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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0일 (일) 00:20 기준 최신판



조선의 의장물 중 하나로 둥근 원 안에 ‘군왕천세(君王千歲)’라는 글을 세로로 적어 넣은 사각형의 기(旗).

개설

조선의 왕 의장은 그 규모에 따라 대장(大仗), 반장(半仗), 소장(小仗)으로 나뉘는데, 군왕천세기는 대장과 반장에서만 1기가 사용되었고, 소장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군왕천세기는 노부(鹵簿)의 행렬 시나 전정(殿庭)에 배치될 때 주로 천하태평기(天下太平旗)와 짝하여 사용되었다. 깃발의 문구처럼 왕의 무병과 장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경우 천자국 명(明)에 대비하여 제후국의 위치를 표방하고 있었기 때문에 황제의 격에 맞는 ‘만세(萬歲)’란 표현 대신 제후의 표현인 ‘천세(千歲)’를 쓰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연원 및 변천

중국 의장의 변천을 살필 수 있는 『통전(通典)』이나 『문헌통고(文獻通考)』 등에는 군왕천세기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제도를 본떠 만든 고려의 의장물 중에서는 군왕만세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 바로 법가노부(法駕鹵簿) 중에 군왕만세중기(君王萬歲中旗)가 2기 쓰이고 있다. 그러나 고려의 노부·의장은 왕 행차의 목적에 따라 각각 다른 구성을 보이고 있어, 법가노부 외에 군왕만세기가 사용된 예는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조선 개국 이후 의장의 정비 과정에서 군왕만세기는 군왕천세기로 그 명칭이 변경되어 의장기로 존속하게 되었다. 군왕천세기는 가장 규모가 큰 대장의장(大仗儀仗)·대가노부(大駕鹵簿) 및 다음 규모인 반장의장(半仗儀仗)·법가노부에서 각각 1기씩만 사용되었고, 가장 작은 규모의 소장의장(小仗儀仗)·소가노부(小駕鹵簿)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다. 군왕천세기는 노부 행렬 및 전정에서 의장 배치 시에 천하태평기와 서로 짝하여 배치되었는데, 이는 고려시대 군왕천세중기 2기가 서로 짝하던 것과는 다른 형태이다.

형태

조선의 의장물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는 『세종실록』「오례」 및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를 참조해 보면, 군왕천세기는 사각 깃발에 불꽃 모양으로 장식한 화염각을 달고 있었다. 기 내부는 흰 바탕 안에 둥근 원을 그려 넣고, 그 안에 ‘군왕천세’ 네 글자를 세로로 써 넣었으며, 기 주변을 청색·적색·황색· 백색 등 네 가지 색깔로 채색하였다.

생활·민속 관련 사항

군왕에 대한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만세’ 혹은 ‘천세’를 표현하는 경우는 의례 절차 중 산호(山呼)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산호는 나라에 큰 의식이 있을 때 왕의 만수무강을 비는 뜻에서 신하들이 두 손을 치켜들고 만세(萬歲) 또는 천세(千歲)를 일제히 크게 외치던 의식이었다. 그러나 천세란 표현 자체가 조선의 왕을 상징하는 표현이었으므로 일반 백성들이 생활상에서 상용하는 어휘나 표현은 아니었다.

참고문헌

  • 『고려사(高麗史)』
  •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 『문헌통고(文獻通考)』
  • 『통전(通典)』
  • 백영자, 『조선시대의 어가행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1994.
  • 강제훈, 「조선전기 국왕 의장제도의 정비와 상징」, 『사총』7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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