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상(淸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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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부터 조선 내지에서 무역을 하던 청국 상인.

개설

조선후기 대청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조선의 역관과 무역별장(貿易別將), 사상(私商)들이 사행로를 따라 청나라 상인들과 교역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청상이 조선에 들어와 집단거류지를 형성하고 다양한 상업활동을 전개한 것은 1882년(고종 19) 임오군란이 일어나면서부터이다. 구식군대가 일으킨 반란을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일본과 청국에서는 각기 조선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시장 개설을 요구하는 조약을 체결하였다. 1882년 당시 조선과 청국 사이에 맺은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朝淸商民水陸貿易章程)」을 근거로 청나라 상인은 조선에 체류하여 다양한 상업활동을 전개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조선 상인과 청상 간의 갈등과 분쟁이 야기되기도 하였다.

내용 및 특징

17세기 후반부터 대청외교가 정례화되고 사행단에 참여하는 역관이나 무역별장의 수도 늘어났다. 이들은 사행 중에 책문이나 심양, 북경 등지에서 중국 상인과 교역활동을 벌였다. 한편 의주, 개성 상인과 같은 사상(私商)들도 대청무역에 참여하여 수익을 거두었는데, 이 과정에서 청의 관원, 상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예컨대, 무역별장이나 사상 등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털모자를 떼다가 국내에 파는 이른바 관모(官帽), 세모제(稅帽制)가 시행되면서 모자판매점[帽子鋪]을 하는 청국 상인과 교역망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조선후기 대청무역은 기본적으로 조선의 관원과 상인이 청국에 들어가 물품을 교역해오는 것이었기 때문에 청상이 조선 내지에서 상업행위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청상이 조선에 체류하게 된 것은 임오군란이 발발하면서부터였다. 청국은 강화도조약 이후 조선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이 강화되자 이를 견제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청국은 군사 3,000여 명을 조선에 주둔시키는 한편, 조선 정부와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朝淸商民水陸貿易章程)」을 체결하여 청국 상인들이 조선 내지에 들어와 교역할 수 있는 권한을 따냈다. 이로써 청상은 서울과 인천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부산과 원산 등지에 청국인이 거주할 수 있는 청국조계지가 설치되자 일본 상인들과 경쟁하며 점차 세력을 넓혀 나갔다.

변천

초기 청상은 조선에 주둔해 있는 청나라 군인들에게 각종 물품을 공급하는 한편, 조선인을 상대로 무역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서울의 수표교 남·북쪽에 모여 살았으나 수가 날로 증가하자 남대문과 서소문 인근으로 거류지를 확대하였다. 특히 1887년에는 동순태(同順泰) 등 유력한 청상들이 남대문 북쪽 일대에 30여 개 상사를 개점하고, 일부 상사는 조선 상인들이 많은 종로까지 진출하여 무역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상해, 홍콩, 천진 등지에서 수입한 서양 면직물 및 잡화와 중국산 견포 및 한약재 등을 수입, 판매하였으며, 조선에서는 인삼, 곡물, 소가죽, 해산물 등을 수출하였다.

특히 청상으로 유명한 동순태의 경우 조선 정부에 재정 자금을 차관해주고서 기선회사설립권과 한강항행권 등 국책사업의 이권을 획득하였다. 이러한 청상의 활약은 1894년 이전까지 일본 상인의 내지무역 독점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였다. 청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면서 청상에 대한 본국의 정치적 비호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동순태와 같은 청상은 새로운 수익사업을 발굴하고 부동산에 투자함으로써 1920년대까지 조선에서의 경영을 이어갔다.

요컨대 개항 이후 일본과 청국 상인의 한반도 진출로 인해 동아시아의 새로운 교역 네트워크가 형성되었으며, 이로써 조선은 전통적인 조공무역질서에서 벗어나 이러한 국제 무역질서 속에 급속히 편입되어갔다.

참고문헌

  • 강진아, 『동순태호-동아시아 화교자본과 근대 조선』, 경북대학교출판부, 2011.
  • 권석봉, 「韓末 在朝鮮淸商에 관한 硏究; 1900年 初의 韓·淸兵民紛爭案을 중심으로」, 『國史館論叢』, 국사편찬위원회, 1994.
  • 리싱콴, 「19세기 말 조선에서의 청상 활동 연구-1882~1894년을 중심으로」, 『전북사학』32, 전북사학회, 2008.
  • 이흥권, 「19세기 말 朝鮮에서의 淸商活動 硏究-1882~1894년을 中心으로-」, 강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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