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稅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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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토지나 가옥 매매 과정에서 관청에 계약서를 제출하여 공증을 받을 때 수반되는 세금 납부 과정을 일컫는 『대명률』상의 용어.

개설

토지나 가옥을 당사자 간에 거래하는 경우 반드시 관청의 공증을 받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해당 거래 계약서를 관청에 제출하여 검토받고 수수료 정도의 세금, 즉 세전(稅錢)을 납부하는 과정을 바로 세계(稅契)라고 한다. 이는 당시 조선 사회에 의용(依用)되고 있던 『대명률』 「호율」 ‘전매전택(典賣田宅)’조에서 사용한 용어이다.

내용 및 특징

세계에서 ‘세(稅)’는 세금 납부를 뜻하고 ‘계(契)’는 거래 문서를 뜻한다. 따라서 세계는 해당 거래의 계약서를 관청에 제출하여 검토받고 그 문서의 내용과 거래 대상의 종류와 수량에 걸맞게 세금을 책정하여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 등기 이전을 할 때 인지대를 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세계는 반드시 과할(過割) 절차를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할은 과호할량(過戶割糧)의 줄임말로서 ‘과호’는 해당 거래를 통해 토지나 가옥의 소유권이 한 호(戶)에서 다른 호, 즉 매도인에서 매수인에게로 이전되는 것을 뜻하며, ‘할량’은 납량당차(納糧當差)라고 하여 해당 토지 및 가옥에 대해 매도인 측이 지고 있던 세금이나 곡식으로 내는 납세의 의무 또는 부역의 담당 의무가 매수인 측으로 넘어가거나 분담하게 되는 사실을 표현한 용어이다. 따라서 과할은 토지나 가옥을 거래할 때 지적 공부, 즉 토지 대장 또는 가옥 대장에서 명의 이전을 하는 절차를 일컫는다. 과할 역시 『대명률』의 ‘전매전택’조에 나오는 용어이다.

이와 같은 중국 『대명률』상의 제도를 조선에 그대로 적용하여 실시한 제도가 바로 입안 제도이다. 입안은 『경국대전』 「호전」 ‘매매한(買賣限)’조에 나오는 용어로, 토지나 가옥의 매매에 대해서 그 거래일로부터 100일 내에 공증서인 입안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토지나 가옥을 매매할 때 입안을 받게 함과 아울러 그에 따른 수수료를 관청에 납부하도록 하였는데, 이 수수료를 질지[作紙]라고 하였다. 질지는 거래되는 토지의 면적이나 가옥의 칸수에 따라 납부액이 달랐으며 이 또한 법전에 규정되어 있다.

변천

법령 정비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던 조선전기에 명나라의 법령인 『대명률』이 조선의 일반법으로 적용되었다. 이때 간행된 『대명률직해』에 세계에 대한 풀이가 있는데, ‘매매 문서와 함께 세금을 관청에 납부하고 관청으로부터 공증을 받는 것’이라고 되어있다. 조선전기의 과전법 체제와 관련하여서도 토지 거래 때 입안, 즉 거래 공증 절차를 필수 요건으로 하는 국가 정책이 세종대에 정립됨에 따라 입안이라는 용어는 더욱 활발하게 사용되고, 세계라는 용어는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즉 『경국대전』이 반포되면서 토지 및 가옥 거래와 관련된 문제 해결의 근거가 『대명률』의 ‘전매전택’조에서 『경국대전』의 ‘매매한’조, 또는 전택조로 변화하면서 세계라는 용어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중앙과 민간에서는 거의 사라지게 되었고, 그 대신 입안 또는 질지 등의 고유 용어를 더욱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의의

토지 및 가옥 거래 때 공증 절차의 일부분을 나타내는 중국의 용어인 세계는 조선시대에 입안이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어 조선의 문화와 거래 관행에 맞도록 변화하였다. 중국 『대명률』의 세계 과할이라는 공증 절차 용어를 그대로 빌려 사용하지 않고 입안이라는 고유 용어로 전환하여 사용하면서 공증 절차 또한 조선의 거래 관행과 관청 업무의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변용시켜 갔던 것이다.

비록 조선후기로 가면서 토지와 가옥 거래에 대한 공증 업무가 점점 형식화되고, 질지를 남징(濫徵)하는 등의 여러 가지 폐해가 나타나기도 하였지만, 중국의 제도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우리의 경제 상황과 거래 문화에 맞게끔 독자적으로 승화시켜 입안이라는 독자 용어로 정착하게 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참고문헌

  • 『대명률직해(大明律直解)』
  • 박병호, 『한국법제사고』, 법문사, 1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