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증유합(新增類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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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유희춘(柳希春)이 기초한문서인 『유합(類合)』을 수정·보완하여 간행한 책.

개설

『신증유합(新增類合)』은 조선시대에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던 기초한문서이다. 본래는 1,512자로 이루어진 『유합』이란 책자로 공부하였는데, 저자가 누군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요긴한 한자가 빠져 있으며, 불교를 숭상하고 유교의 성현(聖賢)을 낮게 평가한 부분이 있었다. 이에 유학자이던 유희춘이 이를 바로잡았으며, 이후 선조(宣祖)의 명에 따라 1576년(선조 9) 10월 서문과 발문을 붙여, 교서관에서 간행함으로써 널리 유포되었다. 이어 선조는 1608년(선조 41)에도 이 책을 수정·보완하여 간행하도록 하였다.(『선조실록』 41년 1월 11일)

서지 사항

총 2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목활자본이다. 세로 35.6㎝, 가로 20.0㎝로, 지질은 한지이다.

서울대학교 일사문고, 고려대학교 도서관, 일본 동양문고 등에 소장되어 있다.

한편 현전하는 이본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664년(현종 5)의 안성 칠장사(七長寺)판으로, 이 책은 아직까지도 책판이 보관되어 있다.

구성/내용

『신증유합』은 『유합』을 증보하며 수정하고 편찬하여서 붙은 이름이다. 『천자문(千字文)』·『훈몽자회(訓蒙字會)』 등의 한자 입문서와 함께 널리 이용되었다.

원래 『유합』에 수록된 한자는 1,512자인데, 의미 내용에 따라 권 상에는 한자를 수목(數目)·천문(天文)·중색(衆色) 등 24항목으로 유별하고, 권 하에는 한자를 심술(心術)·동지(動止)·사물(事物)의 3항목으로 유별 수록하였다. 한자의 배열은 기본적인 글자에서부터 시작하되 4언으로 대구를 만들어 한글로 새김과 독음을 달았다. 새김은 문맥에 의존하여 정한 것이 특이하다. 이러한 편찬방식으로 『유합』은 동음어인 새김, 가령 ‘남을’, ‘가지’로 새김이 될 ‘채(菜)·여(餘)·가(茄)·지(枝)’의 혼동을 막을 수 있으므로, 『천자문』보다 훌륭한 입문서로 평가되었다.

분류어휘집으로서 상권에는 24부문에 표제어 1,000자, 하권에는 3부문에 2,000자가 분류되어 있다. 올림말의 배열은 기본적인 한자부터 4자씩 운을 맞춰 구를 만들고 다시 2구씩 짝지었다. 이는 『훈몽자회』와도 유사하나 마지막 2구절로 그 항목을 마무리하는 부분이 특이하다. 새김부분에 2개의 훈이 병기된 것으로는 "初 처음초/원간초"를 비롯한 192자가 있다.

어휘를 구체적으로 보면, 권 상에 해당하는 부분에서는 한자 116자, 권 하에 해당하는 부분에서는 한자 1,372자로 대폭적인 증가가 이루어졌다. 곧 추상적인 개념을 표시하는 한자가 많아진 것이다. 그 체계는, 상권은 ‘수목(數目)·천문(天文)·중색(衆色)·지리(地理)·초훼(草卉)·수목(樹木)·과실(果實)·화곡(禾穀)·채소(菜蔬)·금조(禽鳥)·수축(獸畜)·인개(鱗介)·충치(蟲豸)·인륜(人倫)·도읍(都邑)·권속(眷屬)·신체(身體)·실옥(室屋)·포진(鋪陳)·금백(金帛)·자용(資用)·기계(器械)·식찬(食饌)·의복(衣服)’ 등 총 24항목 1천 자로 되어 있고, 하편은 ‘심술·동지·사물 세 항목으로 2천자 상하 총 3천자로 되어 있다. 문장의 구성은 『천자문』과 마찬가지로 네 글자씩 한 구절을 이루고, 두 구절이 서로 대구를 이룬 사언절구(四言絶句)의 형태로 운을 두고 있다. 그리고 각 편마다 마지막 두 구절은 그 편을 마무리하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수록된 한자에 권점(圈點)으로써 성조를 표시하고, 한글로써 새김과 독음을 달았다. 새김과 독음은 한자 아래에 가로로 적는데, 한 한자에 새김과 독음이 두 가지가 있으면 가로줄을 긋고서 아래위로 나란히 적었다. 이 때 구절의 문맥에 맞는 새김이 위에 놓였다.

