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제(俗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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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국가의 왕실 제사 중에서 유교 경전에 나오지 않거나 종법 질서에 맞지 않지만 조선의 관습이나 인정의 보편성에 따라 정립된 제사.

개설

『국조오례서례(國朝五禮序例)』에 의하면 조선시대의 국가 제사는 대사(大祀), 중사(中祀), 소사(小祀), 기고(祈告), 속제(俗祭), 주현(州縣)의 6가지 범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속제는 제사의 공간이나 제물의 구성, 제사 대상 등에서 유교 경전이나 중국의 전통보다 조선의 풍속을 따라 제정된 제사를 가리킨다. 국가 사전(祀典)의 구분에서 ‘속제’라는 범주는 조선시대에 처음으로 보인다. 고려시대의 왕릉이나 경령전(景靈殿)은 모두 종묘와 더불어 대사에 속하였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종묘 이외의 왕실 제사를 속제로 구분하여 종묘의 권위를 높이는 반면 비유교적인 왕릉이나 원묘(原廟)를 배척하지 않고 유교식으로 전환시켜 유지할 수 있게 하였다. 원묘는 종묘와 별도로 만들어진 선왕과 선후의 사당을 가리킨다. 조선전기의 문소전(文昭殿)이 대표적인 원묘이며 어진(御眞)을 모신 진전(眞殿) 역시 원묘의 일종이다.

한편, 조선후기에는 종묘에 들어가지 못한 사친(私親)의 궁원(宮園), 전주이씨 시조의 사당인 조경묘(肇慶廟)도 속제라는 명분으로 사전에 포함되었다. 사친의 사당을 만드는 것은 종법의 의리에 어긋나지만 인정에 바탕을 둔 효의 행위로 간주되어 정당화되었다. 이러한 속제는 유교 의례가 조선사회에 정착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의리보다 인정에 호소하는 속제가 조선후기에 계속 증가하여 국가 제사의 공적인 성격을 약화시키는 부정적인 측면도 발생하였다.

내용 및 특징

속제는 대사, 중사, 소사와 같은 제사와 형식상 큰 차이가 있다. 첫째, 속제는 제사 대상으로 신주를 사용하지 않는다. 신주를 봉안한 종묘와 달리 문소전에는 위판(位版), 진전에는 초상화를 봉안하였고, 왕릉에는 이를 생략하였다. 둘째, 속제는 희생(犧牲)을 사용하지 않는다. 종묘를 비롯한 대사, 중사, 소사의 제사는 모두 제사 때 희생을 올린다. 그러나 속제는 희생을 생략하고 대신 유밀과(油蜜菓)를 중심으로 한 제물을 준비하였다(『정조실록』 16년 8월 19일). 유밀과는 곡물 가루에 꿀을 섞어 반죽하여 기름에 튀긴 음식으로 중배끼[中朴桂], 소배끼[小朴桂], 산자(散子), 다식(茶食), 약과(藥果) 등이 있다.

유교에서 희생의 제공은 대상을 신(神)으로 간주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즉 신도(神道)로서 조상을 섬기는 것이다. 이에 반해 속제는 살았을 때에 즐겨 먹던 음식으로써 부모를 봉양한다는 인도(人道)의 의미가 강조되었다. 속제 중에서도 고기반찬을 올리는 제사와 고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제사가 구별된다. 조선전기에 문소전에는 생시에 부모를 모셨던 방식을 따라 제사를 모신다고 하여 평상시 고기반찬을 포함한 제상을 마련하였다. 반면 왕릉에서는 고기반찬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소선(素膳)의 형식을 따랐다.

변천

속제는 당대의 관습에 영향을 받아 형성된 제사이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인다. 조선전기의 속제는 고려시대에 형성된 불교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 있다. 왕릉의 제물이 유밀과를 중심으로 한 소선으로 정해진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반면 외방의 진전 외에 궁궐 내 어진을 봉안한 진전이 사라진 것은 불교의 색깔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조선후기에는 불교의 영향과 무관하게 초상화를 제향에 활용하였다. 영희전과 선원전 같은 진전이 왕실의 주요한 제향 공간이 되었다.

제물의 구성에서는 조선전기와 조선후기의 차이가 나타난다. 조선전기와 조선후기 모두 유밀과가 중요한 구성 요소였지만 왕릉의 경우 탕과 떡으로 구성된 협탁에 밥과 국이 새로 등장하고, 진전의 경우에도 국수가 등장하였다. 이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살았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모신다는 일상적 봉양이 중요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와 같이 속제는 고대 중국의 양식을 근간으로 형성된 유교 제례가 조선의 양식에 맞추어 적용된 중요한 사례이다.

참고문헌

  • 이욱, 『조선 왕실의 제향 공간-정제와 속제의 변용-』,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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