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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0일 (일) 01:16 기준 최신판



음식 재료와 약재로 사용한 국화과의 2년생 초본식물.

개설

채소로 널리 재배되는 식물로, 주로 쌈을 싸서 먹으며 겉절이로도 이용된다. 우리말로는 ‘부루’라고 하는데, 『훈몽자회(訓蒙字會)』에는 부루를 세속에서 와거(萵苣)라 부른다고 하였다. 혹은 청채(靑菜), 생채(生菜)라 부른다고 하였다. 날것으로 먹기 때문에 생채라고 한 것이 음운 변화를 거쳐 ‘상추’ 또는 ‘상치’가 되었다.

원산지 및 유통

상추는 기원전 4,500년경의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재배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다. 이후 페르시아와 그리스·로마 시대에도 중요한 채소로 재배하였다고 한다. 중국에는 8세기 당나라 때의 문헌에 처음 등장하고,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통해 도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그 시기는 확실하지 않다.

『해동역사(海東繹史)』 「물산지(物産志)」에는 『천록지여(天祿識餘)』를 인용하여 고려국의 사신이 오면 수(隋)나라 사람들이 채소의 종자를 구하면서 대가를 몹시 후하게 주었으므로, 이름을 천금채(千金菜)라고 하였는데, 지금의 상치라고 하였다. 중국에서 한반도로 들어온 상추가 우량 품종으로 육성되어 다시 중국으로 역수출된 것이다.

『세종실록』 「지리지」나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토산으로 기록되어 있지 않다. 연산군대의 기록에 의하면 경기감사에게 상추[萵苣], 순나물[蓴菜] 등의 채소를 봉진하게 하고, 모든 채소는 각도로 하여금 뿌리째 흙을 얹어서 마르지 않도록 하여 봉진하게 하였다. 서울에 당도하면 말라서 바칠 수 없어 저자에서 사게 되니 그 값이 뛰어올라서 재력을 다하여도 갚아 낼 수 없었다는 것으로 보아, 상추는 경기도 인근에서 진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연산군일기』 11년 3월 25일).

연원 및 용도

상추는 주로 쌈을 싸 먹거나 양념을 무쳐 바로 겉절이로 먹는다. 『해동역사(海東繹史)』에는 원나라 시인 양윤부(楊允孚)의 『난경잡영(灤京雜詠)』에서 인용한 “해홍은 붉은 꽃만 같지 못한데, 살구가 어찌 파람(巴欖)처럼 좋겠는가. 다시금 고려의 생채를 말할진댄 산 뒤편의 향초(香草)를 모두 가져온 것 같네[海紅不侶花紅好 杏子何如巴欖良 更說高麗生菜好 摠輸山後蘪菰香].”라는 구절이 있다.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하던 원나라 사람들은 밥을 상추에 싸 먹는 고려 풍습이 꽤나 낯설고, 또 싱그러운 생채의 맛에 놀랐던 것이다.

원나라에 끌려간 많은 고려의 여인들은 대부분 궁녀나 시녀가 되어 고달픈 타향살이를 하였다. 이때 고려의 상추를 궁중의 뜰에 심어 놓고 쌈을 싸 먹는 것을 본 몽골 사람들이 그 맛에 매혹되면서 상추쌈의 인기가 높아지게 되었다.

1800년대 말의 고조리서(古調理書)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상추쌈은 상추를 깨끗이 씻어 다른 물에 담고 기름을 쳐서 저으면 상추에 기름이 흠뻑 밴다. 잎을 펴서 개어 담고 고추장에 쇠고기를 다져 넣고 웅어나 까나리나 다른 생선을 넣어 파를 갸름하게 썰고, 기름을 쳐서 쪄 내어 물에 끓여 쌈으로 먹는다. 쌈에는 세파와 쑥갓과 향갓을 곁들여 담는다고 하였다.

고종과 순종을 모셨던 한희순(韓熙順) 상궁에 의해 전해진 궁중의 상추쌈 상차림에는 소고기와 표고를 넣고 되직하게 끓여 쌈된장 역할을 하는 절미된장조치와 병어를 고추장으로 바특하게 졸인 병어감정이 올라간다. 또 가늘게 채 썬 소고기를 졸인 장똑똑이 자반과 보리새우볶음, 고추장에 소고기와 꿀, 참기름을 넣어 볶은 약고추장을 곁들였다. 연한 상추에 쑥갓과 실파를 곁들여 밥을 싸서 쌈으로 먹는데, 찬 성질을 지닌 상추쌈을 들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따뜻한 계지차를 마셔 몸의 조화를 고려하였다.

상추는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혈뇨(血尿), 산모의 젖이 나오지 않는 것을 치료하는 약재로도 쓰였다.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소변이 막힌 데 상추를 문드러지게 짓찧어 배꼽 위에 붙여 주면 즉시 통리된다. 뼈가 부러지고 힘줄이 끊어졌을 때 상추씨[萵苣子]를 살짝 볶아 가루 내어 2~3전을 술에 타 먹으면 힘줄과 뼈를 접속시킬 수 있고, 뱀에게 물렸을 때 상추즙[萵苣汁]에 웅황 가루를 개어 창구(瘡口)에 붙이면 독물이 흘러나와 종통(腫痛)이 즉시 사라진다고 하였다. 1493년(성종 24)에는 귀 뒤에 종기[瘡]가 난 호조 참의신수근(愼守勤)에게 황국사(黃菊沙), 임하부인(林下婦人), 와거경(萵苣莖) 3가지를 고운 가루로 만들어 꿀에 타서 창구에 붙이면 효력이 있는 약을 내약방(內藥房)에서 주어 시험하게 하였다(『성종실록』 24년 8월 27일).

생활민속 관련사항

상추쌈은 먹을 때 입을 크게 벌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예(禮)를 중요시하던 조선에서는 맛있는 상추쌈은 먹기가 참 조심스러웠다. 이덕무(李德懋)는 『사소절(士小節)』에서 상추를 싸 먹을 때 직접 손을 대서 싸면 안 되며, 먼저 수저로 밥을 떠 밥그릇 위에 가로놓고 젓가락으로 상추 2~3잎을 들어 밥을 싼 다음 입에 넣고 그 다음에 된장을 떠먹는다고 하였다. 특히 여자가 상추쌈을 싸먹을 때 너무 크게 싸서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은 상스러우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산림경제(山林經濟)』 「벽충(辟蟲)」편에는 『신은지(新隱志)』를 인용하여 옷과 비단의 좀벌레를 물리치는 방법이 나오는데, 단오일(端午日)에 상추잎[萵苣葉]을 채취하여 궤(櫃) 속에 넣어 두면 좀벌레가 생기지 않는다. 또 「잡방(雜方)」편에는 『거가필용(居家必用)』을 인용하여 붓을 간직하는 법이 나오는데, 동파(東坡)가 황련(黃連)과 와거의 전탕(煎湯)으로 경분(輕粉)을 개어 붓끝에 찍어 말려서 간직해 두었는데 좀이 먹지 않았다고 한다.

참고문헌

  •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 『사소절(士小節)』
  • 『산림경제(山林經濟)』
  • 『시의전서(是議全書)』
  • 『한정록(閑情錄)』
  • 『해동역사(海東繹史)』
  • 『훈몽자회(訓蒙字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