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어언해(四法語諺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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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기 신미(信眉)가 4편의 법어에 한글로 구결을 달고 번역한 책.

개설

『사법어언해(四法語諺解)』는 조선세조 때인 1467년(세조 13)에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간행한 불경 언해서이다. 혜각존자(慧覺尊者)신미가 ‘환산정응선사시몽산법어(晥山正凝禪師示蒙山法語)’·‘동산숭장주송자행각법어(東山崇藏主送子行脚法語)’·‘몽산화상시중(蒙山和尙示衆)’·‘고담화상법어(古潭和尙法語)’ 등 4편의 법어에 한글로 구결을 달고 번역하였다. 10장 내외의 짧은 분량이어서 대개 『목우자수심결(牧牛子修心訣)』이나 『몽산법어언해(蒙山法語諺解)』와 함께 간행되었다. 『법어언해(法語諺解)』라고도 한다.

서지 사항

총 1책으로 되어 있으며, 지질은 한지이다. 크기는 세로 23.1cm, 가로 17cm로, 원간본은 불교 경전을 간행하기 위하여 설치한 간경도감에서 간행하였다.(『세조실록』 7년 6월 16일)

간경도감에서 간행한 원간본으로 여겨지는 책은 현재 서울대학교 일사문고에 2부 소장되어 있는데, 후대에 『사법어(四法語)』 부분만 따로 제책하였다. 이 가운데 『목우자수심결』과 합철된 것이 보물 770호 지정되어 있다. 이 외에 1500년(연산군 6)에 봉서사(鳳栖寺) 등에서 복간한 책들이 전한다.

이 책에 합철된 『목우자수심결』 권말에 있는 간기에 따라 1467년 간경도감에서 간행하였고, 판하본(版下本)의 글씨는 안혜(安惠), 유완(柳睆), 박경(朴耕) 등이 썼음을 알 수 있다. 각 법어에 구결을 달아 원문을 먼저 싣고 번역을 보이는 체재로 되어 있다.

원간본은 규장각 일사문고 외에 일본 동경대 소창문고(小倉文庫)도 1부가 전하고 있으며, 중간본은 국립중앙도서관과 규장각 등을 비롯하여 공사립 도서관 및 개인소장으로 다수가 전한다.

구성/내용

이 책에 수록된 법어는 ‘환산정응선사시몽산법어(皖山正凝禪師示蒙山法語)’ㆍ‘동산숭장주송자행각법어(東山崇藏主送子行脚法語)’ㆍ‘몽산화상시중(蒙山和尙示衆)’ㆍ‘고담화상법어(古潭和尙法語)’로, 이 가운데 앞의 셋은 중국 승려들의 법어이다. 마지막 고담화상(古潭和尙)은 수선사 10세 사주(社主)인 혜감국사(慧鑑國師)만항(萬恒)의 것이다. 그런데 만항에게 고담이라는 아호를 준 사람이 바로 몽산(蒙山)덕이(德異)여서, 여기에 수록된 법어들은 모두 중국 승려 몽산덕이와 관계되었다고 하겠다.

간경도감판 원간본은 간경도감에서 간행한 다른 불경 언해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동국정운식 한자음과 방점‚ 그리고 ‘ㆍ’, ‘ㆁ’, ‘ㆆ’, ‘ㅿ’, ㅸ’ 등이 쓰였다. ‘ㆍ’, ‘ㅿ’의 쓰임에는 혼란이 없다. ‘ㆁ’은 ‘이’, ‘스스/스이’에서처럼 초성과 종성에 모두 쓰였다. ‘ㅸ’은 부사파생접미사 ‘-이’ 앞에서만 쓰여 ‘수’, ‘어즈러’ 등에서 나타난다. ‘ㆆ’은 합철된 『목우자수심결』과 다르게 광범위하게 쓰였다. 관형형어미 ‘ㄹ’과 병서되어, ‘디언’, ‘마디니’, ‘니 時節’ 등으로 쓰였는데, 이에 대응하는 ‘볼디언’, ‘마롤디니라’, ‘드률 時節’ 등도 쓰였다. ‘無ㆆ字’에서처럼 사이시옷으로 쓰인 예도 있다.

합용병서가 널리 쓰인 것에 비하여 각자병서는 ‘말’, ‘믜’ 두 예에서만 볼 수 있다. 중간본으로 1500년(연산군 6)에 간행된 봉서사판(鳳栖寺版)은 내용과 체재에 있어 원간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탈자로 보이는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彌勒’이 약자로 쓰여 ‘弥勒’으로 나타난 것이 다른 점이다. 또 다른 중간본인 고운사판(孤雲寺版), 심원사판(深源寺版), 원적사판(圓寂寺版)은 간경도감판과 다른 표기 양식을 보인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 간경도감본에서 ‘디녀’, ‘힐후미’, ‘잇거시니’로 쓰인 형태가 이 세 책에서는 ‘디녀’, ‘힐호미’, ‘잇커시니’로 쓰였다.

한자음 표기도 동국정운식 표기를 벗어난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런 표기 형태는 1577년(선조 10)에 간행된 송광사판(松廣寺版)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송광사판은 이 당시에 간행된 송광사판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 준다. 우선 한자음 표기는 동국정운식을 지양하고 현실 한자음을 반영하였다. 구개음화 표기도 ‘오직’, ‘오딕’, ‘中’, ‘中’, ‘兄셩弟뎨’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간경도감판에서 부사파생접미사 ‘-이’ 앞에서만 쓰인 ‘ㅸ’은 ‘수비’, ‘어즈러비’처럼 ‘ㅂ’으로 나타난다. ‘니고’, ‘뇨리니’에서는 자음동화된 형태를 볼 수 있다. ‘ㆆ’, ‘ㆀ’은 보이지 않는다. ‘ㅿ’과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것은 간경도감판이나 다른 중간본에서는 ‘ㅅ’으로 쓰인 것이 이 책에서는 ‘브’에서처럼 ‘ㅿ’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원간본에서 ‘ㆍ’가 ‘사름’, ‘가져셔’처럼 ‘ㅡ’나 ‘ㅏ’로 다른 음운으로 바뀐다. 또한 ‘오’ 모음동화 현상도 ‘알포로’, ‘니로모로 브텨’와 같이 나타나며, 방향격 조사도 ‘오로’로 나타난다. 『목우자수심결언해』와 동일하게 나타나는 어구에는 ‘-오미 몯ᄒᆞ(합당함 혹은 마땅함에 미치지 못함)’이 있다. 『사법어언해』에 한자어는 ‘보단(蒲團)’, ‘공부(工夫)’가 있고, ‘다다’, ‘너운너우니’, ‘올’, ‘옮기힐호-’, ‘ᄀᆞ재’, ‘노구’, ‘쟈’, ‘ㅎ’, ‘둥ᄆᆞᄅᆞ’, ‘븨-’, ‘나믈리’ 등이 보인다.

참고문헌

  • 『세조실록(世祖實錄)』
  • 박종국, 『한국어 발달사』, 세종학 연구원, 1996.
  •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 『증정 조선어학사(增訂朝鮮語學史)』, 도강서원(刀江書院), 1940.
  • 안병희, 「중세어(中世語)의 한글 자료(資料)에 대한 종합적(綜合的)인 고찰(考察)」, 『규장각』 3, 서울대학교, 1979.
  • 정우영, 「『목우자수심결언해ㆍ사법어언해』 해제」, 『역주 목우자수심결언해ㆍ사법어언해』, 세종대왕기념사업회, 2009.
  • 최현배, 『고친 한글갈』, 정음사, 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