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요록(宗堯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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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 말기의 학자 허전(許傳, 1797-1886)이 육경(六經)에서 중요한 문장들을 항목별로 분류하여 편집한 경전해설서다.

개설

이 책은 육경을 통하여 수신(修身)·치정(治政)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의 본말과 선후의 소재를 밝혔으며, 유교적인 사유체계를 매사에 적용시키려는 의도에서 편찬되었다.

권1에 민(民), 권2에 천(天), 권3에 경(敬), 권4에 덕(德), 권5에 민, 권6에 경, 권7에 심(心), 권8에 정(情), 권9에 의(意), 권10에 잡저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합철된 2책은 철명편(哲命編) 상· 하로 되어 있다.

‘천’은 요전(堯典)과 순전(舜典)을 통하여, 경천(敬天)의 뜻을 밝히고, 천명(天命)의 절대성을 구명한 내용이다. ‘덕’은 요(堯)·순(舜)·우(禹)의 큰 덕을 논술한 것으로 성인의 지대한 덕이야말로 천지와 함께 화육(化育)의 가장 큰 공효를 나타낼 수 있음을 밝혔다.

‘정’은 여러 경전에 나오는 정에 관한 문장을 망라하여, 광범한 해설을 한 글로 정의 진실성을 강조하였다. 잡저의 ‘양심설(養心說)2’은 맹자의 ‘과욕설(寡欲說)’을 인용한 것으로 최대한의 양심(養心)으로 인하여, 무욕(無欲)의 상태가 되면, 천지만물 중 어느 것도 그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하였다.

편찬/발간 경위

이 책의 저자 성재 허전은 조선 말기에 활동한 성호학파의 후기 실학자로서 조선말기 유학사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인물로서, 조선 말기 성호학맥을 계승하였고, 수많은 문도를 받아들여 성호학의 저변을 확대시키고, 정상우도 일원에 침체되었던 학풍을 크게 진작시켰으며, 당대에 빈발한 민란과 관련하여 전체개혁을 위한 항산전론을 창안하여 제기하였다.

한편 『종요록(宗堯錄)』을 저술하여, 증민사상에 입각한 경학의 체계를 제안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고자 하였으며, 또한 성호순암을 거쳐 형성된 주체적 역사인식 하에 침략적 외세를 배격하고 서학을 배척하면서, 자국의 국체와 문화를 보존하려고 하였다.

이 책은 고종 대의 정치사상을 탐구하고, 조선후기 제왕학의 전개과정을 논구함에 있어, 필수적인 사료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밝힌 천, 민(民), 경, 덕의 4강령 중에 실제로 목차 순서에서 최우선의 배려를 받은 것이 ‘민’이었다는 사실은, 『종요록』이 편찬된 고종대의 정치사상을 조명하는 하나의 시점을 제공해 준다.

또한 진덕수(眞德秀)의 『대학연의(大學衍義)』에 자극을 받아, 조선에서 편찬된 독자적인 제왕학 교과서들이 『성학집요(聖學輯要)』·『홍범연의(洪範演義)』·『국조대학연의(國朝大學衍義)』를 거쳐 『종요록』에 도달하고 있다는 사실도 조선 후기 경세론의 계통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둔다고 말할 수 있다.

서지 사항

10권 6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금릉장판(金陵藏板)이다. 사주단변이고, 반엽광곽은 21×14cm이다. 10행 20자의 유계, 상하내향화문어미를 갖추고 있고, 크기는 28.5×18cm이며,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이 책은 고종 대의 학자관료 허전이 편찬한 제왕학 교과서이다. 허전은 1797년(정조 21) 경기도 포천에서 출생하였고, 1817년(순조 17) 황덕길(黃德吉)에게 사사하여, 이익(李瀷)의 학맥을 계승하였다. 1839년(헌종 5) 문과에 합격하여, 내외관직을 두루 역임하였다. 1886년(고종 23) 90세의 수를 누리고 타계하였다. 주요 저술로는 『종요록』과 함께 『토의(士儀)』·『사의절요(士儀節要)』 등이 있다.

