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당(魚水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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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후원 영화당 북쪽에 있었던 건물.

개설

『궁궐지(宮闕志)』에 어수당(魚水堂)은 “영화당(暎花堂)의 북쪽에 있는데 동쪽과 서쪽에 연못이 있고 문이 있는데 이를 영소(靈沼)라 한다. 또 남쪽에는 석거문(石渠門)이 있다.”고 기록되었다. 어수당 북쪽에는 진장각(珍藏閣)이 있었고, 남쪽에는 광운각(廣運閣)이 있었다.

내용

1754년(영조 30) 『영조실록』에는 “어수당은 인묘(仁廟) 때 지은 것으로, 명군(明君)과 현신(賢臣)이 만나고 국왕과 백성들이 함께 기뻐한다는 뜻을 딴 것이다.”(『영조실록』 30년 8월 8일)라는 내용이 있다. 어수(漁水)라는 당호는 왕과 신하를 가리키는 말로서, 왕과 신하의 관계를 물과 물고기에 비유하여 불가분의 관계임을 나타낸 것이다. 어수당은 창덕궁 후원의 중심 영역에 위치한 건물로서 휴식 공간으로 널리 사용했다. 이런 까닭에 『궁궐지』에는 역대 왕들이 어수당에서 지은 어제시가 여러 편 전한다.

숙종이 지은 시가 2편, 효종·정조·순조가 지은 시가 각 1편씩 전한다. 숙종이 지은 「어수관등(魚水觀燈)」이라는 시에서는 어수당을 ‘화당(華堂)’이라고 지칭하였다. 순조가 지은 시의 제목도 「어수관등」이었다. 어수당 좌우측에 모두 연못이 있다 보니 이곳에서 관등행사가 자주 열렸다. 『담헌서(湛軒書)』「계방일기(桂坊日記)」 1775년(영조 21) 4월 8일자 기록에 어수당이 나온다. 이날은 4월 초파일로 관등행사가 치러진 날이었다. 이미 존현각(尊賢閣) 처마에 양각등(羊角燈)과 옥등(玉燈) 등 여러 등을 켜 놓은 상태였다. 세자와 등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다가 세자가 “어수당 관등이 자못 좋다지요. 연전까지만 해도 등석(燈夕) 때마다 옥당(玉堂)에서 많이 입시하였지요. 후원(後園) 연못 가운데는 용주(龍舟)가 있는데 평소엔 쓰지 않다가 등석에 혹 쓰게 되는데, 나도 어릴 적에 한 번 보았지요. 또 수면(水面)에 등을 놓아둔 것이 가장 볼 만하지요.”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영조는 어수당을 인조 때 만든 것이라고 했지만 광해군 때 이미 어수당이 있었다. 1623년(광해군 15) 3월 12일은 인조반정이 일어난 날이었다. 이때 광해군은 여인들과 어수당에서 연회를 베풀고 있었고 술에 취해 사리분별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한다(『광해군일기』 15년 3월 12일). 인조 때도 어수당에 술상을 차리고 세자가 시종하게 한 기록이 있다(『인조실록』 12년 9월 9일). 내용에 따르면 정묘호란으로 어수당이 거의 퇴락했는데 이를 개수했다고 하며, 열무정(閱武亭) 가장자리에 연못을 파고 화선(畫船)을 만들어 띄웠다고 한다.

순조대에는 특정 시기에 반복적으로 어수당에서 과거를 치른 일이 있다. 1811년(순조 11)에는 문신제술(文臣製述), 성균관유생응제[泮儒應製], 문음관응제(文蔭官應製) 등 매우 많은 과거시험을 어수당에서 치렀다. 이런 일은 1827년(순조 27) ~ 1829년(순조 29)에 또 다시 반복됐다.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당시 대부분의 과거는 영화당에서 치렀는데, 어수당 전면에도 넓은 마당이 있어 몇 차례 자리를 옮겨 어수당 마당에서 과거를 본 것으로 여겨진다.

대한제국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궐도형(東闕圖形)」과 『궁궐지』에는 어수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미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승정원일기』 1865년(고종 2) 4월의 기록에는 연경당(演慶堂)과 의두합(倚斗閤)을 수리할 때 감독한 관리들에 대한 시상의 내용이 수록되어 있어 이미 연경당과 의두합에 대한 수리가 진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경당과 의두합은 모두 어수당 인근에 위치한 건물이다. 따라서 연경당과 의두합의 수리를 진행했다면 어수당 역시 수리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사료에 어수당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당시에는 어수당이 이미 사라졌거나 혹은 이때 수리공사로 어수당이 훼철됐을 가능성이 크다.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담헌서(湛軒書)』
  • 서울학연구소 역, 『궁궐지(宮闕志)』1, 서울학연구소, 1994.
      1. 그림1_00017962_「동궐도」, 창덕궁 어수당 부분, 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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