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도맥(纂圖脈)

sillokwiki
이동: 둘러보기, 검색



진맥법을 다룬 맥진학 전문서이자 조선시대 의과 시험 교과서로 쓰인 책.

개설

『찬도맥(纂圖脈)』은 맥법을 다룬 맥진학 전문서이자 조선초기부터 의과가 폐지된 조선말기까지 의과 시험 취재 교과서로 쓰인 중요한 책이었다. 조선전기부터 내의원(內醫院) 의관들의 진단맥법 교육을 위한 교재로 활용되었으며, 조선시대 내내 중요한 의학서로 비중 있게 다루어졌다. 이 책의 원작은 중국의 육조(六朝)시대에 나온 것으로 되어 있지만, 『맥경(脈經)』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고 이후 제대로 된 맥학서가 없어 진단에 혼란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뿐만 아니라 『의방유취(醫方類聚)』의 「인용제서(引用諸書)」를 비롯하여 『누판고(鏤版考)』, 『고사촬요(攷事撮要)』 등에 ‘찬도맥(纂圖脈)’ 혹은 ‘찬도맥결(纂圖脈訣)’이라는 서명으로 등장하여 조선시대 내내 주요 의학서로 취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허준(許浚)이 이 책의 내용을 여러 차례 교정하고 고금의 주석을 참고하여 『찬도방론맥결집성(纂圖方論脈訣集成)』이라 이름 붙여 다시 펴냈다.

편찬/발간 경위

『찬도맥』의 원작은 중국의 육조시대 고양생(高陽生)이 편집한 『찬도맥결』로 되어 있지만, 이미 오래전인 원(元)나라 이전에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조선판본의 대본 역시 고양생의 이름을 가탁(假託)한 원(元)대의 조잡한 방각본으로 알려져 있다. 1587년(선조 20)에 지어진 허준의 교정본 발문에도 이미 이 책에 대해 왕숙화(王叔和)의 『맥결』을 표절한 해적판이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 뿐만 아니라 『의방유취』에서 인용한 여러 서책을 비롯하여 『누판고』, 『고사촬요』 등에 ‘찬도맥’ 혹은 ‘찬도맥결’이라는 이름으로 올라 있어 조선에서 내내 지속적으로 간인(刊印)하여 사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허준은 젊은 시절부터 여러 차례 이 책을 교정한 것으로 보이며, 내의원에서의 진단맥법 교재로 『찬도방론맥결집성』을 펴냈다.

서지 사항

『찬도맥』은 서울대학교 규장각, 국회도서관, 고려대학교 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소장본은 내의원에서 1612년(광해군 4)에 발행하였으며[刊記: 萬曆四十年(1612)閏十一月日 內醫院奉敎開刊], 발문은 1581년(선조 14)에 허준이 작성하였다. 4권 4책 목판본으로, 책의 크기는 31.7×20.7㎝이며, 광곽(匡郭)은 사주쌍변(四周雙邊) 반곽(半郭)으로 21.5×16.1㎝, 유계(有界), 10행(行) 17자(字), 판심(板心)은 상하화문어미(上下花紋魚尾)이었다.

구성/내용

『찬도맥』의 조선판 완성본으로 여겨지는『찬도방론맥결집성』에 대하여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책이 『동의보감(東醫寶鑑)』이나 언해의서(諺解醫書) 편찬에 앞서 허준이 가장 먼저 펴낸 처녀작이라는 것이었다. 조선전기에 사용되던 원간본이 허술하여 선조의 명에 의하여 허준이 교정을 시행하였으니, 조선후기부터는 허준이 교정하여 펴낸 책을 사용하였을 것이다. 서명에서 말하는 것과 달리 이 책에는 도해(圖解)가 없으며, 가결(歌訣)로 된 얼마 되지 않는 정문(正文) 이외에는 모두 송(宋)·금(金)·원대 여러 의가(醫家)의 맥론(脈論)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이 책은 조선에서 다시 찍을 정도로 널리 쓰인 맥학서들을 주요 인용서로 사용하였는데, 장원소(張元素)·장벽(張璧) 부자의 논설을 담은 『결고노인왕숙화맥결(潔古老人王叔和脈訣)』, 유원빈(劉元賓)의 『통진자보주왕숙화맥결(通眞子補注王叔和脈訣)』, 이동(李駧)의 『맥결집해(脈訣集解)』(일명 이희범맥결(李希范脈訣) 등이 쓰였다. 그 밖에도 여민수(黎民壽)의 『맥결정요(脈訣精要)』, 지대명(池大明)의 『맥결주해(脈訣注解)』 등을 참고서로 인용하였는데, 『맥결정요』는 『의방유취』에 『여거사맥결정요(黎居士脈訣精要)』라는 이름으로 인용하였다.

따라서 허준의 교정 작업은 당시 조선에 들어와 있던 여러 의가의 맥학서를 총결하여 정리한 것임을 알 수 있으며, 『동의보감』의 편찬 방식으로 볼 때 새로운 저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중국의 서지 목록에 실린 해제에도 ‘일설조선허준찬(一說朝鮮許浚撰)’이라는 문구가 실려 있는 것을 보면, 1349년(원나라 혜종 17)의 원 대 간본(刊本) 『찬도맥결』과 허준이 교정하여 편찬한 『찬도방론맥결집성』은 구분하여 논할 필요가 있다. 허준은 이 책에서 단순히 교정만 한 것이 아니라 내용 가운데 집주(集注)하여 의가의 연원을 곳곳에 밝혀 놓았다. 이것은 허준의 의학사적 인식을 보여 주는 것으로, 역대 의학의 계통성에 관한 그의 역사관이 『동의보감』에서 역대의방(歷代醫方)으로 이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책 가운데 문장이 복잡하고 중복된 것은 원권(圓圈) ‘○’으로 끊어 구별하였다고 밝혔는데, 『동의보감』의 집필 방식이 이미 여기서 고안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허준이 직접 지은 발문에 적힌 ‘의국론(醫國論)’이었다. 그는 의국론을 통하여 “사람의 맥은 경락이고 국가의 맥은 기강이다. 기강이 서지 않으면 예법이 무너지고 사직이 위태로워지며, 경락이 통하지 않으면 표리가 막히고 음양의 조화가 흐트러져 생명을 보전하기 어려워진다.”고 하면서 ‘의유동도(醫儒同道)’의 입장에서 당당한 논변을 펼치고 있었다. 1581년(선조 14) 예조속하(禮曹屬下)의 종4품직인 내의원(內醫院) 첨정(僉正)으로 있던 허준의 글에서 동국 의국론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매우 의미 깊은 일이었다.

참고문헌

  • 한국한의학연구원 편, 『의성허준저작집』해제 , 한국한의학연구원, 2014.
  • 안상우, 「『纂圖脈』-書影 속에 비친 龜岩의 그림자」, 『고의서산책』 204회, 민족학신문, 2004.
  • 안상우, 「『纂圖脈訣』-찬송가와 성경」, 『고의서산책』 130회, 민족학신문, 2002.
  • 안상우, 「『纂圖方論脈訣集成』-허준의 처녀작」, 『고의서산책』 23회, 민족학신문, 2000.
  • 余瀛鰲, 「傅景華 편」, 『中醫古籍珍本提要』, 中醫古籍出版社, 1992.
  • 허종, 「『纂圖方論脈訣集成』에 대한 의사학적 연구」, 경희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2.
  • 「纂圖方論脈訣集成, 作者簡介, 元·著者佚名(一說朝鮮許浚撰)」, 『中醫古籍珍本提要』

관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