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성(罰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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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별자리인 28수(宿) 가운데 방수(房宿)에 속한 별자리.

개설

벌성(罰星)은 28수 가운데 방수에 속하며, 벌성을 구성하는 별 3개는 동함성(東咸星)의 서쪽에 바로 붙어서 남북으로 곧게 배열되어 있다. 하늘에서 달과 오행성이 지나다니는 곳이다. 벌성은 죄인에게 형벌을 내리는 것을 담당하고, 재물로 죄를 속죄하는 것을 상징한다. 서양 별자리의 전갈자리에 속한다.

내용 및 특징

『조선왕조실록』에서 벌성 관측과 관련된 기사는 4건 찾아볼 수 있는데, ‘벌(罰)’ 또는 ‘벌성’으로 기록되어 있다. 모두 오행성 관측 기록으로, 목성 관측이 2건이고, 토성과 화성 관측 기록이 각각 1건씩 있다. 이 관측 기록을 현대 천문학으로 검증해 보면, 벌성의 위치와 벌성을 구성하는 별을 동정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려 있는 4건의 관측 기록을 검증해 보면, 벌성을 뱀주인자리 프시별로 추정할 수 있는 경우가 2건, 전갈자리 뉴별로 추정할 수 있는 경우가 3건이 있다. 토성이 벌성 남쪽 제1성을 범하였다는 기록에서 벌성 남쪽 제1성이 ‘뱀주인자리 프시별’임을 알 수 있다(『태조실록』 6년 8월 20일). 이와 달리 목성이 벌성 아래 제1성을 범하였다는 기록도 있는데, 이에 따르면 벌성 아래 제1성은 ‘전갈자리 뉴별’이 된다(『명종실록』 11년 4월 20일). 따라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만으로는 벌성의 제1성이 현재의 어느 별을 가리키는지 분명히 알기 어렵다. 그런데 『고려사』「천문지(天文志)」에 실린 기사를 보면 1191년(고려 명종 21) 6월 24일에, “토성이 벌성을 범하였다”고 하였다. 이날을 현대 천문학 계산을 통해 검증해보면, 이날 20시경에 토성이 뱀주인자리 프시별을 범하였다. 그러므로 벌성의 제1성은 뱀주인자리 프시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범한다[犯]는 것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 널리 통용되는 동서양 별자리 동정에서 ‘전갈자리 뉴별’은 건폐(鍵閉) 성좌로 동정되고, ‘뱀주인자리 프시별’은 벌성 제1성으로 동정되고 있다. ‘전갈자리 뉴별’은 ‘뱀주인자리 프시별’의 바로 서쪽에 있는데, 상당히 가깝게 붙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생겨난 이러한 혼란은 두 별이 가깝게 있어서 잘못 관측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조선왕조실록』과 『고려사』「천문지」에 실린 벌성 관측 기록을 분석하면, 벌성을 이루는 별들의 위치에 관한 윤곽을 얻을 수 있다. 동서양 별자리 동정에서 ‘전갈자리 뉴별’이 건폐 성좌로 동정되고 있음을 알고 있으므로, 그 동쪽에 있는 ‘뱀주인자리 프시별’은 벌성의 한 성분별이 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로 미루어 하늘에서 벌성의 위치는 서양 별자리의 뱀주인자리에 속하게 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즉, ‘ψ Oph(프시 뱀주인자리)’가 벌성 제1성이므로, 벌성은 서양 별자리의 뱀주인자리에 속하게 된다.

