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도(輿地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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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도 및 조선 군현지도, 조선전도, 그리고 천하도지도(天下都地圖)를 망라한 지도책.

개설

『여지도(輿地圖)』는 한양도성도 및 조선 군현지도, 조선전도, 그리고 천하도지도(天下都地圖)를 망라한 지도책이다. 정확한 제작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지도에 표기된 내용으로 보아, 1789년에서 1795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1책에는 한양도성도ㆍ북경도성도, 의주에서 북경에 이르는 사신의 통행로를 그린 의주북경사행로(義州北京使行路)ㆍ조선전도ㆍ중국지도ㆍ천하도지도가 차례로 수록되어 있다. 제2책에는 그 형식과 내용이 정상기의 『동국지도(東國地圖)』를 많이 따르고 있는 조선 도별 지도, 그리고 제3책에는 중국의 지방을 행정구역별로 나눈 16장의 지도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제1책의 의주 북경사 행로에는 산지와 하천이 매우 상세하게 그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의주에서 산해관(山海關)에 이르는 지역의 장성(長城)이 그려져 있고, 주요 교통로와 도시 등이 기재되어 있어서, 당시 만주 지역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또 ‘천하도지도’는 중국에 왔던 이탈리아 선교사 G.알레니가 쓴 『직방외기(職方外紀)』(1632년)에 수록된 ‘만국도지(萬國全圖)’를 바탕으로 제작된 지도로 조선 후기 서방세계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편찬/발간 경위

지도의 제작자와 제작처도 표기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편찬 경위를 알 수 없지만, 선명하고 화려한 색감과 정선된 글씨체, 지도첩에 수록된 지도가 일반인들이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통해 볼 때 국가에서 제작하여, 사용한 것이 거의 분명하다. 이런 관점에서 편찬 경위를 추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장 앞쪽에 수록된 ‘천하도지도’는 당시 민간에서 유행하던 현실과 상상을 결합하여 그린 세계지도인 ‘원형천하도(圓形天下圖)’나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를 천하로 인식하여 그린 ‘천하도(天下圖)’가 아닌 근대적 측량에 의한 서양식 세계지도이다. 이런 계통의 지도가 낱장으로 제작되어 이용된 경우는 드물지 않게 발견되지만, 지도책 속에 세계지도로 들어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둘째, 세부 구조까지 자세한 북경지도와 거리와 방향이 정확한 지도 속에 그려진 사신로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는 점 역시 다른 지도책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특징이다.

셋째, 조선전도인 아국총도와 도별로 수록된 조선의 팔도 지도는 당시 가장 정확한 지도 중의 하나였던 정상기(鄭尙驥)의 『동국지도(東國地圖)』를 축소하거나, 거의 그대로 베낀 지도이다.

넷째, 조선 후기의 중국 지도가 기본적으로 명나라의 행정구역을 기초로 제작된 반면 『여지도』 3첩 속의 중국지도와 16개 성 지도는 청나라의 광역행정단위를 기초로 그려진 것이다. 또한 16개의 성을 그린 지도는 거리와 방향의 정확성을 가장 잘 반영한 최신식의 지도이다. 다섯째, 당시 조선에서 가장 많이 필요로 했던 도시인 조선의 수도인 서울의 도성과 청나라의 수도인 북경의 구조가 자세한 지도가 수록되어 있다.

이와 같은 특징들을 통해 볼 때 『여지도』 3책은 첫째, 고을 지도를 제외한다면, 당시 국가가 가장 필요로 하는 국내ㆍ국외의 지도 거의 대부분을 하나로 묶어 사용하기 위해 편찬되었다. 둘째, 당시 거리와 방향의 정확성을 추구한 최신식의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여 사용하기 위해 편찬되었다.

서지 사항

6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필사본이다. 크기는 세로 26.5cm, 가로 19cm이며,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여지도』에 수록 돤 내용은 세계전도를 나타낸 ‘천하도(天下圖)’, 북쪽 국경 주변의 ‘현세도(現勢圖)’인 ‘요계관방지도(遼界關防地圖)’, 우리나라를 개괄한 ‘조선전도(朝鮮全圖)’, 청나라 성경(盛京) 부근의 ‘여지도’, 우리나라의 ‘도성도(都城圖)’를 비롯한 ‘경기도도(京畿道圖)’, 충청남북도 중심의 ‘호서도(湖西圖)’, 전라남북도 중심의 ‘호남도(湖南圖)’, 경상남북도 중심의 ‘영남도(嶺南圖)’, 황해도 중심의 ‘황해서도(黃海西圖)’, 평안남북도 중심의 ‘관서도(關西圖)’, 함경남북도 중심의 ‘관북도(關北圖)’, 강원도 중심의 ‘관동도(關東圖)’ 등의 지방 별 지도이다.

이 중에 ‘도성도’를 예를 들면, 산수 표현을 가미하여, 서울 전경을 조감도식으로 그린 지도이다. 삼각산을 위쪽 중심에 두고 원형의 성곽 주위를 인왕산, 목멱산, 낙산 등이 둘러싸고 있다. 5부에 소속된 행정구역인 방(坊)과 동(洞)을 상세히 표시하고, 대ㆍ중ㆍ소 도로망과 궁궐, 관아, 사묘, 성문 등을 그려 넣었다.

‘요계관방지도’에는 압록강과 두만강 이북의 청나라의 지세ㆍ도로 등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고, 또한 청나라의 중심지인 성경을 중심으로 한 상세한 지도가 첨부되어 있다. 조선 각 도 지도에는 부(府)ㆍ군ㆍ현별로 따로 그려져 있으며, 산ㆍ하천수계(河川水系)ㆍ객사(客舍)ㆍ망루(望樓)ㆍ서원ㆍ산성 등이 조감도로 그려져 있다.

전체적으로는 면마다 채색지도가 있는데, 그 뒷면에는 민호(民戶)ㆍ관곡(官穀)ㆍ전답ㆍ회부미(會付米)ㆍ성곽ㆍ거리ㆍ산성ㆍ창고 등이 상세하게 기입되어 있고, 또한 각 면의 이수(里數)도 표시되어 있다.

지도책의 제작시기가 기록되어 있지 않은데, 조선전도인 ‘아국총도’와 도별 지도에 1787년(정조 1)에 신설된 함경도의 장진도호부가 표시되어 있어, 최소한 그 이후에 제작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1789년(정조 12)에 양주에서 수원으로 옮긴 현륭원이 수원에 표시되어 있는 반면, 1795년 이후에 변화된 시흥(始興), 노성(魯城), 이원(利原) 등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아, 그 이전에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의의와 평가

표현과 기법이 매우 뛰어나며, 역사적ㆍ학술적으로 그 가치가 높은 지도이다.

지도학사적 측면에서 여지도는 대축척의 군현지도를 제외한 당시 국가에서 필요로 했던 모든 지도가 수록되었다. 『여지도』는 정확한 지도를 편찬하기 위해 조선이 세계와 어떻게 교류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정확한 지도를 확보했는지, 나아가 그런 지도를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도첩이다.

참고문헌

  • 문화재청, 『한국의 옛 지도』, 문화재청, 2008.
  • 오상학, 『조선시대 세계지도와 세계인식』, 창비, 2011.
  • 이기붕, 『조선의 지도 천재들』, 새문사, 2011.
  • 장상훈 역, 개리 레드야드 저, 『한국 고지도의 역사』, 소나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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