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連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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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에서 순경음을 표기하기 위해 순음 계열의 초성 아래에 ‘ㅇ’을 이어 쓰는 표기 방식.

개설

연서(連書)는 초성을 상하로 이어 쓰는 표기 방식으로, 특히 순경음(脣輕音)을 표기할 때 사용되었다. 입술소리 즉 순음(脣音) 계열인 ‘ㅁ, ㅂ, ㅃ, ㅍ’ 아래에 ‘ㅇ’을 연이어 써서 ‘ㅱ, ㅸ, ㅹ, ㆄ’의 순경음을 나타내고, 반설음 ‘ㄹ’의 아래에 ‘ㅇ’을 이어 써서 반설경음(半舌輕音) 곧 ‘반가벼운혓소리’를 표시하였다. ‘ㅇ’을 이어 쓰는 소리들은 ‘입시울 가야 소리’로 변화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세종실록』 28년 9월 29일).

내용 및 특징

연서는 자음 두 개를 상하로 합쳐서 발음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과정에서 병서(竝書), 부서(附書)와 함께 글자 운영의 한 방법으로 제시되었다. 위에 오는 자음은 순음 계열 혹은 반설음으로, 연이어 오는 자음은 ‘ㅇ’으로 한정되어 있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순경음 ‘ㅱ, ㅸ, ㅹ, ㆄ’ 등은 기본 17자음에 포함되지 않는 2차 생성 자음이었다. 그리고 순경음이 되기 전의 원래 자음들인 ‘ㅁ, ㅂ, ㅃ, ㅍ’은 순중음(脣重音)으로 분류되었다.

순경음은 순음을 순중음과 순경음으로 구분한 중국 운서(韻書)의 영향을 받아 생겨났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음운 체계에서 순음을 순중음과 순경음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아무런 기능적 역할이 없을 뿐 아니라, 실제 언어생활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분류와 연서가 등장하게 된 것은,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를 통해 한자 발음을 정확히 표현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ㅸ’만이 한글 표기에 쓰였으며, 그 외의 ‘ㅱ, ㅹ, ㆄ’은 한자음 표기에 간혹 쓰였을 뿐 우리말을 표기하는 데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ㅸ’도 유성 음운 환경들 사이에만 쓰였다. 이 소리는 현대 음성학에서는 유성 양순 마찰음인 ‘ß’에 해당한다.

15세기 중엽에는 ‘ㅸ’ 역시 한글 표기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연서는 글자를 운영하는 또 다른 방식인 부서·병서와 달리 한자음과 관련되어 있을 뿐, 우리말 현실과는 무관하였다. 그 때문에 한글 표기에 전혀 쓰이지 않거나 제한된 환경에서만 사용되었으며, 그마저도 곧 소멸된 것이다.

참고문헌

  • 『훈민정음(訓民正音)』
  • 박종국, 『훈민정음』, 정음사, 1976.
  • 이기문, 『國語史硏究』(新訂版), 태학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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