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학전편(範學全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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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 후기의 학자 박세채(朴世采)가 『서경(書經)』의 ‘홍범(洪範)’편 중 황극(皇極)을 중심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큰 법’을 연역해 기술한 경전주석서다.

개설

이 책은 1684년(숙종 10)에 박세채(朴世采)가 저술한 것으로, ‘홍범 9주’는 원래 중국의 하(夏)·우(禹)에서 비롯되어, 기자(箕子)가 추연(推衍)했다고 전하는 치국(治國)의 대법(大法)이다. 저자는 전편을 낙서(落書)·홍범·황극으로 나누어, 경전(經傳)과 선유(先儒)의 설을 싣고, 자신의 의견을 붙였다. 책 끝에 홍범을 만들었다는 기자의 의론(議論)·사실(事實)·찬술(撰述) 등을 경(經)·사(史)·자(子)·집(集)의 여러 책에서 모아 수록하였다.

편찬/발간 경위

‘범학(範學)’은 ‘홍범’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홍범’은 곧 ‘군도와 천하를 다스리는 법’을 밝힌 것이다. 『상서』에 따르면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기자를 찾아와 통치방법을 묻자, 기자는 하늘이 우(禹)에게 내려준 ‘홍범 9주’를 설명해 주었다고 한다. 따라서 주희(朱熹)는 ‘홍범 9주’는 곧 낙서라고 단정해 홍범은 낙서에서 나왔다고 했다. 저자는 주희의 설을 보강하면서, ‘홍범 9주’ 중에서도 ‘제5주’인 ‘황극’이 중심이라고 보았고, ‘홍범’의 시조는 기자이며 그가 조선의 시조임을 강조했다.

권두에 기자의 화상과 찬을 싣고, 본문에서는 낙서에 관한 기록을 검토했다. 홍범을 8괘와 결부시켜 수리적인 연역을 하여, 9주가 천하를 다스리는 대법이 되는 과정을 보이는 각종 도표를 제시하고, 채침의 홍범 경문과 전문을 필두로 선학의 여러 설을 실었다.

끝에는 주희의 「황극변」을 수록했다. 권3~5는 황극의 뜻을 설명한 것으로 『성리대전(性理大全)』의 「홍범황극내편」, 『성리제가해(性理諸家解)』의 「홍범황극내편도해」 등을 싣고, 보충 해석을 했다. 황극이 9주의 중심이고, 역(易)은 천지의 일을 수로써 나타낸 것이라고 하면서, 상(象)과 수가 서로 연역되는 방법이 기수와 우수로 전개되는 것임을 밝혔다. 이어 8괘와 9주가 서로 연역되는 방식과 천지의 사물을 이런 연역에 의해 대응시켜, 세상이 황극을 중심으로 한 홍범 9주의 질서 속에 조직적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였다.

서지 사항

6권 4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목판본이다. 사주쌍변(四周雙邊)이고, 반곽은 22.2×16.2cm이다. 10행 22자의 유계, 주쌍행(注雙行), 상하화문어미(上下花紋魚尾)를 갖추고 있고, 크기는 35.3×22.5cm이며, 규장각,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이 책은 서문에 이어 기자화상(箕子畵像)과 4언 40구로 된 격구운체(隔句韻體)의 찬이 있다. 권1에 낙서(洛書), 권2에 홍범(洪範), 권3∼5에 황극, 권6에 기자(箕子) 등의 편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권수의 기자화상은 공수(拱手)한 반신상(半身像)과 공수정립(拱手正立)한 전신상(全身像)의 2종으로 되어 있다.

권1의 ‘낙서’는 『역학계몽(易學啓蒙)』의 하도(河圖)·낙서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고, 이어 여러 가지 역수(易數)에 관한 도표와 해설을 싣고 있다. 홍범 9주(洪範九疇)가 낙서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하도는 팔괘(八卦), 낙서는 9주(九疇)의 연원으로 하도와 낙서는 서로 경위(經緯)를 이루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권2의 ‘홍범’에서는 팔괘에 결부시킨 수리적(數理的)인 연역을 비롯해, 9주가 ‘천하를 다스리는 큰 법’을 포괄하고 있음을 나타낸 각종 도표를 수록하고 있다. 이어 채침(蔡忱)이 쓴 『서집전(書集傳)』의 홍범에 대한 경문(經文)과 전문(傳文)을 실은 후에 제가(諸家)의 설을 주기(註記)하고 있다. 끝에는 주희(朱熹)의 「황극변(皇極辨)」 전문을 수록하였다.

권3∼5의 ‘황극’편은 『성리대전』의 「홍범황극내편」과 『성리제가해』의 「홍범황극내편도해」를 전부 수록하고, 거기에 보충 해설을 달고 있다. 저자는 채침의 말을 인용해, 황극은 구주의 중심이고, 역(易)은 천지지사(天地之事)를 기저(紀著)한 수(數)로서, 상(象)과 수가 연역되는 방법이 기수와 우수로 전개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수리적 연역에 의해, 전개된 9주의 각 단위수(單位數)에 추상적인 덕목으로부터 구체적인 만물에 이르기까지를 대응시켜, 황극을 중심으로 한 홍범 9주의 조직적 체계와 질서를 설명하려 하였다. 「홍범황극내편도해」는 이러한 이치를 역의 괘상(卦象)과 같은 상징적인 기호로 표시하고 있다. 즉 팔괘의 적(積)으로 64괘가 연역되는 방법과 같이 9주도 제곱으로 81수를 연역해, 각 수에 기호(記號)·국명(局名) 및 차위(次位)·해설을 붙여나가고 있다.

권6의 ‘기자’편은 의론(議論)·사실(事實)·찬술(纂述) 등 3부로 나누어, 역대의 여러 문헌에서 기자에 관계된 기록을 적기(摘記)하고, 상세한 고증과 주석을 가하였다. 기자에 관한 많은 문헌적 자료들이 망라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방면의 연구에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의와 평가

이 책에서의 일견 황당하게도 생각되는 범학은, 17세기 새로운 국가체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출현한 것으로 이 시기 소론계열의 국가론을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참고문헌

  • 고영진, 「박세채의 학문과 유학사(儒學史) 인식」, 『한국사상사학』 제32집, 한국사상사학회, 2009.
  • 김동민, 「박세채(朴世采) 『춘추보편(春秋補編)』의 성리학적 『춘추』 이해」, 『한국철학논집』 제48집, 한국철학사연구회, 2016.
  • 이기동, 「『範學全編』에 관한 小考」, 『동양철학연구』 제22집, 동양철학연구회, 2000.
  • 이정민, 「박세채의 『소학』 이해 연구-『독서기(讀書記)』에 대한 검토를 중심으로-」, 『한국사상사학』 제52집, 한국사상사학회, 2016.
  • 이종성, 「명재 윤증과 남계 박세채의 학문적 교유」, 『동서철학연구』 제54호, 한국동서철학회, 2009.