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이죽(薏苡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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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과에 속하는 1년생 초본식물의 열매인 의이(薏苡)로 만든 죽.

개설

의이죽은 율무를 수비(水飛)한 가루로 쑨 묽은 죽이다. 의이는 보통 율무라 하는 볏과 한해살이 식물로 일명 초주(草珠)라 한다. 율무는 벼를 재배하기 이전부터 베트남 북부에서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중국 한대에 이미 율무가 있었고, 후한 한무제 때 교지(交趾: 현 베트남)의 총독이던 70세의 노장군 마원(馬援)이 더운 지방에서 질병을 이겨 낸 것은 율무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믿었기에 그 종자를 마차에 가득 싣고 개선하였다.

우리나라에는 1078년(고려 문종 32)에 송나라에서 들어온 기록이 있다. 홍만선(洪萬選)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에 율무 심는 방법이 나오는데. 오곡을 심는 방법대로 땅을 잘 갈고, 1자 간격으로 1구멍씩 심는다. 높은 데나 낮은 데는 상관없고 다만 건땅이 합당한데, 밑에다 쇠똥 거름을 하면 더욱 좋다.

만드는 법

율무는 가을에 열매가 여물면 전초를 잘라 햇볕에 말리고 타작한다. 황갈색의 겉껍질을 제거하고 불순물을 골라내고 종자를 모아 햇볕에 말린다. 속씨는 원기둥모양 또는 타원형이고, 표면은 백색 또는 황백색의 반들반들하거나 뚜렷하지 않은 세로무늬가 있으며, 측면에 깊고 넓은 세로로 홈이 하나 있고, 홈 바닥은 거칠고 갈색이며 기부가 오목한데 그 속에 갈색 작은 점이 하나 있다. 알맹이는 단단하고 부수면 흰 가루가 나온다. 율무를 불려 맷돌에 곱게 갈아 무명 자루에 넣고 짜낸 다음 그 물을 가만히 두면 밑에 흰 앙금이 가라앉는데 이를 말려서 보관하면서 쓴다.

의이죽은 알곡으로 쑨 된죽이 아니고, 가루로 만든 묽은 응이이다.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정조지(鼎組志)」에 『옹희잡지(甕饎雜誌)』를 인용하여 의이인을 물에 담가 곱게 갈아 맑게 걸러서 가루를 얻어 햇볕에 말려 두고 쓸 때마다 조금씩 덜어 꿀물에 끓이면 내국(內局: 내의원)방에 비길 만하다, 혹은 찧어 가루로 한 것은 맛이 파손된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고운 율무가루에 고운 멥쌀가루 3분의 1을 섞어 죽을 쑨 뒤에 꿀을 넣어 먹는다고 하였다. 『조선무쌍요리제법(朝鮮無雙料理製法)』에는 율무는 염주율무를 찧든지 갈든지 한 다음에 굵은 체에 쳐 가지고 다시 갈아서 고운체에 다시 쳐서 냉수에 풀어 솥에 쑤어 꿀을 쳐 먹는다.

옛 법은 율무 속을 물에 담가 맷돌에 갈아 가라앉혀 가루를 내어 두었다가 쓸 때에 꿀물에 타서 쑤어 먹는데, 이것은 내의원에서 하는 방법이다. 혹 찧어서 가루를 내면 맛이 갈아서 하는 것만큼 못하다. 또는 율무를 보리처럼 대껴 여물에 담갔다가 갈아서 수비하여 말렸다가 쑤어 먹으면 맛이 아담하다. 수비는 곡식 가루를 물속에 넣어 휘저어서 잡물을 없애는 일을 뜻한다.

연원 및 용도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는 “율무는 맛이 달고 미한(微寒)하며 무독이다.”고 하였고, 『지봉유설(芝峰類說)』에서는 “율무를 오래 먹으면 기운을 손상시키는데 이것은 대개 몸을 보하는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하였다.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율무를 까서 알맹이만 물에 담가 수비하여 말려 쑤면 맛이 아름답고 거습(去濕)하며 토질(土疾)을 없이 한다 하였다.

1544년(중중 39) 중종이 병이 나서 수라를 못 드실 때에 율무죽을 올렸고(『중종실록』 39년 11월 5일), 1602년(광해군 즉위) 대비전의 건강이 좋지 못하여 의녀가 들어가 진찰해 보니, 상사(喪事)로 너무 슬퍼한 나머지 몸이 야위어 뼈만 앙상하여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다만 율무죽 두어 모금만 잡수실 뿐이었다[『광해군일기』 즉위 7월 10일 2번째기사]. 1675년(숙종 1) 옥당관을 야대(夜對)하고, 윤휴(尹鑴)를 특별히 명하여 같이 들어오도록 하고, 각각 배·감 1쟁반과 율무죽 1그릇씩을 내려 주었다(『숙종실록』 1년 9월 9일).

생활·민속적 관련 사항

『고려사(高麗史)』에 1078년(고려 문종 32)에 송나라에서 온 약재 목록 중에 율무가 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이다. 율무 응이는 오래전부터 전해오는데 특히 새벽잠을 깬 노인들의 보양식으로 사용하여 왔다. 의이죽은 오래된 풍습비(風濕痺)를 치료하며 기를 내리고 뼛속의 사기(邪氣)를 없애며 장위(腸胃)를 잘 통하게 하고 수종(水腫)을 내린다.

율무의 맛은 달고 싱거우며 성질은 서늘하고 독이 없다. 비, 폐, 신경에 작용한다. 비장을 튼튼히 하고 폐를 보하며 열을 내리고 습을 거두는 효능이 있다. 설사, 습비, 근맥 급성 경련, 굴신 불리, 수종, 각기, 폐가 약한 데, 폐옹, 배뇨가 곤란하면서 소변색이 뿌연 증상, 부인의 백대하를 치료한다.

참고문헌

  • 『규합총서(閨閤叢書)』
  • 『산림경제(山林經濟)』
  •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 『조선무쌍요리제법朝鮮無雙料理製法』
  •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 『지봉유설(芝峰類說)芝峰類說』
  •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
  • 윤서석, 『한국의 음식용어』, 민음사, 1991.
  • 이성우, 『동아시아 속의 고대 한국식생활사연구』, 향문사, 1992.
  • 황혜성 외, 「궁중의 식생활」, 『한국음식대관』6권, 한국문화재보호재단,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