‘수목(數目)’에 대한 예를 들어 보면, 총 24자로 구성된 수목(數目)은 주역의 가장 기본 원리인 수의 이치를 깨닫도록 하였다. 수의 가장 기본은 1부터 10까지이다. 『천자문』에서 조금 맛보았듯이 선후천과 그 변화의 이치가 1부터 10까지의 숫자 속에 담겨져 있는데, 그것이 하도수(河圖數)와 낙서구궁수리(洛書九宮數理)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數)에서 살다가 간다고 한다. 문명이 극도로 발달할수록 수의 이치는 매우 정교하게 작용한다.

여기서 일(一)부터 십(十)까지의 수는 본래 『유합』에서는 ‘壹 貳 參 肆 伍 陸 柒 捌 玖 拾’으로 표기하였다. 이 글자들은 실제 생활에서 ‘一 二 三 四 五 六 七 八 九 十’으로 표기할 때 잘못하여 전혀 다른 숫자로 바꾸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빌려다 쓰는 글자들이다. 하지만 유희춘은 『신증유합』을 펴내면서 고유의 글자인 ‘一 二 三 四 五 六 七 八 九 十’으로 되살렸다. ‘수’는 셈법이 먼저가 아니라, 수리(數理)를 먼저 하는 것이기에 유희춘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본래의 글자로 되살린 듯하다. 수의 이치는 곧 주역(周易)의 이치이므로 이 이치만 잘 파악해 깨닫는다면, 나머지 셈법은 저절로 익혀지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예컨대 ‘일一’부터 ‘십十’까지의 수는 숫자의 가장 기본이자, 삼라만상의 이치를 두루 다 담고 있는 글자이다. 먼저 ‘一’부터 ‘十’까지의 글자를 부수로 살펴보자. 열 개의 숫자 가운데에서 자기 부수를 갖고 있는 글자는 ‘一, 二, 八, 十’이다. ‘一’은 천수(天數)이자 양수(陽數), 생수(生數)로서 으뜸을 나타내며, ‘천부(天覆 : 하늘은 덮고)’의 의미이다. 한번 움직여 모든 것을 낳는 이치를 담고 있다. 반면 ‘二, 八, 十’은 모두 ‘음수(陰數)’이자 ‘지수(地數)’이며 ‘성수(成數)’로서 ‘지재(地載 : 땅은 싣는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도수’나 ‘낙서구궁수리’의 이치에 의거해 볼 때 나머지 숫자의 부수 또한 모두 역의 이치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百’이라는 숫자는 하도수(1~10, 총합 55)와 낙서수(1~9, 총합 45)의 총합이 된다. 곧 ‘百’을 주역에서는 ‘하락총백수(河洛總百數)’라고 하는데 이 속에 삼라만상의 이치가 낱낱이 밝혀져 있다고 본다. 따라서 부수도 ‘낱낱이 밝히다, 사뢰다, 희다’는 의미의 ‘白’을 부수로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국어사 연구의 좋은 자료도 되는데, 그 특징적인 것은 한자의 한글독음에 있어서 ‘ㆁ’이 쓰이지 않았다는 것과 ‘ㅿ’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ㅿ’은 한자독음에서는 ‘兒’의 경우에만 나타나는데, 새김의 표기에서는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니·니을/니’, ‘마/마’ 등과 같이 탈락된 어형과 탈락되지 않은 어형이 혼동을 보이고 있다. 작은 예이지만, 방언을 반영한 듯, ‘ㅅ’으로 나타난 ‘구슈ㆍ첫암’ 등도 보인다. 그러므로 ‘ㅿ’도 의고적(擬古的)인 표기일 뿐이고 이미 음소의 자격을 잃은 것으로 해석된다.

의의와 평가

천자문이나 사서삼경 등이 중국인들에 의해 지어진 것이라면, 『신증유합』은 조선인의 손에 의해 편찬되어 널리 가르쳤다는 점에서 당시의 사상과 교육이 지향하던 바를 짐작할 수 있어 주목할 만하다. 또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국어사 자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한자 교육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도 가치가 있다.

참고문헌

  • 『선조실록(宣祖實錄)』
  • 『선조수정실록(宣祖修正實錄)』
  • 방종현, 「유합의 해제」, 『일사국어학론집』, 민중서관, 1963.
  • 인병희, 「신증유합(新增類合) 해제」, 『영인신증류합(影印新增類合)』, 단국대학교동양 학연구소, 1972.
  • 이응백, 『국어교육사연구』, 신구문화사,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