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경(八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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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및 조선 시대에 일정 지역이나 장소의 빼어난 경치 여덟 개를 말하는 것.

개설

중국의 북송 시기에 정해진 소상팔경(瀟湘八景)에서 유래하여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까지 유행한 동아시아적 문화현상이다. 우리나라는 고려 명종이 소상팔경에 대한 그림을 그리게 하고 이인로 등에게 시를 짓게 하면서 유행하였다. 우리 국토를 대상으로 한 팔경은 이제현의 송도팔경(松都八景)에서 시작되었으며, 대상지역이 사대부의 부임지, 고향, 도읍지, 유흥지, 은거지 등 전 국토는 물론 궁궐의 정원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내용 및 특징

소상팔경은 전체 제목 외에 각 경치에 대한 소제목이 있다. 즉 ‘평사낙안(平沙落雁: 평평한 모래사장에 내려앉는 기러기)’, ‘원포귀범(遠浦歸帆: 먼 포구로 돌아가는 배)’, ‘강천모설(江天暮雪: 강 하늘에서 내리는 저물녘의 눈)’, ‘산시청람(山市晴嵐: 산속 시내(市內)에서 피어오르는 아침)’, ‘동정추월(洞庭秋月: 동정호의 가을 달)’, ‘소상야우(瀟湘夜雨: 소상강의 밤비)’, ‘연사만종(煙寺晩鐘: 안개 낀 절의 저녁 종소리)’, ‘어촌석조(漁村夕照: 고기잡이 마을의 지는 햇빛)’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소제목에는 경치의 특징이 담겨 있는데 특히 두 개의 경치가 유사성과 대비성에 의해 짝을 이루고 있다. 이런 특성으로 팔경은 십경, 십이경, 십육경 등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정형적 경관 여덟 개에 밤과 낮, 사계(四季), 특징적 경물을 담아 해당 지역의 총체적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한국의 팔경은 왕, 왕자, 사대부, 중인, 서민 등이 그림, 한시, 시가, 소설 등으로 향유하였다.

변천

팔경의 원조가 되는 중국의 소상팔경은 본래 호남성 동정호(洞庭湖) 지역을 대상으로 탈속한 경치를 선정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무신란 시기에 정치적으로 무력한 명종이 현실도피의 방법으로 도입하였다. 소상팔경을 이상향의 전범으로 삼아 향유하는 경향은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러 안평대군(安平大君)의 ‘소상팔경시첩’에서도 구현되었으며, 조선후기까지 지속적으로 글과 그림을 통해 향유되었다. 이 소상팔경은 팔경의 전범이 되어 일본에까지 확산되었는데 유구국 사신에게 팔경을 소재로 한 시첩이 하사품으로 내려지기도 하였다.(『세조실록』 13년 8월 14일)

고려시대에 이제현이 팔경의 대상을 우리 국토로 바꾸고 또 ‘스님을 찾고(紫洞尋僧)’, ‘손님을 보내는(靑郊送客)’ 자신의 생활을 팔경 속에 첨부하면서 우리 국토, 그 속에서의 삶을 팔경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유행하였다. 안축(安軸)은 자신의 부임지인 삼척의 평화로운 전원의 모습 8곳을 선정하여 시로 지었으며, 이색(李穡)은 고향을 팔경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였다. 이렇게 팔경의 대상이 확대되고 팔경을 통해 지역을 현창하는 풍조가 유행함에 따라 조선이 건국되었을 때 정도전은 ‘신도팔경(新都八景)’을 지어 보급하는 등 팔경문화를 새로운 도읍지인 한양을 현창하는 방법으로 활용하기도 하였다.(『태조실록』 7년 4월 26일)

전국적으로 팔경이 유행하면서 조선초기 팔경은 우리 국토를 설명하는 중요 요소의 하나가 되어 지리지에 편입되기 시작하였는데[『세종실록지리지』 구도개성유후사, 삼척도호부] 성종시대에는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을 편찬하면서 각 지역의 ‘제영조(題詠條)’에 27개의 팔경을 수록하기도 하였다. 조선후기에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사림(士林)이 사대부의 주류가 되면서 은거지에서의 수양 생활을 팔경으로 선정하는 경향이 늘게 되었다.

근대에 이르러서도 팔경의 유행은 계속되어 1930년에 경성방송국에서 전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대한팔경(大韓八景)’을 추천 받고 이를 대중가요로 만들기도 하였으며, 지금도 각 지역의 우체국이나 신문사, 문화원 등에서 지역 홍보의 일환으로 팔경을 선정하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참고문헌

  • 『新增東國輿地勝覽』
  • 김성룡, 『여말선초 문학사상』, 한길사, 1995.
  • 안장리, 『한국의 팔경문학』, 집문당, 2002.
  • 안휘준, 『한국회화의 전통』, 문예출판사, 1988.
  • 전경원, 『소상팔경-동아시아 시와 그림』, 건국대출판부,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