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영성의(祀靈星儀)

입추 후 진일(辰日)에, 남교(南郊)에 설치한 영성단(靈星壇)에서 농사를 맡은 별인 영성에 제사하던 의례.

개설

국가의 제사 대상 중 하늘에 속한 존재를 ‘천신(天神)’이라 하고, 천신에 대한 제사를 ‘사(祀)’라고 하였다. 따라서 사영성의는 천신에 해당하는 영성에 제사하는[祀] 의례[儀]를 가리킨다. 영성은 천전영성(天田靈星)으로, 28수[宿] 별자리 가운데 동방 창룡(蒼龍)의 왼쪽에 있는 각수(角宿)이다. 고대부터 농사를 주관하는 별로 믿었기 때문에, 농공(農功)에 대한 보답으로 입추 뒤 진일에 제사하였다. 제사의 규모는 소사(小祀)에 해당하였다. 폐백은 조례기척(造禮器尺)으로 1장 8척의 흰색 저포(苧布)를 올리고, 희생은 돼지 1마리를 사용하였다. 제단인 영성단은 도성 남쪽 교외, 즉 숭례문 밖 둔지산(屯地山)에 있었다.

연원 및 변천

영성에 대한 제사는 중국 주(周)나라 때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구려에서는 수도(首都)의 왼쪽에 대옥(大屋)을 세우고 겨울에 제사하였으며, 신라에서는 본피유촌(本彼遊村)에서 입추 후 진일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실려 전한다. 고려시대에는 의종대에 이르러 제사의 의주(儀註) 즉 의식의 상세한 절차를 정하였다. 『고려사(高麗史)』「길례」에는 제사의 의주와 제단의 제도가 기록되어 있는데, 제사는 소사였으며 희생으로는 소와 돼지를 각각 1마리씩 사용하였다.

조선에서는 1409년(태종 9)에 태종이 예조(禮曹)로 하여금 영성(靈星)과 영성제(靈星祭)의 의미를 상고하게 하니, 예조에서 『문헌통고(文獻通考)』를 인용하여 영성은 천전영성으로 농사를 주관하는 별이기 때문에 입추(立秋) 후 진일(辰日)에 왕이 제사하여 농공에 보답한다(『태종실록』 9년 6월 26일)고 하였다. 이에 그동안 영성(零星)으로 잘못 기록된 것을 바로잡도록 하였다. 1414년(태종 14)에 영성제의 의주를 제정하고(『태종실록』 14년 9월 8일), 숭례문 밖 둔지산에 영성단을 설치하였다[『세종실록』 지리지 경도 한성부].

한편 1797년(정조 21)에는 중종 연간에 폐지된 제사를 부활시킬지 여부를 논의하고(『정조실록』 21년 윤6월 1일), 의식의 절차를 규정한 『성단향의(星壇享儀)』를 완성하였으나 시행하지는 못하였다(『정조실록』 21년 윤6월 16일). 이로 미루어 영성에 대한 제사는 중종 대에 폐지된뒤 복원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절차 및 내용

의식은 의례를 거행하기 전의 준비 과정과, 당일의 의례 절차로 구성된다. 준비 과정으로는 재계(齋戒), 진설(陳設), 성생기(省牲器) 등이 있다. 우선 재계는 예조의 요청에 따라 총 3일간 행하는데, 2일 동안은 산재(散齋)라 하여 평소처럼 일하면서 음식과 행동을 삼가고, 하루는 치재(致齋)라 하여 오직 제사와 관련된 일만 행한다[『세종실록』 오례 길례 의식 사영성의 재계]. 진설은 제사 2일 전에 제단을 청소하고 제사에 사용할 집기 및 그것을 보관할 장막을 설치하는 일과, 제사 하루 전에 제사에 참석할 사람들과 의례 절차를 행할 자리, 신위를 놓아두는 신좌(神座) 등을 정하고 설치하는 일[『세종실록』 오례 길례 의식 사영성의 진설]을 말한다. 성생기는 고려시대의 희생이었던 소와 돼지 각 1마리 대신에 희생인 돼지 1마리와 음식을 담는 찬구(饌具)가 합당한지 살피고, 희생을 잡는 일을 가리킨다.

행사 당일의 의례는 사배례(四拜禮), 전폐(奠幣), 삼헌(三獻), 음복수조(飮福受胙), 철변두(徹籩豆), 망료(望燎)의 순으로 진행한다. 당일 축시(丑時) 5각(刻) 전에 신위를 설치하고, 제사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과 신에게 잔을 올리는 헌관(獻官)은 축시 전에 정해진 자리로 나아간다. 헌관이 4번 절하면 참석자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4번 절하며 신을 맞이하는데, 이를 사배례라고 한다.

전폐는 헌관이 세 번 향을 올린 뒤 미리 준비한 폐백을 신위 앞에 놓는 것이다. 폐백은 자의 일종인 조례기척(造禮器尺)을 기준으로 1장 8척의 흰색 저포를 올린다(『세종실록』 오례 길례 서례 폐백). 삼헌은 신에게 술잔을 3차례 올리는 일을 말한다. 첫 번째 잔을 올리는 것은 초헌, 두 번째는 아헌, 세 번째는 종헌이라고 한다. 3품관 가운데 임명된 헌관이 영성의 신위 앞에 첫 번째 잔을 올린 뒤 축문을 읽고, 다시 두 번째와 세 번째 잔을 올린다.

제사에 사용한 술은 복주(福酒), 고기는 조육(胙肉)이라고 하는데, 헌관이 조육을 받고 복주를 받아 마시는 절차를 음복수조라 한다. 여기까지는 신을 모시고 경건하게 예를 행한 뒤 복을 받는 절차이다. 그 뒤 모신 신을 다시 돌려보내는 송신(送神)의 절차가 철변두이다. 철변두는 제기인 ‘변(籩)’과 ‘두(豆)’를 거둔다는 의미이지만, 실제 의례에서는 변과 두를 조금씩 움직여 놓는다. 이후 헌관이 4번 절하여 송신의 절차를 마치면, 제사에 사용한 축판과 폐백을 미리 준비한 요단(燎壇)에서 태우는데 이를 망료라 한다. 요단 위의 나무가 반쯤 타면 헌관이 먼저 퇴장하고, 이후 다른 참석자들도 4번 절하고 나간다.

참고문헌

• 『국조오례서례(國朝五禮序例)』
•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 『춘관통고(春官通考)』
•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 송지원, 「조선시대 별에 대한 제사, 영성제와 노인성제 연구」, 『규장각』30,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