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上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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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왕과 현재의 왕이 동시에 존재해 있을 경우 이전 왕을 일컫는 칭호.

개설

조선시대의 상왕(上王)은 태종 때의 태조와 정종, 세종 때의 태종, 세조 때의 단종, 그리고 대한제국기 순종 때의 고종이 존재하였다. 고종이 상왕으로 존재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상왕은 대부분 조선초기에 존재하였다. 이들은 왕조 초기 왕권의 향방 또는 왕위 승계 방식이 아직 안정적으로 구축되지 않았을 때 등장한 존재였다.

내용 및 특징

태종 때에는 태조와 정종 2명의 상왕이 존재하였고 태조는 태상왕(太上王)으로 불렸다. 태종은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뒤 4년간 상왕으로 존재하였다(『세종실록』 즉위년 8월 11일). 이러한 상왕의 존재는 조선초기에 등장하는 세 가지 왕위 승계 방식인 패권적(覇權的)·택현적(擇賢的)·종법적(宗法的) 방식과 맞물려 있었다. 패권적 방식이란, 적장자로 이어지는 순리적 방식이 아니라 즉위 당시에 정치권력을 장악한 인물이 무단적 또는 전제적 힘을 바탕으로 왕위를 승계하는 방식이다. 택현적 방식은 적장자의 혈연관계를 우선시하지 않고 누가 왕으로 적합한가 하는 점을 고려하여 능력이 뛰어난 인물로 승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종법적 방식은 왕과의 관계에서 적장자 여부를 고려한 순리적인 승계 방식이다.

패권적 방식에 의해 태종이방원은 정종을 옹립하고, 자신 또한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택현적 방식으로 세종에게 양위(讓位)하고 4년간 상왕으로 존재하였다. 태종은 상왕으로 있으면서 병권(兵權)은 끝까지 장악·행사하였다. 뜻하지 않게 두 명의 상왕을 있게 한 태종이 4년간 상왕으로 존재한 것은 세종의 후견인으로 왕권의 안정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아가 자신을 포함해 4명의 왕을 옹립한 ‘정치권력의 화신’으로서 고도의 정치 행위였다. 세종에서 문종, 문종에서 단종은 종법적 방식에 의한 승계였다. 패도적 방식에 의해 왕위를 찬탈한 세조는 15세의 단종을 2년간 상왕으로 있게 하였다. 세조는 계유정난 이후 실권을 장악한 뒤, 무단적이고 전제적인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15세인 조카 단종을 협박하여 양위를 강요하고, 1455년(단종 3)에 즉위하였다(『세조실록』 1년 윤6월 11일).

이와 같이 상왕은 순리적인 왕위 승계 방식이 정착되기 전의 비상한 시기에, 그리고 왕조 개창 이후 왕권의 안정을 적극적으로 도모하던 시기에 등장하였다.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고 땅에는 두 명의 왕이 존재할 수 없다는 유교적 왕위론에 비추어볼 때, 상왕의 존재는 실질적 권한이 없는 상징적 존재라 하더라도 현재의 왕에게는 껄끄러운 존재였다. 상왕도 왕인 한에서는 늘 정치적 국면에서 긴장이 조성될 수밖에 없었다. 상왕인 단종을 복위하기 위한 ‘단종 복위 운동’은 유교적 명분이나 정통성, 그리고 도덕 윤리의 측면에서 세조의 즉위를 용납할 수 없었던 신료들이 일으킨 사건이었다. 정통성이 취약한 현왕에게는 언제라도 상왕을 또다시 옹립하기 위한 이와 같은 시도가 나타날 수 있었다. 결국 조선시대의 경우 상왕은 정치권력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할 때 등장하였다.

참고문헌

  • 김돈, 「세조대 ‘단종 복위 운동‘과 왕위 계승 문제」, 『역사교육』 9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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