고천문에서 ‘벌’을 이름으로 쓰는 별 또는 별자리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동방의 방수에 속하는 벌성(罰星)이고, 다른 하나는 서방의 삼수(參宿)에 포함되어 있는 벌성(伐星)이다. 『사기(史記)』「천관서(天官書)」에 “삼수는 백호이다. 가운데에 곧게 늘어선 별 셋은 저울대[衡石]이다. 그 밑에 별 셋이 있는데, 태(兌)이며 벌(罰)이라 부른다” 하였다. 여기에서 삼수 안에 있는 3개의 별을 벌(罰)이라고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곰과 호랑이를 그린 깃발 웅기(熊旗)를 설명하면서 “웅기는 벌성(伐星)의 모양을 본떴다”고 하였다. 그런데 『강희자전(康熙字典)』에서는 『설문해자』를 인용하면서, “웅기는 벌성(罰星)의 모양을 본떴다.” 하여, 벌(伐)과 벌(罰)을 같은 의미로 쓰고 있다. 『관상완점(觀象玩占)』에서는 “벌(伐)의 별 셋은 삼수 가운데 있다.” 하였다. 벌(伐)은 처벌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 벌(罰)과 통한다고 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는 벌성(罰星)과 벌성(伐星)을 구별하여 쓰고 있다. 달·오행성과 관련된 천문 관측 기사는 모두 방수의 벌성(罰星)과 관련된 관측 기록이다. 삼수의 벌성(伐星)은 혜성 관측과 관련되어 있는데, 삼성(參星) 왼쪽 위 벌성(伐星) 동쪽에 혜성이 있었다고 하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인조실록』 17년 10월 1일). 벌성(伐星)은 잘 알려진 서양 별자리의 오리온 대성운 M42가 자리 잡고 있는 곳에 있다.

고천문에서는 하늘을 31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서 별자리를 배속시켜 분류하였는데, 그 분류는 시대별로 달랐다. 『보천가(步天歌)』 이후 3원(三垣)과 28수의 별자리 분류 체제가 확립되면서 벌성은 28수 가운데 동방 7수의 방수에 속하였다. 그 이전인 『삼가성경(三家星經)』에서는 무함중외관(巫咸中外官)에 속하는 것으로, 그리고 『수서(隋書)』「천문지(天文志)」에서는 중궁(中宮)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천문 분야론에 따르면, 하늘을 12구역으로 나눈 십이성차(十二星次) 가운데 대화(大火)의 차에 속하는데, 서양 황도십이궁의 전갈자리[天蝎宮]가 여기에 상응한다. 해가 하늘에서 대화의 차에 있을 때는 십이진(十二辰)의 묘(卯)에 방향에 해당되는데, 시절은 음력 9월이 된다.

벌성의 별 3개는 동함성의 서쪽에 있으며 남북으로 곧게 늘어서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에서 벌성은 건폐 성좌의 동남쪽, 동함 4성의 서쪽에 끼인 좁은 지역 안에 있다. 『보천가(步天歌)』에서는 이 모양을 “벌(罰) 세 별은 건폐성 위에 곧게 서 있고, 벌성(罰星)을 끼고 있는 두 함성(咸星)은 방을 닮았으며” 하고 읊었다. 하늘에서 이 지역은 서양 별자리의 뱀주인자리에 속하는데, 여기에 속하는 세 별 곧 뱀주인자리 프시별·카이별·파이별이 벌성을 이루는 별이 된다.

벌성은 죄인들에게 형벌을 주는 일을 본떠 하늘에 올려 만든 별자리이므로, 죄인을 베어 죽이는 일을 주관하고, 재물을 받고 형벌의 면제해 주는 일을 담당한다. 옛 사람은 여기에 바탕을 두고 벌성과 관련된 천문 현상을 해석하였다. 벌성이 똑바르고 곧게 배열되어 있으면 법령이 공평하게 적용되고, 구부러지거나 비스듬하게 배열되어 있으면 형벌이 균형 있게 집행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혜성이나 객성(客星)이 벌성을 범하면 나라 안에 법령이 서지 않고 법령이 잘못 적용되어 근심이 많아진다고 보았다.

참고문헌

  • 『고려사(高麗史)』「천문지(天文志)」
  • 『천문류초(天文類抄)』
  • 『사기(史記)』「천관서(天官書)」
  • 『통지(通志)』「천문략(天文略)」
  • 『진서(晉書)』「천문지(天文志)」
  • 『수서(隋書)』「천문지(天文志)」
  • 『송사(宋史)』「천문지(天文志)」
  • 『설문해자(說文解字)』
  • 『삼가성경(三家星經)』
  • 『영대비원(靈臺秘苑)』
  • 『보천가(步天歌)』
  • 『관상완점(觀象玩占)』
  • 『강희자전(康熙字典)』
  • 『돈황사본(敦煌寫本)』
  • 潘鼐, 『中國恒星觀測史』, 學林出版社, 2009.
  • 陳己雄, 『中國古星圖』, 香港太空館,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