢書)』
  •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 『명물기략(名物紀略)』
  • 『보감록(寶鑑錄)』
  • 『산림경제(山林經濟)』
  • 『시의전서(是議全書)』
  • 『음식책(飮食冊)』
  •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 『재물보(才物譜)』
  •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
  • 『제민요술(齊民要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