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전비(五倫全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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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에 사역원의 한학에서 사용한 한어 교재.

개설

『오륜전비(伍倫全備)』는 『오륜전비기(伍倫全備記)』의 약칭으로 명(明)대 구준(丘濬)이 지은 충신·효도에 관한 전기(傳奇)류 작품이었다. 이를 조선 숙종대에 우리말로 언해하여 『오륜전비기언해(伍倫全備記諺解)』라는 이름으로 한어의 학습 교재로 편찬하였다.

『오륜전비기』는 춘추전국시대에 오(吳)나라의 충신 오자서(伍子胥)의 후예인 오륜전(伍倫全)·오륜비(吳倫備) 형제의 충효에 관한 일을 소재로 하여 만든 작품이다. 사역원에서 사용한 『오륜전비기』는 구준의 작품을 저본으로 하여 적옥봉도인(赤玉峰道人)이 희곡 작품으로 개편한 『권화풍속남북아곡오륜전비기(勸化風俗南北雅曲伍倫全備記)』를 말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서울대학교 도서관의 고도서에 사역원에서 한어 교재로 사용한 판본이 동일한 서명의 영본(零本)[卷1, 2]이 소장되어 있다. 이 책의 첫머리에 있는 옥산(玉山)고병(高並)의 서문에 적옥봉도인(赤玉峰道人)의 소편(所編)인 『오륜전비기』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어 그가 구준의 작을 희곡으로 만든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은 왜란(倭亂)과 호란(胡亂)을 거치면서 원(元)대 한아언어를 반영한 한어 교재 『직해소학』이 중국어 학습에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명대 이후에 남경(南京) 관화를 반영한 『오륜전비』로 교체하였다. 즉, 양란(兩亂) 이후에 간행된 『속대전(續大典)』과 이보다 조금 앞서 간행된 『통문관지(通文館志)』에 『직해소학』 대신에 『오륜전비』를 『노걸대』·『박통사』와 더불어 한어 교재로 하였다는 기사가 있다. 이때에 사용한 교재를 언해하여 간행한 『오륜전비언해(伍倫全備諺解)』가 서울대학교 규장각 등에 소장되었다. 『오륜전비기』는 『대전회통(大典會通)』에서 폐지되고 『역어유해(譯語類解)』로 바뀌었다.

편찬/발간 경위

『오륜전비기』가 언제부터 조선사역원의 한어 교재로 사용되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아마도 임진왜란 이후의 일로 보인다. 『오륜전비언해』의 권두에(첫머리에) 수록된 고시언(高時彦)의 서문에 의하면 1696년(숙종 22)에 사역원에서 『오륜전비기』의 언해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중도에서 그만두고 1709년(숙종 35)에 사역원의 교회청(敎誨廳)에서 다시 시작하여 1720년(숙종 40)에 완성하였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1721년(경종 원년)에 한어 역관유극신(劉克愼) 등이 돈을 내어 판본으로 간행하였으며, 이후 역과(譯科)를 비롯한 각종 한어 시험에 출제서로 이용되었다.

『오륜전비기』는 언해하기 전부터 사역원에서 한어 교재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문관지』(권8) 「집물(什物)」조에 “박통사판, 오륜전비판, 사성통해판, 이상은 간판한 연월일이 미상이다[朴通事板 伍倫全備板 四聲通解板 以上刊板年月未詳].”라는 기사에 의하면 일찍부터 『노걸대』·『박통사』와 더불어 한어 학습의 교재로 간판(刊板)되어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서지 사항

전8권 8책으로 이루어졌고, 목판본이다. 사주단변(四周單邊)에 유계(有界) 11행이며 판심은 상하 내향(內向) 4엽 화문(花紋) 어미에 판심(版心) 서명(書名)은 『오륜전비언해』 제 몇 권이다. 크기는 34.4×22.5㎝로 사역원에서 유극신이 사비로 출판하였다.

구성/내용

『오륜전비기』는 춘추전국시대에 충심으로 유명한 오자서(伍子胥)의 후예로서 역시 충신 효자로 이름을 날린 오륜전·오륜비 형제를 소재로 한 전기류 작품이다. 내용이 과거에 1·2등으로 급제하여 가문(家門)을 빛낸 두 형제의 효도와 우애를 다루었기 때문에 당시 명문 사대부의 생활과 전통 예절, 가풍 등을 엿볼 수 있었다.

이를 교재로 선택한 것은 같은 한어 교재로서 『노걸대』와 『박통사』가 원래 원 대의 한아언어를 학습하는 교재로 저작된 것이며, 지나치게 상고(商賈)의 언어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명대 남경(南京) 관화를 반영하고 충신 효자의 전기를 수록한 『오륜전비기』를 교재로 추가한 것이 아닌가 한다.

『오륜전비언해』는 권두(卷頭)의 범례에서 12조목에 걸쳐 언해의 목적, 주석의 필요성과 방법, 중국어의 음운 체계, 언해본의 한자음 표기법, 원문의 부분적인 수정, 난해구의 해석, 등장인물의 명명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되었다. 역시 한어 교재로서의 면목을 볼 수 있었다.

참고문헌

  • 서울대학교 규장각, 『규장각한국본도서해제』 「경, 자부」, 서울대학교 규장각, 1978.
  • 정광, 『역학서 연구』, J&C, 2002.
  • 정광, 『조선시대의 외국어 교육』, 김영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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