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재(漱芳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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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의 동궁 권역 안에 있던 청나라와 관련된 건물.

개설

창덕궁에는 수강재(壽康齋)라는 건물이 있었지만, 『조선왕조실록』의 수방재는 청국의 수방재를 말하는 것이며 창덕궁의 수방재에 관한 내용은 없다(『정조실록』 23년 1월 22일). 청국을 다녀온 사신들의 기행록에서 발견되는 수방재도 청국에 있는 수방재를 말한다. 수방재는 자금성(紫禁城)의 영수궁(永壽宮) 서쪽에 있어 건륭황제가 왕위를 물려준 뒤 때때로 머물던 곳이며, 황제가 조선의 사신들을 인견하던 곳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위치 및 용도

『임하필기(林下筆記)』「춘명일사(春明逸史)」편에, 헌종이 고금의 서화를 방 하나에 쌓아 두고 이름을 수방재라 하며 신하들에게 구경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으로 보아, 수방재는 그 앞에 있던 ‘도서루(圖書樓)’와 함께 그림과 책은 물론 중국 관련 물건들을 모아 놓은 전시 장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수방재는 「동궐도(東闕圖)」 중앙에 위치한 동궁 영역, 중희당(重熙堂)의 부속 건물인 ‘소주합루’의 북쪽에 놓여 있다. 담을 사이로 동쪽에 연영합(延英閤)의 영역이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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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

수방재는 궁궐 내 다른 전각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집채에 단청을 하지 않았고 전돌을 깐 낮은 기단이 마치 툇간처럼 건물의 안으로 들어와 있다. 정면 5칸 건물의 중앙은 앞에 댓돌이 놓여 있고 분합문(分閤門)을 달았지만 대청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좌우로 2칸씩 놓인 방은 중인방 아래까지 벽돌로 화방벽을 쌓고 그 위에 작은 문을 달았다. 분합문 앞에는 수방재, 동쪽 방 앞에는 문화각(文華閣)이라는 편액을 달았다.

지붕은 맞배지붕이고 툇간처럼 보이는 서측 벽체는 완자무늬를 넣어 장식해 두었다. 동측 벽체에는 상부에 원형으로 구멍이 나 있고 벽체에 바로 잇닿아 복도각처럼 보이는 부속채가 동쪽 담장을 관통해 연영합 부속채와 연결되어 있다. 마당 앞에는 도서루(圖書樓), 해당정(海棠榳)을 좌우에 벌여 놓았고 서측에는 부속 건물인 저방실(貯芳室)이 놓여 있다. 담장과 연결되어 남쪽에는 보운문, 북쪽에는 여화문을 달아 수방재의 한 영역을 이루고 있다.

수방재와 비슷한 분위기로 조성된 연영합 공간에는 유난히 학과 관련된 편액이 많다. 마당에는 심지어 두 마리 학이 놀고 있다. 효명세자(孝明世子)의 문집으로 『경헌집(敬軒集)』 외에 『학석집(鶴石集)』도 있는데, 이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과 자신의 처소를 학과 관계 지었던 것으로 보인다. 『학석집』에는 학을 노래한 시가 많은데 수방재와 관련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하는 「학석소회소서(鶴石小會小序)」가 흥미롭다. “거문고와 술 단지가 어지러이 놓인 가운데 난정수계(蘭亭修契)와 같은 모임을 갖는데, 시렁 위에는 그림과 책이 가득하니 흡사 서원의 아집과 같다.” 하며 중국의 시문학 동인들의 모임 장소를 빗대어 시를 읊고 있다. 특히 “받침대 위의 쌍학은 공중을 빙빙 돌다 정원에 내려앉은 듯하고 험준한 산령의 늙은 바위가 문 앞에 놓여 있으니 학석이라 이름 한 것이 제대로 되었다.” 하면서 감탄하는 것으로 보아 이 건물은 효명세자의 설계대로 만들어진 듯하다.

참고문헌

  • 『일성록(日省錄)』
  • 『경헌집(敬軒集)』
  • 『계산기정(薊山紀程)』
  • 『무오연행록(戊午燕行錄)』
  • 『임하필기(林下筆記)』
  • 『학석집(鶴石集)』

관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