책머리에는 ‘종요록서(宗堯錄序)’와 ‘진종요록철명편소(進宗堯錄哲命篇疏)’, ‘천민경덕도(天民敬德圖)’ 상·하, ‘종요록범례(宗堯錄凡例)’와 ‘종요록목록(宗堯錄目錄)’이 차례로 배열되어 있다. 허전의 서문에 의하면‚ 도의 전체대용은 다름 아닌 ‘서(書)’에 구비되어 있으며‚ ‘서’야말로 성인의 수제치평(修齊治平)의 술이다. 그런데 ‘서’에서는 천, 민, 경, 덕을 가장 중시하여, 천을 말한 것이 495회, 민을 말한 것이 366회, 경을 말한 것이 237회, 덕을 말한 것이 342회이다. 이에 천, 민, 경, 덕을 4강령으로 삼아 경전 및 선유의 언설을 수집하였고, 다시 ‘천민경덕도설(天民敬德圖說)’과 ‘심성정도설(心性情圖說)’을 지어 권두에 부쳤다는 것이다.

허전의 상소문에 의하면, 이처럼 수제치평의 경세학 교과서로 ‘서’를 중시하는 관점은, 진덕수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 진덕수가 『대학연의』를 편찬한 것도 이러한 뜻을 추단(推闡)한 것이라고 본다. 본문은 서문에서 밝힌 4강령의 취지에 부합하여 목차를 배정하였다.

제1책~제4책이 『종요록』의 원문이라면, 제5책과 제6책은 여기에 합철된 ‘철명편(哲命篇)’이다. 먼저 제5책의 권두에 ‘진철명편종요록소(進哲命篇宗堯錄疏)’, ‘철명편서(哲命篇序)’, ‘철명편목록(哲命篇目錄)’이 차례로 배열되어 있다. 허전의 서문에 의하면, 조선왕조에서 세자를 보양하고 교도하였던 방법은 『국조보감(國朝寶鑑)』·『갱장록(羹墻錄)』·『문헌비고(文獻備考)』에 상세하므로, 이들 책자에서 세자교육과 관련된 구절을 발췌하여 책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시 허전의 상소문에 의하면, 이 작업은 허전이 처음 시작한 것이 아니며, 허전의 부친 허형이 순조대에 세자를 보익하려는 뜻을 품고, 중국과 우리나라의 세자지례(世子之禮) 및 교육지전(敎冑之典)을 수집하였고, 허형이 이루지 못한 유업을 자신이 계승한 것이라고 밝혔다.

본문의 구성을 보면, 상편에는 ’역대세자례(歷代世子禮)‘를 두어, 경서 및 『사기(史記)』·『한서(漢書)』·『통감(通鑑)』·『송명신록(宋名臣錄)』·『이정전서(二程全書)』·『주자대전(朱子大全)』 등에서 중국의 역대 세자 의전과 세자 교육 관련 내용을 발췌하였고, 하편에는 ’본조세자례(本朝世子禮)‘를 두어, 『갱장록』·『열성어제(列聖御製)』·『국조보감』·『상훈보편(常訓補編)』 등에서 태조 대에서 순조 대까지의 조선의 역대 세자 의전과 세자 교육 관련 내용을 발췌하였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육경을 통하여 수신· 치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의 본말과 선후의 소재를 밝혔으며, 유교적인 사유체계를 매사에 적용시키려는 의도에서 편찬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참고문헌

  • 금장태·고광직, 『유학근백년』, 박영사, 1989.
  • 김용섭, 『증보판 조선후기 농업사연구』, 일조각, 1995.
  • 김철범, 「성재 허전의 제도개혁론에 대하여」, 『문화전통논집』 제6집, 경성대한국학연구소, 1998.
  • 류탁일, 『성호학맥의 문집 간행연구』, 부산대학교 출판부, 2000.
  • 정경주, 「경상우도 성재(性齋) 허전(許傳)의 학단(學團)을 중심으로-성재(性齋) 허전(許傳)의 학문 사상과 그 학술사적 위상-」, 『남명학연구』 제31권, 남명학회,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