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경언해(圓覺經諺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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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唐)나라 종밀(宗密)의 『원각경대소초(圓覺經大疏秒)』에 세조(世祖)가 토를 달고, 신미(信眉)·효령대군(孝寧大君)·한계희(韓繼禧) 등이 번역한 책.

개설

『원각경언해』는 1465년(세조 11) 『원각경대소초』에 세조(世祖)가 구결을 단 『어정구결원각경(御定口訣圓覺經)』을 대본으로 신미ㆍ효령대군ㆍ한계희 등이 한글로 번역하고, 황수신(黃守身) 등이 새기고 박아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목판본 10권 10책으로 간행한 책이다.(『세조실록』 11년 3월 9일) 국가에서 주도한 불경 언해 작업이었으므로, 훈민정음 창제 직후 비교적 짧은 시기에 이루어졌던 정서법의 공식적인 변천을 살피는 데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서지 사항

총 10권 10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목판본이다. 세로 32cm, 가로 23.3cm이고, 지질은 한지이다.

현재 원간본은 영본으로 서울대학교 일사문고와 이숭녕(李崇寧) 등 소장본이 일부 전한다. 원간본의 책판으로 1472년(성종 3) 인출된 책도 있다. 이것은 원간본과 인면(印面)·지질 등이 같지만, 권두의 내제(內題) 다음에 있는 ‘御定口訣 慧覺尊者臣信眉 孝寧大君臣補 仁順府尹臣韓繼禧等譯(어정구결 혜각존자신신미 호령대군신보 인순부윤신한계희등역)’의 2행이 빈칸으로 바뀌었다. 간경도감의 폐쇄 등 인출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또, 책 끝에 활자로 된 김수온의 발문이 있다.

원간본의 복간본과 중간본(1575년(선조 8) 전라도 안심사(安心寺) 간행)이 있는데, 복간본은 완질이 규장각과 서울대학교 가람문고에, 중간본은 동국대학교 도서관과 규장각 등에 소장되어 있다.

한편 『원각경언해』에서 언해부분만을 제외하고 구결부분만으로 된 책이 있다. 을유자(乙酉字)로 된 『원각경구결(圓覺經口訣)』로 분권은 언해본과 같고, 모두 5책이다.

구성/내용

『원각경(圓覺經)』은 북인도의 고승 불타다라(佛陀多羅)가 한역(漢譯)한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을 말하며, 『대방광원각경(大方廣圓覺經)』, 『원각수다라요의경(圓覺修多羅了義經)』, 『원각요의경(圓覺了義經)』이라고도 한다. 고려의 지눌(知訥)은 이를 깊이 신봉하여 『요의경(了義經)』이라 하기도 했다.

『원각경』은 마음의 본래 성품을 깨달아, 그 원만한 깨달음을 실행하도록 강조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 경에 대한 대표적인 주석서로 당나라 종밀의 『대방광원각경대소(大方廣圓覺經大疏)』, 『대소초(大疏鈔)』, 『약소(略疏)』, 『약소초(略疏鈔)』 등과 조선 초기 함허당(涵虛堂)득통(得通)의 『원각경소(圓覺經疏)』 등이 있으나, 종밀의 주석서가 많이 유통되었다. 그런 가운데 『원각경』은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이라고 해서 한문본과 언해본, 구결본 등이 간행되었는데, 불교 수행에 기본적인 틀을 제시하고 있는 경전으로서 그 내용이 대승(大乘)의 참뜻을 잘 표현하고 있어, 한국과 중국에서 널리 유통되어 왔다. 『금강경』, 『능엄경』, 『대승기신론』 등과 함께 불교 전문 강원(講院)의 4교과 과정의 필수과목으로 학습되어 왔다.

『원각경언해』의 내용을 살펴보면, 첫머리에는 원각경을 올리는 전문(箋文)과 판각에 관여한 사람들의 성명과 직책이 표시되어 있고, ‘교정[校正]’의 인장이 찍혀있다. 끝에는 모두 3차례에 걸쳐 교정했다고 적고 있는데, 마지막장 뒷면에는 ‘중교김계상 삼교함수동박석동(中校金繼湘 三校咸洙同朴石仝)’의 묵서지기(墨書識記)가 있다. 그만큼 본문의 내용에 정확도를 기했음을 알 수 있다.

