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극(七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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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 디에고 데 판토하가 1614년 북경에서 간행한 수덕서(修德書) 성격의 한역서학서.

개설

마테오 리치와 함께 활동했던 디에고 데 판토하([龐迪我], Diego de Pantoja)가 1614년(명 만력 42) 북경에서 기독교 포교를 목적으로 간행한 서학서로, 마테오 리치가 『천주실의』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천주의 존재나 영혼의 본질 등 사변적인 문제가 아니라 일곱 가지 죄의 극복을 중심으로 하는 권선적 성격의 수덕서이다. ‘칠극’이란 기독교에서 모든 죄의 뿌리로 여겨지는 교만, 질투, 탐욕, 분노, 식탐, 음욕, 나태의 일곱 가지 죄악 즉 칠죄종(七罪宗)을 극복하여 자신을 완성한다는 의미이다. 이 책은 권선적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판토하가 활동할 당시 민간에서 유행하던 전통적인 중국의 권선서 『공과격(功過格)』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성경』이나 그리스로마의 성인들의 일화를 활용하여 중세 기독교의 윤리적 교훈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천주실의』와 함께 일찍이 조선에도 전래되어 성호이익, 광암이벽, 다산정약용 등이 이 책을 읽고 평한 바 있다. 성호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칠극」이라는 글을 통해 ‘칠극은 서양 사람 방적아의 저술로 곧 우리 유교의 극기의 논설과 같다[七克者, 西洋龐迪我所著, 即吾儒克己之說也]’며, ‘우리 유가가 밝히지 못한 것도 있어 극기복례의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有吾儒所未發者, 其有助於復禮之功大矣]’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천주교 신자로서 폐제분주(廢祭焚主)의 혐의로 참수당한 진산 사건의 핵심 인물 윤지충 역시 계묘년(1783년) 중인 김범우의 집에서 『천주실의』와 함께 이 책을 보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정조실록』 15년 11월 7일).

편찬/발간 경위

마테오 리치를 비롯한 초기 예수회 선교사들은 이른바 보유역불(補儒易佛)을 내세우며 기독교의 세계관과 교리 등을 전통적인 중국의 유학과 절충하고자 시도했다. 『칠극』 역시 그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신학적 내용이나 교리, 계시 신앙 등을 내세우기보다는 유교와 절충 가능한 기독교의 윤리학적 내용들을 중점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저술된 책이다.

서지 사항

1614년(명 만력 42)에 양정균(楊廷筠), 조우변(曹于汴), 정이위(鄭以偉) 등의 조력으로 초간되었고 이후 1629년에 이지조가 편찬한 서학 총서 『천학초함』에도 수록되었다. 1643년(명 숭정 16)에 북경에서 4권으로 간행되었으며 1798년에는 일본 경도(京都)의 시태대당(始胎大堂)에서 4책으로 중간되었다.

구성/내용

전체 7권이며 권두에는 진량채(陳亮采), 조우변(曹于汴), 정이위(鄭以偉), 웅명우(熊明遇)의 서문과 판토하의 자서(自序)가 수록되어 있다. 각권은 제1권 복오(伏傲, 교만을 누르다), 제2권 평투(平妬, 질투를 가라앉히다), 제3권 해탐(解貪, 탐욕을 풀다), 제4권 식분(息忿, 분노를 없애다), 제5권 색도(色度, 탐을 내어 먹고 마시는 것을 막다), 제6권 방음(坊淫, 음란함을 막다), 제7권 책태(策怠, 게으름을 채찍질하다)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문헌

  • 빤또하 저·박유리 역, 『칠극 : 그리스도교와 신유학의 초기 접촉에서 형성된 수양론』, 일조각, 1998.
  • 김승혜, 「『칠극』에 대한 연구-그리스도교와 신유학의 초기 접촉에서 형성된 수양론」, 『교회사연구』9집, 1994.
  • 張鎧, 『龐迪我與中國』, 北京, 北京圖書館出版社,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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