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혐(避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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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을 받은 관리가 그 혐의가 풀릴 때까지 사직을 청하고 맡은 업무를 보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

개설

언론기관인 사헌부와 사간원은 관서가 행한 행정이나, 관료 개개인이 행한 행동이 부당하거나 부당하다는 소문이 있을 때 그 대상을 탄핵하였다. 언론기관에서 탄핵을 받은 관아와 관원은 하던 업무를 멈추고 사직을 청하고 물러나서 그 혐의가 해결될 때까지 직무를 보지 않았다. 이를 피혐하고 사진(仕進)하지 않는다고 표현하였다.

내용 및 특징

피혐은 혐의를 피한다는 의미로, 관원들이 맡은 업무에 대하여 대간의 탄핵이 있는 경우 탄핵받은 혐의의 대하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사직을 청하고 맡은 업무를 하지 않고 물러나 있는 것을 의미하였다. 일반적으로 언론기관에 의해서 탄핵받은 관원은 하던 업무를 멈추고 피혐하였다. 그러나 종종 탄핵을 당한 관원이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대간의 언론에 저항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한 경우에는 그러한 언론을 한 대간들도 피혐하고 물러가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관원이나 대간이 피혐하게 되면 조정의 대신들과 왕은 이 문제를 조사하여 정당성 여부를 결정하였다. 옳다고 판단되는 편은 출사(出仕)하게 하였고, 잘못한 이들에게는 적절한 처벌을 하였다. 대부분의 경우 대간의 탄핵은 바른 것으로 판결되었지만, 대간의 탄핵이 잘못된 것으로 판결되는 경우도 있어 대간이 사직하기도 하였다.

정치적으로 피혐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간의 피혐이 그것이었다. 대간이 한 언론이 왕에 의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에 대간은 이에 대한 저항의 표현으로 피혐하였다. 왕은 출사를 명하지만 출사한 대간은 다시 자신들의 요청을 수용해 줄 것을 요청하고 이것이 수용되지 않으면 다시 사직을 반복하였다.

특별한 경우로 대간 내에서 의결이 갈리면서 대간 사이에 갈등이 표출되어서, 대간이 서로 사직을 청하면서 피혐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간의 언론은 대부분 부서 구성원 모두가 원의(圓議)에서 결정하였는데(『태종실록』 11년 8월 18일) 대간 사이에 논의가 일치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그 갈등이 밖으로까지 표출되면서 대간들은 서로 피혐하였다.

변천

조선중기로 가면서 관료들이 탄핵을 받아서 피혐을 하는 것보다 대간들이 정치적으로 피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즉, 대간들은 왕과 대신들이 자신들의 탄핵을 수용하지 않는 경우에 자신들이 행한 탄핵을 정당한 것으로 주장하면서 거듭 사직을 청하고 출사하지 않았다. 피혐을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었다. 대간이 피혐하고 출사하지 않는 경우 서경(署經)이 진행되지 못하여 조정의 인사 업무가 마비되었다. 그러면 왕은 대간의 출사를 명하였는데 대간은 자신들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다시 사직을 청하고 물러가기를 반복하였다.

대간이 자신들의 견해를 관철하기 위하여 피혐하는 경우, 결국 자신들의 견해를 관철할 수 있는가는 당시의 권력 구조와 연관되었다. 즉, 왕의 명을 거듭 거역하면서 지속적으로 피혐하면서 자신들의 견해를 관철시키는 것은 결국 대간이 왕과 대신에 대하여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좌우되었다. 언론권이 강한 시기와 그렇지 못한 시기, 즉 권력 구조의 역학 관계에 따라서 상황은 달랐다. 조선초기에는 언론 기구가 가지는 지위가 취약하여 대간은 한두 차례 사직하여 피혐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공론 정치가 활성화되는 조선중기 이후에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심한 경우 수십 차례의 피혐으로 결국 언관들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붕당 정치의 정국에서는 붕당의 견해를 대간들이 대변하게 되면서 피혐은 더욱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다.

참고문헌

  • 김돈, 『조선 중기 정치사 연구』, 국학자료원, 2009.
  • 최승희, 『(조선 초기) 정치문화의 이해』, 지식산업사, 2005.
  • 최승희, 『조선 초기 언관·언론 연구』, 서울대학교 출판부, 1989.
  • 최승희, 『조선 초기 언론사(言論史) 연구』, 지식산업사, 2004.
  • 최이돈, 『조선 중기 사림 정치 구조 연구』, 일조각, 1994.

관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