한문 주해·본문 및 언해문의 편찬 양식은 목판본 『능엄경언해(楞嚴經諺解)』와 같으며 『법화경언해(法華經諺解)』(1463년)·『선종영가집언해(禪宗永嘉集諺解)』(1464년)·『금강경언해(金剛經諺解)』·『반야심경언해(般若心經諺解)』와는 대동소이하다.

본문은 석가모니가 12보살과 문답한 것을 그 내용으로 삼고 있다. 서문은 경 본문에서 말할 내용을 요약하여 제시한 글로 『원각경약초서(圓覺經略鈔書』, 배휴(裵休)의 『원각경약소서(圓覺經略疏序)』, 그의 스승인 종밀의 『원각경서(圓覺經序)』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경의 안목이 되는 부분으로 여래인행(如來因行)의 근본과 과상(果相)을 설하고 있다. 즉, 인지(因地)에 원각을 닦는 자가 모든 현실이 허공의 꽃이요 몽환인 줄을 알면, 곧 생사윤회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생사가 곧 열반이 되고 윤회가 곧 해탈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불교의 소의경전(所依經典) 가운데 하나이다.

이 책의 판식과 번역 양식은 모두 목판본 『능엄경언해』와 같다. 그러나 표기방식에 있어서는 ‘ㆆ’과 각자병서가 폐기된 점이 특이하다. 또한 ‘修行 사미, 元輔애 올올 고, 사를 , 그츨 저기, 롤 디니’처럼 관형형어미 ‘ㄹ’ 다음의 명사 첫소리가 예삿소리로 통일되는데, 『능엄경언해』·『법화경언해』에서 ‘가·까’로, 『금강경언해』에서 ‘까’로 표기되던 어형이 이 책에서는 ‘가’로만 표기되었다. 어두의 각자병서, 예컨대 ‘쓰다·다’도 ‘스다·혀다’로 표기되었다. 이것이 『두시언해(杜詩諺解)』·『금강경삼가해(金剛經三家解)』 등으로 이어져, 15세기 말의 『육조법보단경언해(六祖法寶檀經諺解)』에까지 계속된다. ‘ㅵ’ 합용병서는 나타나지 않고 ‘ㆆ’은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에만 사용된다. 방점이 찍혀 있으나 언해문에만 나타나 있고 구결에는 찍지 않았는데, 이는 간경도감에서 간행한 다른 언해서들과 동일한 성격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소가 주위 환경에 의하여 된소리가 나는 현상을 표기법에 어떻게 반영하는가에 있어서도, 15세기의 국어표기 방식은 모색을 거듭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원각경언해』에서 언해부분만을 제외하고 구결부분만으로 된 책도 있다. 을유자(乙酉字)로 된 『원각경구결(圓覺經口訣)』로 분권은 언해본과 같고, 모두 5책이다. 현재 원간본과 이를 복각한 중간본이 모두 전한다.

의의와 평가

국가에서 주도하여 간경도감을 중심으로 불경 언해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던 시기의 자료이므로, 다른 간경도감의 체제나 번역 양식과 균질적인 모습을 보여 15세기 국어를 연구하는 데는 물론이며, 훈민정음 창제 직후 비교적 짧은 시기에 이루어졌던 정서법의 변천을 살피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이다. 불교 교리 연구에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참고문헌

  • 『세조실록(世祖實錄)』
  • 박종국, 『한국어 발달사』, 세종학연구원, 1996.
  • 안병희, 「중세어(中世語)의 한글자료(資料)에 대한 종합적(綜合的)인 고찰(考察)」, 『규장각』3 , 서울대, 1979.
  • 정우영, 「원각경언해 해제」, 『역주 원각경언해』,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90.
  • 최현배, 『한글갈』, 정음사, 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