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휘산법(揚輝算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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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南宋)의 양휘(楊輝)가 저술한 수학 서적.

개설

『양휘산법(楊輝算法)』은 남송의 양휘가 저술한 수학서적으로 『승제통변산보(乘除通變算寶)』 3권, 『속고적기산법(續古適奇算法)』 2권 및 『전무비류승제첩법(田畝比類乘除捷法)』 2권 등 모두 7권 1책으로 되어 있다. 내용은 곱셈의 기본규칙과 곱셈 계산과 나눗셈의 계산법, 그리고 마방진(魔方陣 : 자연수를 정사각형의 모양으로 나열해 가로·세로·대각선의 합이 모두 같아지는 것) 및 농지 측량법 등을 다루고 있다.

『양휘산(揚輝算)』은 『경국대전(經國大典)』에 산학(算學)의 고시과목 가운데 하나로 『상명산(詳明算)』 및 『계몽산(啓蒙算)』으로 나열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조선시대 산학의 기본 서적으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편찬/발간 경위

우리나라에서 이 책이 처음 간행된 것은 세종(世宗) 대로 보인다. 『세종실록(世宗實錄)』에 따르면 1433년(세종 15) 8월 25일 “경상도관찰사(慶尙道觀察使)가 새로 인쇄한 송(宋)나라의 『양휘산법』 1백 건을 진상하였으므로, 집현전(集賢殿)과 호조(戶曹)와 서운관(書雲觀)의 습산국(習算局)에 나누어 하사하였다”고 서술되어 있다.(『세종실록』 15년 8월 25일)

서지 사항

총 7권 1책으로 되어 있으며, 지질은 한지이다.

현재 남아 있는 책은 중국본을 저본으로 하여, 1433년(세종 15) 이전 번각한 판에서 후인한 판본으로 추정된다. 이 책은 중국의 원간기와 간행소가 명시되어 있는 등 중국본의 서지학적 특징이 잘 남아있다.

구성/내용

『양휘산법』의 저자 양휘는 이 책 이전에 『상해구장산법(詳解九章算法)』(1261년)과 『일용산법(日用算法)』(1262년)을 저술하였는데, 진구소(秦九韶), 이야(李冶), 주세걸(朱世傑) 등과 함께 중국 수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낸 송·원(元) 시대의 4대 산학자 중 한 사람이다.

송나라 시대에 출판된 『양휘산법』은 현존하지 않으며, 1378년에 출판된 것이 전해지고 있는데, 『전무비류승제첩법』과 『속고적기산법』의 순서가 바뀌어져 있다. 이 책은 조선 초기부터 산원의 취재 과목으로 정해져서 조선 산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산원뿐만 아니라 유학자, 천문학자들에게도 활용되었다.

세종은 정인지(鄭麟趾)로부터 『산학계몽』에 관한 강의를 받기도 했다. 1438년에 제정한 기술분야의 잡과십학(雜科十學)에는 산학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와 관련된 교과들 중에서 『상명산법』·『양휘산법』·『산학계몽』은 법전인 『경국대전』에 실려 있다. 세종은 산법교정소(算法校正所)·역산소(曆算所) 등을 설치하여 산학을 장려했으며, 이를 이어 받은 세조(世祖)는 산학제도를 더욱 정비하는 한편, 산학교수(算學敎授) 등의 관직을 『경국대전』에 반영시키기도 하였다.

『경국대전』에 따르면, 호구·농지·조세·부역·공납 등을 관장하고 화폐·양식 등의 재고조사와 왕실의 지출을 담당하는 호조가 산학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호조에는 30명 이상의 산원들이 있었다. 1406년(태종 6)에는 잡과십학의 교육체제가 성립되었고, 1430년에는 교육내용이 더욱 충실해졌다. 그러나 세조가 집권한 후 십학의 교육제도가 무너지기 시작하여, 1465년(세조 11)에는 적극 장려된 칠학(七學)에서 산학이 제외되기도 했다. 성종(成宗) 때에 다시 팔학의 하나로 포함되었지만, 정식 과거제도에서 제외되었다. 산학은 관용수학이니만큼 정국이 혼란할 때마다 위축되기도 했지만, 나라가 안정되면 다시 일어서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김시진(金始振)의 『산학계몽』 중간본(1660)의 서문에 『양휘산법』을 송강(松江)정철(鄭澈)의 손자인 정양(鄭瀁)의 집에서 구할 수 있었다고 한 것으로 보아, 17세기 중엽에는 『양휘산법』이 거의 유통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양휘는 『상해구장산법』의 내용과 이의 비류(比類)를 이해하고 있다는 가정에서 『양휘산법』을 저술하였다. 11~12세기 송대에 방정식의 구성을 위하여 도입된 천원술, 2원술, 3원술의 역사, 가헌(賈憲)과 유익(劉益)이 얻어낸 방정식의 해법 등이 실전되었는데, 양휘는 이들을 인용하여 전승해 주었을 뿐 아니라, 혁신적인 결과도 얻어내었다.

간략하게 저술되는 중국 산서의 전통으로 산서들은 연산법을 생략하였다. 그러나 양휘는 『승제통변산보』에서 산대를 사용한 곱셈과 나눗셈의 첩법(捷法)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특히 수의 인수분해와 결합법칙을 통한 계산을 하였다. 중국과 서양 수학이 다른 길을 걷는 것 중의 하나가 인수분해와 소수(素數)인데, 양휘는 이에 거의 접근한 유일한 중국 산학자이다.

『전무비류승제첩법』의 상권은 구장산술 방전장과 같이 직사각형의 넓이에서 곱셈을 도입하고, 도량형의 환산을 취급하였다.

현재 전하지 않는 유익의 『의고근원(議古根源)』에서 일반 2차방정식을 기하적 방법으로 구성하고, 또 근을 구한 것을 하권에서 인용되었다. 이에 근거하여 가헌의 증승개방법을 감종개방법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였다. 삼각형·사다리꼴의 절전(截田)과 환전(環田)·호전(弧田)·전전(錢田) 등의 문제에서 방정식을 구성하였는데, 호전에서는 4차 방정식이 나타나고, 조립제법을 사용하여 해를 구하였다.

『속고적기산법』 상권에서 3차부터 10차까지 마방진을 들었는데, 3차 마방진을 구성하는 방법을 보여 낙서를 단순히 수학으로 보았다. 또한 마방진의 이형(異形)도 도입되었다.

『손자산경』에 들어있는 연립합동식을 다루고, 오음(五音)과 십이율(十二律)의 짝으로 이루어진 집합과 간지(干支)를 연결한 음양학파의 납음법(納音法)도 수학적으로 정리하였는데, 이를 위하여 함수, 합성함수의 개념이 도입되었다.

하권은 1차연립방정식, 부정방정식, 차분, 영부족 등을 다룬 후 유휘의 『해도산경(海島算經)』에 대한 기하적 증명을 함께 넣어 『해도산경』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조선시대의 산학(算學)전문인의 선발을 위한 필수 과목이어서 조선시대 과학사, 특히 수학교육사 및 서지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조선시대 산학(算學)의 기본서로 국내에 전하는 『양휘산법』 중 가장 오래된 목판본일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알려진 것 중 최고본(最古本)에 해당하는 판본이다.

참고문헌

  • 『세종실록(世宗實錄)』
  • 오문준, 『중국수학사대계』5, 북경사범대학출판사, 2000.
  • 임계유, 『중국과학기술전적통휘』수학권, 하남교육출판사, 1993.
  • 정옥수, 『중국역대산학집성』, 산동인민출판사,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